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이러면 곤란하지 말입니다

‘작업 걸다, 작업 중이다, 작업하다’에서 ‘작업’은 뭘까?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태양의 후예〉 때문에 ‘~말입니다’가 많이 쓰이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군대의 특성을 인정하더라도 어법에서 너무 벗어난 말은 순화하는 게 옳다. (2018. 07. 26)

5화 군대말투.jpg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세상사라고 했던가. 대박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몰고 온 언어세계의 변화를 보면 그렇다. 국방부는 2016년 경직된 군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다ㆍ나까 말투 개선 지침’을 배포했다. 공식적으로는 ‘다ㆍ나ㆍ까’를 쓰되 내무반 등에서는 ‘∼요’를 써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태양의 후예〉 때문에 공염불이 되어 버렸다. 어법에 맞지 않아 금지한 ‘∼말입니다’는 오히려 완전히 부활했다. 군대 언어의 대표주자로.

 

“지금 작업 거는 겁니까.” 극 중 이치훈(온유)의 미소를 오해한 윤명주(김지원)가 꺼낸 말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이처럼 맛깔나는 대사가 시청자를 즐겁게 한다.

 

‘작업 걸다, 작업 중이다, 작업하다’에서 ‘작업’은 뭘까? 몰라서 묻느냐고 힐난할 독자들이 많을 줄 안다. 맞다. 이때 작업은 ‘남자가 여자를, 또는 여자가 남자를 꾀는 일’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 사전의 생각은 다르다. ‘일’만을 고집한다. 2005년 〈작업의 정석〉이라는 영화가 나올 만큼 ‘작업’은 젊은이들 사이에선 보편적인 단어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많은 이가 입에 올린다. 이쯤이면 이 말의 생명력을 인정하고 뜻풀이를 추가할 때도 된 듯하다.

 

‘작업’과 비슷한 낱말이 ‘수작(酬酌)’이다. ‘수작을 떨다, 수작을 부리다, 수작을 걸다’ 식으로 쓴다. 한자에서 보듯 수작은 ‘술잔을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술잔을 주고받다 보면 자연스레 정도 오가게 마련이어서 뜻이 넓어졌다. 허나 ‘수작’은 왠지 어감이 좋지 않고 작업의 말맛에 밀려 세력을 잃어가고 있다. 참고로 ‘짐작’과 ‘참작’, ‘작정’과 ‘무작정’도 모두 술 문화에서 나온 말이다.


“군인이면 여친 없겠네요. 빡세서” “와, 얄짤없네” 등에 나타난 ‘빡세다’와 ‘얄짤없다’도 재미있다. 군 당국은 빡세다를 ‘힘들다’로 고쳐 쓰도록 했지만 많은 이가 빡세다를 입에 올린다. ‘(교과목 등이) 알차다’는 뜻으로 ‘빡세다’를 쓰기도 한다. ‘얄짤없다’는 봐줄 수 없거나 하는 수 없다는 뜻. 둘 다 국립국어원의 신어자료집에는 올라있다.

 

〈태양의 후예〉 때문에 ‘~말입니다’가 많이 쓰이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군대의 특성을 인정하더라도 어법에서 너무 벗어난 말은 순화하는 게 옳다.

 


 

 

지금 우리말글손진호 저 | 진선북스
다소 지루해지기 쉬운 말법을 재미있게 알리려 방송이나 영화 등에 나타난 낱말을 인용해 ‘지금 우리말글’의 흐름을 살피기도 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손진호(언론인)

1987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어문연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로 3년여간 연재했던 말글칼럼을 깁고 더해 이 책을 냈다. 정부언론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과 부위원장, 한국어문기자협회장을 지냈다. 2003년 표준국어대사전을 분석해 한국어문상 대상(단체)을, 2017년 한국어문상 대상을 받았다.

지금 우리말글

<손진호> 저10,800원(10% + 5%)

『지금 우리말글』은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라는 제목으로 2014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3년여간 동아일보에 연재된 글을 엮은 것으로,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내용을 깁고 더했다. 반드시 알아야 하거나 갈무리해두면 좋은 낱말, 헷갈리기 쉬운 표현 등을 다뤄 독자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우리말과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법정 스님의 죽비 같은 말씀 모음집

입적 후 14년 만에 공개되는 법정 스님의 강연록. 스님이 그간 전국을 돌며 전한 말씀들을 묶어내었다. 책에 담아낸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가르침의 목소리는 고된 삶 속에서도 성찰과 사랑을 실천하는 법을 전한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로 인도하는 등불과도 같은 책.

3년 만에 찾아온 김호연 문학의 결정판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소설가의 신작. 2003년 대전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에서 중학생 시절을 보냈던 아이들. 15년이 흐른 뒤,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사정으로 비디오 가게를 찾는다.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모험을 행했던 돈키호테 아저씨를 찾으면서, 우정과 꿈을 되찾게 되는 힐링 소설.

투자의 본질에 집중하세요!

독립 리서치 회사 <광수네,복덕방> 이광수 대표의 신간. 어떻게 내 집을 잘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이다. 무엇이든 쉽게 성취하려는 시대. 투자의 본질에 집중한 현명한 투자법을 알려준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행동하도록 이끄는 투자 이야기.

건강히 살다 편하게 맞는 죽음

인류의 꿈은 무병장수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며 그 꿈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세계적인 장수 의학 권위자 피터 아티아가 쓴 이 책을 집집마다 소장하자. 암과 당뇨, 혈관질환에 맞설 생활 습관을 알려준다.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에 필요한 책.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