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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곤란하지 말입니다

‘작업 걸다, 작업 중이다, 작업하다’에서 ‘작업’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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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때문에 ‘~말입니다’가 많이 쓰이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군대의 특성을 인정하더라도 어법에서 너무 벗어난 말은 순화하는 게 옳다. (2018. 0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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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세상사라고 했던가. 대박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몰고 온 언어세계의 변화를 보면 그렇다. 국방부는 2016년 경직된 군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다ㆍ나까 말투 개선 지침’을 배포했다. 공식적으로는 ‘다ㆍ나ㆍ까’를 쓰되 내무반 등에서는 ‘∼요’를 써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태양의 후예〉 때문에 공염불이 되어 버렸다. 어법에 맞지 않아 금지한 ‘∼말입니다’는 오히려 완전히 부활했다. 군대 언어의 대표주자로.

 

“지금 작업 거는 겁니까.” 극 중 이치훈(온유)의 미소를 오해한 윤명주(김지원)가 꺼낸 말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이처럼 맛깔나는 대사가 시청자를 즐겁게 한다.

 

‘작업 걸다, 작업 중이다, 작업하다’에서 ‘작업’은 뭘까? 몰라서 묻느냐고 힐난할 독자들이 많을 줄 안다. 맞다. 이때 작업은 ‘남자가 여자를, 또는 여자가 남자를 꾀는 일’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 사전의 생각은 다르다. ‘일’만을 고집한다. 2005년 〈작업의 정석〉이라는 영화가 나올 만큼 ‘작업’은 젊은이들 사이에선 보편적인 단어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많은 이가 입에 올린다. 이쯤이면 이 말의 생명력을 인정하고 뜻풀이를 추가할 때도 된 듯하다.

 

‘작업’과 비슷한 낱말이 ‘수작(酬酌)’이다. ‘수작을 떨다, 수작을 부리다, 수작을 걸다’ 식으로 쓴다. 한자에서 보듯 수작은 ‘술잔을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술잔을 주고받다 보면 자연스레 정도 오가게 마련이어서 뜻이 넓어졌다. 허나 ‘수작’은 왠지 어감이 좋지 않고 작업의 말맛에 밀려 세력을 잃어가고 있다. 참고로 ‘짐작’과 ‘참작’, ‘작정’과 ‘무작정’도 모두 술 문화에서 나온 말이다.


“군인이면 여친 없겠네요. 빡세서” “와, 얄짤없네” 등에 나타난 ‘빡세다’와 ‘얄짤없다’도 재미있다. 군 당국은 빡세다를 ‘힘들다’로 고쳐 쓰도록 했지만 많은 이가 빡세다를 입에 올린다. ‘(교과목 등이) 알차다’는 뜻으로 ‘빡세다’를 쓰기도 한다. ‘얄짤없다’는 봐줄 수 없거나 하는 수 없다는 뜻. 둘 다 국립국어원의 신어자료집에는 올라있다.

 

〈태양의 후예〉 때문에 ‘~말입니다’가 많이 쓰이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군대의 특성을 인정하더라도 어법에서 너무 벗어난 말은 순화하는 게 옳다.

 


 

 

지금 우리말글손진호 저 | 진선북스
다소 지루해지기 쉬운 말법을 재미있게 알리려 방송이나 영화 등에 나타난 낱말을 인용해 ‘지금 우리말글’의 흐름을 살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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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진호(언론인)

1987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어문연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로 3년여간 연재했던 말글칼럼을 깁고 더해 이 책을 냈다. 정부언론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과 부위원장, 한국어문기자협회장을 지냈다. 2003년 표준국어대사전을 분석해 한국어문상 대상(단체)을, 2017년 한국어문상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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