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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유난히 한국에서만 요란하다?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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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유독 4차 산업혁명을 떠들고 있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호들갑이든 뭐든 간에 우리 사회에 뜨거운 에너지가 모인다는 또는 모였다는 점이 중요하겠지요. (2019. 0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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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들었던 이야기 중에 4차 산업혁명은 유난히 한국에서만 요란하다는 말이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너무나 뜨거운 4차 산업혁명이 정작 4차 산업혁명의 진원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별거 아니란 이야기였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게 묻는다면 ‘직관적으로 느끼기엔 맞는 말이다’라고 답하겠습니다. 저는 실리콘밸리 인근에 살았지만, 1년 동안 단 한 번도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직접적으로는 물론 TV 프로그램이나 광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기억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짧은 경험만으로 제가 ‘4차 산업혁명에 관한 한국의 반응은 호들갑이 맞다!’라고 서둘러 결론짓는다면, 여러분은 무언가 꺼림칙함을 느낄 거예요. 구글의 데이터과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식으로 표현하면 우리의 ‘직관’은 때로 우리를 속이니까요. 다비도위츠는 “직관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일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지만 늘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림을 다듬으려면 데이터가 필요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결할 수 있는 데이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책이 얼마나 많이 나와 있는지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글로벌 온라인 서점의 대표 주자인 아마존부터 방문해보죠. 검색 창에 영어로 ‘4차 산업혁명’을 입력하고 카테고리를 ‘책’으로 좁혔더니 총 22권이 검색됩니다. ‘인공지능’은 어떨까요? 검색 창에 ‘AI’라고 입력했더니 2만 권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4차 산업혁명 검색 결과와 비교하면 거의 1000배에 해당합니다.
비교를 위해 이번에는 인터넷 교보문고에서도 같은 단어로 검색해보겠습니다. 교보문고의 4차 산업혁명 검색 결과는 같은 검색어로 아마존에서 얻은 값의 30배가 넘습니다. 반면에 인공지능은 아마존의 약 33분의 1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사물인터넷 관련 서적이 그나마 아마존의 절반 정도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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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과 교보문고의 4차 산업혁명 관련 도서 검색 결과 (2018년 6월)

 

 

이왕 시작한 김에 아마존보다 더 크고 본질적인 빅데이터는 무엇인지 생각해볼까요? 오늘날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빅데이터를 보유한 곳이 있지요. 바로 구글입니다. 구글에서는 ‘구글 트렌드’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전 세계 누구나 무료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검색 키워드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예요.


구글 트렌드에 영어로 ‘4차 산업혁명’을 입력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1위 남아프리카공화국, 2위 한국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국의 4차 산업혁명에 관한 관심 정도는 각자가 10위권의 다른 나라 모두를 합한 수치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요. 미국은 어디쯤 있을까요? 9위입니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 키워드 검색 횟수를 92로 놓았을 때 미국의 키워드 검색 횟수는 5에 불과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국에서 다른 나라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핫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트위터에 언급된 4차 산업혁명 키워드 노출 횟수를 살펴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해요. 실제로 2018년 6월을 기준으로 하루에 올라오는 트윗 대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트윗의 수를 살펴보니 한국이 미국보다 10배 정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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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 키워드 검색 동향(출처: 구글 트렌드)

 


이쯤 되면 우리 사회가 4차 산업혁명에 유난히 호들갑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잠시 생각해보면 알 수 있었어요.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을요. 중요한 것은 그 말 속에 담긴 의미겠지요. 이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 사회의 뜨거운 반응이 호들갑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은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심지어 이 우주 전체에서 우리만 4차 산업혁명을 떠들고 있으면 또 어떤가요?


요즘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이야기만 나오면 귀가 따갑도록 듣는 말이 “독특한 일을 하는 것을 즐겨라”, “남들이 하는 것은 절대 따라 하지 마라” 등이잖아요. 우리는 나이를 불문하고 튀는 행위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인 반응부터 보이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보내는 이런 작은 피드백이 네트워크로 이뤄진 복잡한 세상에서는 사회 구조를 바꾸는 힘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연결과 상호작용의 힘이 강력하다는 이야기에요. 우리만 유독 4차 산업혁명을 떠들고 있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호들갑이든 뭐든 간에 우리 사회에 뜨거운 에너지가 모인다는 또는 모였다는 점이 중요하겠지요.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손승현 저 | 더난출판사
읽기 쉽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동시에 무수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간간이 등장하는 삽화와 배경음악은 자칫 따분할 수 있는 경영서를 끝까지 읽게 하는 당의정 구실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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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승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로스쿨을 마친 뒤 제3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현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TMT(Technology, Media and Telecom) 팀에서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전문 변호사로 일하며 구글, 우버, 넷플릭스, 애플,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IT 기업에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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