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하던 글쓰기, 즐겁게 할 수 있다
『망한 글 심폐소생술』 김주미 저자 인터뷰
20년간 라디오작가와 TV 구성작가로 활동해온 『망한 글 심폐소생술』의 김주미 저자 역시 같은 고민을 털어놓는다. (2018. 12. 17)
SNS, 블로그 등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면서, 글쓰기는 그 어느 때보다 대중적인 생활이 되었다. 그러나 재능이 없다며 글쓰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다. 떠오른 생각을 노트와 휴대폰에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데 막상 쓰려니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지거나, ’일단 쓰자!’며 써 내려간 글이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한 채 흐지부지하게 되어 좌절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20년간 라디오작가와 TV 구성작가로 활동해온 『망한 글 심폐소생술』 의 김주미 저자 역시 같은 고민을 털어놓는다. 탁월한 재능을 갖지 못했지만 글로 밥벌이를 하고 싶기에 하나하나 몸으로 부딪쳤다고 고백한다. 생방송 직전 30분 동안 오프닝 원고를 완성해야 했던 혹독한 실전 훈련, 메인 작가로서 ‘망한 글’만 내놓아 동료들의 냉혹한 피드백을 받았던 두려움의 순간들. 그런 인고의 과정을 지나 어느새 글쓰기를 하루 일과로 즐기게 된 작가가 되었다. 저자가 체득한 즐거운 글쓰기 생활을 만나보자.
첫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책을 집필하시게 되었나요?
글쓰기나 인문학 관련 강연을 다니며 많은 분을 만났습니다. 강의가 끝나면 수강생들이 수줍게 다가와 자기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놓는 일이 많았습니다. 방송작가 지망생 시절 마음먹은 대로 글이 써지지 않아 애태우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20년 동안 방송 글쓰기를 하며 터득한 나름의 방법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성공담들은 이미 다른 책에 많이 나와 있으니 저는 글을 쓰며 겪었던 실패담들을 모아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정도 글이라면 나도 쓸 수 있겠구나’라며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주변에서 소재를 찾아, 시청자가 공감하도록 쓰는 방송 글쓰기의 기술들이 글쓰기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평소 글감을 어떻게 찾는지, 아이디어를 어떻게 정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글감이나 아이디어는 멀리 있지 않다고 믿는 편입니다. 못된 취미이긴 한데, 평소 지하철이나 카페, 식당에서 남의 이야기 엿듣기를 좋아합니다. 예전에 미술을 공부하던 친구가 시내 한복판에 앉아 행인의 얼굴이나 동작을 스케치하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방송작가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이야깃거리를 수집하곤 합니다.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나 걱정은 무엇인지 귀에 담고 눈으로 관찰합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대중이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기피하는지 흐름을 놓치지 않고 확인합니다. 글감을 발견한 후에는 놓치지 않으려 단어 하나라도 꼭 메모해둡니다. 하나의 단어에서 출발해 생각이 꼬리를 물면 마인드맵으로 아이디어를 확장하기도 하고, ‘브런치’나 ‘씀’과 같은 글쓰기 앱을 이용해 짧은 글을 써놓기도 합니다. 일단 떠오르는 생각들을 폭포수처럼 모두 쏟아내고, 나중에 꼼꼼히 살펴보면서 정리 작업을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는데, 시작부터 막힐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엇에 대해 쓸지 소재나 주제가 잡혔다면 일단 자료조사를 철저히 합니다. 저는 글쓰기 과정에서 자료조사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편입니다. 재료가 많아야 다양한 형식의 글을 구상할 수 있고, 어떻게 시작할지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주제에 대한 자료들을 취합한 후 제 나름의 기준으로 자료들을 묶어둡니다. 시간 순이나 공간으로 구분해 정리할 수도 있고, 원인과 결과, 혹은 현상과 이론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에세이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자료조사를 충실히 하면 글의 문을 열기가 쉽습니다. 가족이나 자신의 역사, 학교나 일터에서 기억에 남는 경험,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이나 대상들을 그저 나열한다는 생각으로 간략히 정리해 둡니다. 그중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겠다 싶은 항목을 골라 먼저 글을 시작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이어 붙이듯 연결되는 이야기나, 반전이 될 만한 일화들을 배치하다 보면 글이 풍성해집니다.
글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이는 법이 있다면요?
글을 쓸 때 ‘시작은 자유롭게, 끝은 엄격하게’ 임하려고 합니다. 발상의 과정에서는 누군가에게 보여준다거나 잘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씁니다. 글이 얼추 골격을 갖추고 나면 그때부터는 타인의 글이라고 생각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려 합니다. 이 글을 쓸 때 얼마나 고민하고 고생했는지 생각하면 글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글을 썼던 과정들은 잊고, 결과물만을 앞에 놓고 독자의 눈으로 글을 읽어 내려갑니다. 퇴고할 때도 저 나름대로의 순서가 있습니다. 일단 주요 단어들을 살핍니다. 중심 단어들이 제가 생각한 바를 적확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유사한 단어들을 찾아 퍼즐 맞추듯 끼워 넣어 봅니다. (평상시 마음에 드는 단어나 낯선 단어를 따로 메모해두고 꺼내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음은 문장과 문단의 위치를 바꿔봅니다.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에 주제 문장을 앞에 놓는 것이 좋은지 마지막에 위치시키는 것이 좋은지 고민합니다. 글에 서술한 사실 관계가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일명 ‘팩트 체크’의 시간도 갖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글을 프린트하여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눈으로 훑듯이 지나갈 땐 발견하지 못했던 오타들이 발견되기도 하고, 독자들이 리듬감을 느끼며 글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작가에게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글을 없겠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한 번 더 고친 글은 분명 이전의 글보다 나아진다고 믿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글을 쓰는 일이 부담스럽습니다. 재능이 없어도 괜찮을까요?
예전엔 작가라는 말에서 왠지 모를 권위가 느껴졌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이 몇몇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특권 같았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창구도 많아졌습니다. 물론, 타고난 감성과 능력이 필요한 장르도 있습니다.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장르의 글쓰기는 노력만으론 다다를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 글에서도, 손꼽히는 드라마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보통 사람은 근접할 수 없는 재능이 따로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하지만 모든 글이 그렇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에세이나 논술문, 자기소개서, SNS 등에서의 글쓰기는 꾸준함이 곧 재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매일 혹은 매주 지속적으로 쓰다 보면 글을 전개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터득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늘 질문으로 시작하던 글의 첫머리를 유명인의 말을 인용하며 열어보기도 하고, 글의 구성을 대화 형식으로 바꿔보기도 하는 등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도 일상의 작은 습관이 되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책상에 앉는 날이 오고, 글을 세상에 내보내도 두렵지 않겠다는 순간이 꼭 옵니다.
그럼 글쓰기 연습은 어떻게 하나요?
평소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푸는 편입니다. 운동은 땀 흘린 만큼 보상해준다는 믿음이 있어서 작은 성취감을 얻기에 좋습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 운동을 시작할 때 혼자 다짐하는 말이 있습니다. 옆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자고 속으로 외칩니다. 수영을 배우는데 옆 사람보다 속도가 늦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제보다 호흡이나 팔 동작이 자연스러워진 것을 느낀다면 스스로를 칭찬해줍니다. 글을 쓸 때도 처음부터 수려한 문장을 쓰려고 애쓰기보다는, 평소에 많이 쓰는 ‘입말’로 생각을 표현하여 쉽게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불특정 다수의 전체 독자를 대상으로 글 쓰는 게 어렵다면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마음으로 대화하듯이 써봅니다. 문체를 닮고 싶은 작가를 발견한다면, 그의 글들을 주의 깊게 읽은 후 내가 반한 문장의 매력이 무엇인지 짚어내어 따라 써봅니다. 필사를 해도 좋습니다. 단순히 글을 따라 쓰기보다 작가의 장점을 배우고 비판하는 의지로 접근합니다. 저는 작가 ‘수전 손태그(Susan Sontag)’를 흠모해서 에세이나 논문을 쓸 때, 종종 그녀라면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글을 쓸까 떠올려 봅니다. 그러면 제가 그녀의 글에서 느꼈던 매력, 솔직하지만 날카롭고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로 저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보자는 욕심이 생기고 그 과정을 즐기며 글을 쓰게 됩니다.
쉽고 재미있게, 계속 글을 쓰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글쓰기 강의에서 만났던 인상 깊은 분이 있습니다. 살면서 자기 이야기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던 그분에게 ‘나는 OO이다’라는 한 줄을 채워보라는 숙제를 냈습니다. 50대 여성인 그분은 긴 시간 고민한 끝에 ‘나는 문어입니다’라는 문장을 완성했습니다. 문어가 제 다리를 잘라내듯,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내어주며 한평생을 살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전하며 그녀는 울먹였고 자신의 속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고 했습니다. 글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유용한 도구입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겠다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또, 글쓰기를 일상의 한 부분으로 삼고자 한다면 글쓰기를 위한 나만의 도구들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쓰기용 펜이나 노트를 따로 정해두어도 좋고, 단골 카페에 매일 비슷한 시간에 가서 차분히 글을 써봅니다. 한 번에 완성한다기보다 한 문장 한 문장 이어나가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글을 쓰는 시간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무엇에 관한 글을 쓸 때 내가 제일 신나는지, 글을 쓰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등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껴보세요.
망한 글 심폐소생술김주미 저 | 영진미디어
짧은 문장부터 한 편의 글까지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팁을 비롯해,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지 등 글쓰기 기법과 ‘작가’로서의 태도를 모두 엮었다.
관련태그: 망한글 심폐소생술, 김주미 작가, 글쓰기, 방송작가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김주미> 저12,600원(10% + 5%)
“머릿속에 있는 생각, 어떻게 써야 하나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한 이들을 위해 베테랑 방송작가가 짚어주는 글쓰기 안내서 머릿속엔 대하드라마가 펼쳐지는데 막상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SNS, 블로그 글을 멋지게 쓰고 싶어서 썼다 지웠다 하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