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특집] 우리가 전자책을 더 선호하는 이유
<월간 채널예스> 2019년 3월호
전자책 독자라는 공통점 하나로 세 사람이 모였다. 전자책을 읽는 이유, 전자책 단말기의 장단점, 전자책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첫 만남을 풍성하게 채웠다. (2019. 03. 15)
대담 참여자
지미준 : 소설가, 브런치 작가(30대 후반)
쏘이 : 유튜버. 여행 유튜브 <Soy The World> 운영자(20대 중반)
정종호 : 전자책 출판사 에이플랫 대표(40대 초반)
전자책을 어떻게 읽기 시작했나요?
지미준 : 전자책이 처음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봤어요. 핸드폰으로 읽었는데 오래 보면 눈도 아프고 좀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안보다가 몇 년 후에 신랑의 아이패드로 『화폐 전쟁』 이라는 책을 완독했어요. 그동안 액정의 활자에 익숙해졌는지 눈도 피로하지 않았고요. 그때부터 스마트폰에도 어플을 깔고 본격적으로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오히려 전자책을 더 많이 봅니다.
정종호 : 전자책 출판사를 운영하기 전에 IT 회사에서 일했어요. 출장이나 외근이 잦은 편이었는데 노트북이며 어댑터, 호환기 등을 다 들고 다니기가 너무 무겁더라고요. 거기에 책까지 챙겨가면 더하죠. 그래서인지 점점 책과 멀어지게 되었죠. 안되겠다 싶어 처음엔 소니 태블릿을 하나 사서 전자책을 담아 읽기 시작하니 편하더라고요. 여행지에서도 간편하고요. 지금은 리디북스 페이퍼를 쓰고 있어요.
쏘이 : 여행도 많이 다니고 책도 좋아하는 편인데 현실적으로 종이책을 일일이 들고 다닐 수가 없었어요. 자연스레 전자책으로 옮겨 탔고 전용 단말기를 구입해 읽고 있어요. e북이 좋은 점은 할인이 많이 되거든요. 특히 예스24에선 매주 천원 할인권이 매주 나와서 꽤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태블릿을 쓰다가 전자책 전용 리더기로 바꾼 이유가 있나요?
정종호 : 저도 들은 얘긴데, 핸드폰이나 태블릿은 빛을 쏘는 발광 방식이기 때문에 오래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이 피로해 지고 안구건조증 같은 걸 유발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에 반해 전용 리더기는 불을 밝히는 방식의 전자잉크를 사용해서 오래 봐도 피곤하지 않고요.
어느 정도 읽으시는 편이에요?
정종호 : 저는 동시에 대여섯 권을 조금씩 읽는 편이예요.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읽기도 하고요. 소설은 한번에 확 읽는데 그건 주로 집에서 볼 때 그래요.
지미준 : 저랑 패턴이 비슷하네요. 저도 한번에 여러 권 다운받아 놓는데 그때의 기분에 따라서 보는 책이 조금씩 달라요.
쏘이 : 이번 설 연휴에는 세 권 정도 다운받아 놓고 틈틈이 읽었어요. 전자책을 읽으면서는 독서량도 늘어서 일주일에 최소 한 권은 읽는 것 같아요. 저는 입문용으로 좋다고 해서 크레마 사운드를 쓰는데, 좀 느리긴 하지만 잘 쓰고 있어요.
책을 선택할 때 종이책과 전자책 고르는 기준이 다른가요?
지미준 : 아무래도 전자책이 싸잖아요. 종이책 한 권 사는 값으로 보통 두 권은 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고민을 덜 하게 돼요. 온라인 서점의 전자책 목록 중에 골라서 읽죠.
쏘이 : 일단 대여가 되는 지 여부가 중요해요. 유명한 책들은 출간일이 오래되었더라도 90일 대여가 가능한데 거의 반값에 볼 수 있어요. 그럼에도 종이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e북으로 출간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니까요.(웃음) 또 이미지가 많은 여행에세이 같은 건 전용 단말기론 흑백으로 보이니까 종이책으로 구매하는 편이에요.
정종호 : 출판사들이 종이책만 내고 전자책을 안내는 경우가 많아요. 저 같은 경우엔 인터넷 서점에서 종이책 발간 여부를 확인하는데, 그걸 보고 ‘아 얘는 종이책으로 사야지’ 하고 빼놓고 전자책으로 되어 있으면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그래요.
전자책으로 읽으면 좋은 점은 뭔가요?
지미준 :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일텐데요. 일단 공간을 많이 차지 하지 않죠. 비용도 무시할 수 없고요. 휴대성이 좋다는 것도요. 다른 장점을 꼽자면 키워드 검색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단어 검색만으로 내가 원하는 부분을 바로 찾을 수 있으니까요.
정종호 : 검색하기 기능은 자료를 관리할 때 가장 좋아요. 제가 출판사 팟캐스트도 하고 있는데, 책 내용과는 무관하지만 넷플릭스의 드라마 <킹덤>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드라마가 조선시대 배경이니까 『조선왕조실록』 을 사서 읽었는데, 보면서 궁금했던 ‘금위군’ ’조운선’ 이런 단어들을 찾아서 봤어요. 이런 내용을 형광펜 기능으로 표시해놓고 메모해 놓고 나중에 독서노트 기능을 누르면 메모한 내용이 쭉 떠요. 자료를 정리하고 갈무리하는데 꽤 유용해요. 책 속의 문장을 모아서 SNS로 바로 보내서 책을 홍보하기에도 좋고요.
쏘이 : 지하철로 이동할 때도 전자책을 많이 보는데 핸드폰으로 뉴스 등을 보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고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책 읽는 시간이 확실히 늘어났어요.
정종호 : 맞아요. 아예 안보면 안봤지 한번 보기 시작하면 더 많이 볼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는 사람은 아는 그런거죠.
전자책 리더기에서 자주 활용하는 기능이 또 있나요?
지미준 : 저는 조명 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해요. 손가락으로 스크롤해서 밝기를 조절해가며 읽죠.메모를 하고 싶으면 스크린샷으로 캡쳐를 하고요.
쏘이: 저도 밝기 조절을 많이 활용하고요. 제 기기에선 표시하고 싶은 부분에 하이라이트 기능을 사용하는데, 나중에 하이라이트 부분 중심으로 읽을 수 있어요.
전자책 읽기의 단점은 뭘까요?
지미준 : 저는 전자책을 스마트폰으로 보는데, 한 시간 이상 보면 눈이 피로한 건 있어요.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그 이유를 알 거 같네요.
쏘이 : 단말기가 흑백이다 보니까 색채나 광학적인 부분을 요하는 종류의 서적은 확실히 종이책이 나아요.
정종호 : 그런 책들은 아이패드 같은 걸로 보는 게 확실히 낫죠.
일상에서 전차책 읽기가 가장 최적화된 상태는 언제에요?
정종호 : 비행기 안이 제일 좋은 거 같아요. 네 시간 정도의 비행 시간은 책 한 권 읽기에 딱 좋아서 가는 동안 한 권, 오는 동안 한 권, 두 권을 끝낼 수 있어요.
지미준 : 자기 전에 읽는 게 좋아요. 자기 전엔 불을 켜 놓고 책을 읽기는 좀 불편하잖아요. 다시 불도 꺼야 하고. 전자책으로 갈아탄 이후엔 아무래도 한 쪽이라도 읽고 자는 습관이 생겼어요.
쏘이 : 장거리 여행일 경우엔 와이파이도 안터지는 곳이 많아서 특히 좋고요. 저는 여행 에세이를 많이 읽는데 책과 같은 장소에서 문체 등을 통해 감성을 공유하는 지점도 좋아요.
같은 책이라도 전자책으로 읽어서 좋은 점이 있을까요?
지미준 : 전자책으로 읽어서 좋다기보다 편리하다고 느낀 적이 있어요. 생활 법률에 관한 책을 하나 구매했는데 법이라는 게 범위가 넓잖아요. 근데 제가 필요한 부분은 아주 적은 거라 그것만 따로 종이책으로 낼 것 같진 않았어요. 하지만 전자책으론 저한테 필요한 딱 그 부분만 있더라고요. 가격도 아주 저렴하고요. 포인트 레슨처럼 필요한 부분만 출판해주니까 굉장히 좋았아요. 이런 실속 정보들이 독자들에겐 꽤 유용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종호 : 요즘엔 1,500원 가격의 책들도 나왔더라고요. 전체 내용은 한 권 가격으로 팔고 챕터별로 쪼개서 따로 팔기도 하는 거죠.
지미준 : 『총,균,세』 라는 책이 있잖아요. 엄청 두꺼운데 이걸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는 없는 거에요. 그래도 틈틈이 읽고 싶어서 눈물을 머금고 책을 잘랐어요. 사실 그런 면에서 전자책이 좋은데 전자책으로도 그런 양서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정종호 : 그림 없이 순수하게 텍스트만 있는 책들은 전자책으로 보나 종이책으로 보나 다 똑같으니까 전자책으로 읽는 게 더 좋은 거 같아요.
쏘이 : 저도 경제ㆍ경영서들은 확실이 e북이 좋았어요. 예전에 유튜브에 관한 글을 쓰시는 분이 저를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저만 한 건 아니고 다양한 유튜버들을 인터뷰했는데 그걸 전자책으로만 출간했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유튜버 입장에서 다른 분들의 수익 같은 게 궁금했는데 그럴 땐 궁금한 내용만 검색해서 선별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궁금하지 않은 것들은 스킵하고요.
정종호 : 목차를 보고 원하는 카테고리만 검색해서 찾아보면 편리하죠. 아카이빙 개념으로 많이들 활용하는 것도 같고요.
지미준 : 전자책이 종이책처럼 일정 이상의 두께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책 중에 일부만 필요하다면 소액으로 쪼개서 판매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그걸 과연 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도 따를 테고요. 그런 것들은 재정립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요. 또 만약 교육현장에서 교과서 대신 전자책 단말기를 제공하거나 필수로 갖추도록 해서 읽게 한다면 어떨까요? 커리큘럼만 다운받아 읽는다든지. 그렇게 되면 어린 세대들도 점점 익숙해지면서 종이책과 전자책 시장이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역전될 것 같기도 해요.
직업과 관련 해서, 전자책 읽기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지미준 :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까 전자책이 등장함으로써 좀 고마운 것은 출간의 장벽이 낮아졌다는 거예요. 다만 시장이 종이책 만큼 넓지는 않지만 장벽은 확실이 낮아졌어요.
쏘이 : 저는 방송을 하잖아요. 제가 전자책 사용기를 영상으로 올렸을 때, 조회수도 높았고 댓글도 많았어요. 사람들이 책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읽고 싶어하는 욕구는 정말 커요. 어떻게든 책을 읽어야 하겠다는 마음이 다들 있었나봐요. 전자책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전달할 수 있어서 신기하면서도 보람있었어요.
정종호 : 전자책을 판매하는 입장이다보니 책에서 매력적인 부분을 최대한 노출시켜야 하거든요. 그래서 책을 편집 할 때부터 어떤 부분을 홍보에 사용할지 체크를 해요. 종이책이라면 나중에 다시 타이핑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아무래도 책을 빨리 홍보하고 관리하는 측면에서 업무적으로 효율성이 높아요.
전자책과 종이책의 비율에 있어서 지금, 책장의 풍경은 어떤가요?
지미준 : 8:2 정도도 전자책이 압도적이에요. 책은 늘어나고 작은 방에 종이책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중고 책방에도 팔고 기부도 하고 정리를 싹 했어요. 아직 읽지 않은 책, 진짜 소장하고 싶은 책만 놔두고요.
쏘이 : 저는 오프라인 서점에 자주 가는데요. 오프라인 서점에서 일단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이북이 있는지 찾아봐요. 이북이 없으면 그 책을 사고요. 사진이 많거나 너무 감각적인 책도 종이책으로 사요. 가끔 필사를 하는데 소장하고 싶은 문체의 책이라면 꼭 사요. 그래도 7:3 정도로 전자책이 많은 것 같아요.
정종호 : 굳이 따지자면 6:4 정도로 종이책 비중이 높아요. 왜냐면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죠. 하하.
전자책 읽기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종호 : 습관 아닐까 싶어요. 책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한다는 오랜 습관. 만화책을 좋아해서 세트로 사는 경우가 많지만 놓을 자리가 없다는 건 문제에요.
지미준 : 남편에게 종이책은 더 이상 사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적도 있는데, 완전히 안사지는 않아요. 어쩌다가 오프라인 서점에 들러서 책을 보다 보면 안 살수가 없어요. 딱히 기준은 없어요. 조금 깊이 있는 내용이다 싶으면 사고 전차책으로 안 나올 거 같은 책을 사기도 해요. 문장이 굉장히 좋다든가 두 번 이상 보고 싶은 책도 소장용으로 사고요.
쏘이 : 저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흡입력이 강한 책을 읽을 때 책장을 넘기는 맛이 있어요. 그런 책들은 종이책으로 읽는 게 좋아요. 전자책은 가성비가 좋고, 종이책은 가심비가 좋아요. 마음이 중요하거든요. 하하.
지미준ㆍ정종호 : 가심비! 완전 동감이에요!
각자가 보는 전자책의 미래는 어떨까요?
지미준 : 종이책이 사라지진 않을 것 같아요. 최근 몇 년 사이에 LP가 다시 붐이거든요. 거의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날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요. 헌데 LP를 소비하는 층이 젊은 세대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10대 20대가 구매를 많이 하는데 이 친구들은 태어나서부터 엘피를 듣던 세대가 아니잖아요. 그런 걸 보면 아날로그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가 있지 않나 싶어요. 종이책이라는 아날로그 문화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쏘이 : 저도 비슷하기는 한데요. 전자책 출판업이 수익적인 부분에서 어려운 게 사실이잖아요. 크리에이터 활동을 해서인지 전자책 안에 책과 관련한 광고를 삽입하면 수익적인 관점에서 어떤 선순환 구조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정종호 :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전자책을 접하고 읽는 습관을 들이면 자연스럽게 전자책이 시프트가 될거 같아요. 종이책 문화는 남아 있을 거 같고요. 종이책을 기억하는 사람이 남아있는 한 계속 유지 되지 않을까요?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