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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옹기종기] 자다가도 음식이 떠올라요 (G. 권여선 작가)

『오늘 뭐 먹지?』 데뷔 22년 만의 첫 ‘음식(안주)’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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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옆에 “나의 모국어는 술국어”라고 말하는, 그리고 “내 입맛을 키운 건 팔 할이 소주였다”고 말하는 권여선 작가님이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2018. 0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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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여름 음식을 만들기 위해 땡초를 썰다보면 맵싸한 향이 코끝을 아리게 한다. 그럴 때면 내가 8월의 폭염을 무릅쓰고 태어난 까닭이, 독이 오를 대로 오른 땡초의 매운 향기가 나를 유혹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마저 든다. 한여름 대낮에 깡장과 고추장물에 밥을 비벼 먹으면 비로소 나는 내 정신과 육체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든다. 여름은 내게 한때는 땀과 벌레의 계절이었고, 한때는 불면과 실연의 계절이었지만, 사실은 언제나 땡초의 계절이었다. 나는 내가 태어난 계절을, 그 여름의 열기를, 그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맺혀 있는 땡초를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매운 음식에 대한 나의 광적인 애호에 대해 나는 이보다 더 나은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한여름, 새벽에 태어난 권여선 작가님은 “덥고 벌레도 많고 땀도 많이 나고, 게다가 깊이 잠들 수도 없고 입맛도 없는 계절” 여름을 어려서는 좋아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러다 언제부턴가 여름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왜일까요?바로 내 입맛에 꼭 맞는 매운 음식들을 하나씩 알아가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뜨거운 여름과 그 열기를 고스란히 머금은 매운 땡초! 점점 여름의 복판으로 향해 가는 피로한 이 순간에 그 매운 향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더운 여름밤, 어떤 음식으로 나와 잘 지내고 계신가요? 맥주? 냉면? 수박? 쫄면?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입에 침이 고입니다.(웃음)


오늘은 소설가 권여선 작가님을 모시고, 삶의 어떤 중요한 순간에 나는 나에게 무엇을 먹여야 하는지, 나를 잘 먹이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하려고 해요. 맛깔 나는 권여선 작가님의 글을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은 오늘 방송에서 반드시, 그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인터뷰 -  권여선 작가 편>

 

오은 :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저희가 준비한 권여선 작가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기대해주세요. 자, 소개 나갑니다. “소설가. 맛없는 음식은 있어도 맛없는 안주는 없다고 말하는 애주가. 1996년 장편  『푸르른 틈새』 로 제2회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권여선 작가의 나이 서른두 살 때의 일이다. 일기 쓰듯 써내려 갔던 첫 장편인데 엉겁결에 당선이 되었다. 이후 8년 넘게 청탁이 없어 잊힌 작가로 살다가 마흔에 『처녀 치마』 라는 소설집을 내면서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오영수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리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첫 소설은 PC통신 때문에 썼다.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었는데, 글을 써서 최소한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소설 쓰는 게 너무너무 좋으면서 너무너무 싫다. 규칙적으로 작업하지는 못한다. 권여선 작가의 작업실은 도서관 또는 카페다.


어려서는 약골에다 편식도 심했다. 고기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입맛이 어찌나 예민했는지 국물 한 숟갈만으로도 고기가 들어갔는지 알아냈다. 어머니는 권여선 작가를 '간순아' 하고 불렀다. 권여선은 그런 자신의 입맛을 키운 것은 “팔 할이 소주였다.”고 말한다. 주량은 소주 1병 반이다. 지키기 힘들어서 문제다. 이른바 술 ‘주’ 자를 쓰는 '주(酒)류 문학’의 대가. 2016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안녕 주정뱅이』  출간 당시 북콘서트의 제목은 ‘주정당 창당 선포식’이었다.


올해 5월에 출간된 『오늘 뭐 먹지?』 는 권여선 작가의 소설가 데뷔 22년만의 첫 산문집이다. ‘음식 산문집’이라고 붙여두었지만 실은 ‘안주 산문집’이다. 네 계절과 환절기까지 알차게 챙겨서 자신이 사랑하는 안주를 설레는 마음으로 적어 내려간 권여선 작가. 그는 원고 마감이 닥쳐 꼼짝할 수 없을 날에는 엄숙한 마음으로 목욕재계를 하는 대신 김밥을 말고, 선거 때만은 기름이 뻥뻥 튀어 만들기도 어려운 마른 오징어 튀김을 정성껏 만들어 소주와 함께 먹는다. 제철 무와 갈치, 꼬막을 사기도 하는 작가의 단골 시장은 사당동 태평백화점 뒤쪽 ‘남성시장’이다. 술자리나 식사 자리에서 상대의 매력을 만끽하는, 사적이고 편안한 자리를 무척 좋아한다. 사람의 얼굴을 잘 못 알아봐서 곤란할 때가 많다. 그럴 때는 그냥 뭉개는 수법을 쓴다.”


권여선 : 어떤 스토커가 쓴 것 같은데요.(웃음)


오은 : 도서관이나 카페가 작업실이라면 집에서는 작업을 못하신다는 거죠?

 

권여선 : 네. 집에서 소설은 못 써요. 산문이나 잡문은 쓸 수 있는데요. 소설은 집에서는 절대 안 되더라고요. 도서관, 카페, 그곳에서도 안 되면 창작촌, 이렇게 세 곳에서 씁니다. 격리가 되어야 해요.


오은: 오늘 권여선 작가님께 드리는 ‘deep & slow’는 이것입니다. “오늘 팟캐스트 녹음 끝나고 저녁으로 뭐 먹지?”


권여선 : 그런데 발음이.(웃음)


오은 : 아.(웃음) 앞으로는 정확하게 발음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을 모시고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를 하려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이는데요. 오늘 점심은 뭐 먹고 오셨어요?


권여선 : 평범한데요. 이런 음식 책 냈다고 해서 맨날 맛있는 거 해먹고 그런 건 아니고요. 오늘 점심이 저한테는 아침이었어요. 그래서 간단하게 콩나물 비빔밥을 먹었어요. 콩나물 무침이 있어서 그거랑 열무김치, 오이지 넣고 비벼서 먹었죠. 아침에 너무 맵게 먹으면 안 돼서 맑은 냉콩나물국과 함께 먹었어요.


오은 : 보통 집에서 다 해 드시는 편인지도 궁금해요. 솜씨가 좋으신 것 같아서 웬만한 음식은 밖에서 먹어도 맛 없어 하실 것 같거든요.


권여선 : 제가 못하는 음식도 있으니까요.


오은 : 젓갈도 담그시는데요?


권여선 : 중식처럼 기름이 많이 필요한 음식은 안 하고, 못 하죠. 또 회를 뜬다든가 이런 건 못하기 때문에요. 할 수 없는 것은 그렇게 사먹을 수밖에 없는데요. 웬만하면 집에서 혼자 술 마실 때는 안주를 직접 만드는 편이에요. 안주를 만드는 과정까지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오은 : 얼마 전에 나온 <악스트> 18호 인터뷰에서 “술과 음식에 대한 묘사는 소설에 도움이 되고 말고를 떠나서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한 거였어요.”라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이번 책은 그렇다면 얼마나 만족감이 크셨을까 생각했어요. 책 나오고, 어떠셨어요?


권여선 : 진짜 만족감이 굉장했어요. 일단 쓸 때 검열이 작동하지 않으니까 신이 나서 거의 한 꼭지의 글을 한 호흡에 쭉 써내려 갔거든요. 소설을 쓸 때는 뭔가 쥐어짜는 것 같고 피폐해지는 느낌이 강한데요. 이건 쓰면서도 제가 입맛을 다시면서 ‘그래, 이걸 오늘 저녁에 해먹어야겠다’ 하면서 썼어요. 지행합일한 거죠.(웃음) 굉장히 즐겁게 재미있는 글쓰기였어요.


오은 :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안주에 관한 이야기죠. “술과 공존, 동행하고 있다는 게 기쁘다.”고 한 인터뷰를 봤는데요. 술과 안주, 작가님께는 어떤 즐거움인 건가요? 책에는 “내 입맛을 키운 건 팔 할이 소주였다”고 적으셨죠.


권여선 : 내 입맛을 키운 게 팔 할이 소주였듯, 제 인생 팔 할의 기쁨도 술과 안주에서 나온 것 같아요. 나머지 일 할이 글쓰기에서 나오고요. 나머지 일 할이 사람에게서 나오는 거예요.


오은 : 사람과 같이 술을 마실 때면 구 할의 즐거움이겠네요?


권여선 : 그렇죠. 그때는 90%의 만족감이 있죠.


오은 : 책은 계절별로 구성이 되어 있고요. 특히 환절기도 따로 구성했습니다. 이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만년’ 음주 애호가로서의 면모가 돋보였다고 할까요.(웃음) 작가님께는 어떤 계절이 오면, 어떤 순간이 오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는 거죠?


권여선 : 만년 음주 애호가라서 사계절로 구성했구나, 이렇게 깊은 뜻으로 해석을 해주셔서 좋네요. 아주 좋은 독법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아마 제 무의식이 그런 것이었나 봐요. 깨알 같이 환절기도 빼놓지 않고 썼네요. 계절이 오면 당연히 떠오르는 음식이 있어요. 몸도 그걸 떠올리고요. 기억도 떠올려요. 그런데 계절뿐 아니라 더 깨알 같이,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기쁘고, 슬프고, 아프고, 그럴 때마다 다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죠.


오은 : 365일 내내, 하루에 하나씩은 떠오르나 봐요.


권여선 : 저는 자다가도 음식이 떠오르고요. 먹고 있으면서도 떠올라요.(웃음) ‘이게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오은 : 여름철 작가님의 냉장고에 늘 준비해두는 까죽. 올해도 변함없나요? 백명란과 시래기, 소고기장조림과 오이지도 잘 준비해두셨는지, 만나면 여쭙고 싶었어요.(웃음)


권여선 : 까죽은 딱 4월 말에서 5월 초에 사다가 절이고, 말려서 고추장에 박아 놓았고요. 백명란, 소고기장조림은 비싸서 망설이고 있어요. 시래기와 오이지는 있고요. 시래기는 겨울이 끝나갈 때쯤 한 박스를 사면 그렇게 비싸지 않거든요.


오은 : 이 책은 무엇보다 나를 잘 먹이는 일의 중요함을 생각하게 해요. 먹을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일, 그 중요함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님께 직접 듣고 싶어요.


권여선 : 아까 말한 콩나물도 그런데요. 시장에서 사면 엄청나게 많이 줘요. 조금씩은 팔지도 않아요. 그러면 그걸 무념무상하게 다듬고 앉아 있거든요. 요리에 대해 썼으니까 굉장히 잘할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셰프들처럼 칼질 잘하고, 웍 흔들고, 이런 거 못해요. 그리고 저는 가능한 한 천천히 하려고 노력을 해요. 빨리 할 수 있어도 말이에요. 콩나물도 반나절 내내 다듬는 거죠. 천천히, 꼼지락꼼지락 하는데요. 그러면서 생각을 많이 해요. 저를 풀어놓는 거죠. 급하게 하려고 하면 거기에 몰입해야 하는데 그건 즐겁지가 않아요. 중노동처럼 느껴져요. 살기 위해서 해먹는 느낌인데요. 그러지 않고 천천히 하면 나중에 먹을 때도 새록새록 기쁨이 있죠. 치유의 과정처럼 그렇게 요리를 하면 좋죠. 늘 그렇게 되진 않지만요.

 

오은 : 요리 하나를 할 때도 천천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리가 노동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이 될 수도 있겠네요. 작가님은 또 김밥을 “꽃밭을 닮아서”라고 하셨잖아요. 그 말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역시 소설가의 눈은 다르구나, 생각을 했는데요. 예전에 저희 경쟁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서 술안주로 김밥을 추천하기도 하셨잖아요. 착하고, 너그러운 음식 김밥을 작가님은 “목욕재계 대신” 만다고도 하셨습니다. 권여선 작가님의 김밥 예찬, 들어보고 싶어요.


권여선 : 그런데 <책, 이게 뭐라고>가 경쟁 팟캐스트입니까?(웃음) 거기서 먼저 김밥 얘기를 해서 죄송하네요. 저는 김밥을 이틀에 한 번은 말아서 먹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김밥을 안주로 먹을 때 진짜 얇게 썰어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 않고 한 잔에 하나씩 먹으면 술맛이 딱 떨어지기 때문에.(웃음) 집에 굉장히 잘 드는 칼이 하나 있어요. 김밥용이에요. 다른 때는 그 칼을 무서워서 못 써요. 너무 잘 드니까요. 그 칼로 김밥을 아주 얇게 썰어서 한 잔에 하나씩 맞춰 먹으면 참기름 냄새 솔솔 나고 진짜 맛있죠.


: 산문집은 좀 더 작가님이 드러나는 장르잖아요. 그 중에 막내라서 갖게 된 ‘온전한 것에 대한 욕망’이 인상적이었거든요. 막내의 삶은 작가님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세요? 어쩌면 결핍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권여선 : 막내의 기본 정조는 억울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맏이는 맏이 대로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고, 둘째는 위아래에 끼어서 존재감이 미미하다든가 하는 애환이 각자 있지만요. 막내는 억울한 것 천지다, 이것이 기본 정체성이에요. 억울함은 나를 충분히 표현하고, 이해 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결핍감인데요. 부족한 거죠. 가족 안에서 체급도, 언어도, 제일 달리는 미숙한 존재니까요. 어리다고 귀여움을 받을 수는 있는데 인정을 받지는 못해요. 막내가 한 개체가 되려면 엄청난 인정투쟁이 필요하거든요. 그나마도 징징대면서 할 수밖에 없고요. 비극적이죠. 징징징 울면서 어른이 되는 거예요.


저는 먹을 때 아직도 못 버리는 습관이 내 앞접시에 있는 것만 내 것이다, 라는 생각이에요. 일단 덜어놓고 보고요. 그래야만 안도가 돼요. 이것은 빼앗기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있는 거죠. 그런 유치함이 있는데요. 언어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고, 나만의 무엇을 갖고 싶고, 그런 마음이 소설가가 된 것에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아요.


오은 :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환절기로 구분이 되어 있잖아요. 이 가운데 한 계절의 음식만 먹는다면 어떤 음식을 선택하실지 궁금해졌어요. 저는 특히 여름과 가을 부분을 읽으면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어요. 좋아하는 음식들이 그 쪽에 많이 있더라고요. 작가님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권여선 : 저도 참 고르기 힘든데요. 꼭 한 계절만 골라야 한다면 제가 워낙 매운 걸 좋아하니까 매운 청양고추가 독이 올랐을 계절, 여름을 고를 것 같아요. 매운 고추를 먹을 수 있는 계절이니까 그걸로 온갖 요리를 해먹을 수 있잖아요.


오은 : 매운 것 저도 굉장히 좋아해요. 짬뽕도 맵고, 매운 음식은 많잖아요. 매운 음식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요?


권여선 : 저마다 맛있어서 고민인데요. 매운 단계가 있는 것 중에 좋아하는 게 아귀찜이에요.


오은 : 아.(웃음)


권여선 : 뽀얗고 결이 있는 속살에 양념 잔뜩 묻은 콩나물과 미나리를 올려서 먹은 후에 소주 한 잔 마시면 정말.


오은 : 네!


권여선 : 나중에 그 양념에 밥도 볶아 먹어야죠.


오은 :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어요. 그럼 어떤 안주를 선택하세요? 사람에 따라 다른 건가요?


권여선 : 어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과 연결이 되겠지만 추상적으로 생각하면 저는 여름엔 물냉면, 겨울엔 감자탕이에요. 그게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처음 먹었던 음식이기 때문이거든요.


오은 : 장편소설이나 단행본 책을 한 권 다 쓴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음식은 뭐가 있나요, 작가님? 뭔가 보양식이어야 할 것 같은데요. 달리 말하면 중요한 일을 해낸 나에게 먹이면 좋을 음식, 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고요.


권여선 : 단백질 먹어야 해요, 단백질. 책에 쓴 소고기 육전이 어떨까 싶거든요. 육전은 딱 눈앞에 놓고 부쳐서 먹어야 해요. 다른 데서 부쳐 갖고 오거나 하면 안 되고요. 전기 프라이팬을 앞에 두고 부쳐 먹어야죠. 거기에 삼겹살 구워 먹어도 되는데요. 뭔가를 차근차근 해서 끝냈잖아요. 그런 자신에게 좋은 소고기 한 점씩 계란물 묻혀 부치고 초간장 찍어서 날름날름 먹으면 굉장히 기쁘지 않을까요.


오은 : 반대로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어떨까요? 그때도 음식이라는 것이 힘이 돼요.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도 빵이 사람들을 위로하잖아요.


권여선 : 저 같으면 무조건 매운 것을 먹을 거예요. 청양고추 넣은 강된장에 호박잎쌈을 먹어도 좋을 것 같은데요. 혹시 매운 것을 못 드시는 분들이라면 단 것을 드셔야죠. 달짝지근한 감자가 들어간 닭조림을 드시면 좋겠어요. 마음을 일단 풀어줘야 해요. 맵든, 달든.


오은 : 지금 스튜디오 안에 있는 분들이 다들 배가 고파서 눈이 애처로워 보이는 상황이 됐어요.(웃음)
권여선: 저도 그렇습니다.


오은 : 마지막으로 deep & slow, “오늘 팟캐스트 녹음 끝나고 저녁으로 뭐 먹지?” 에 대한 답을 마지막으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야기에서, 답을 찾으셨나요?


권여선 : 이야기에서 찾았어요. 많은 음식 얘기가 나왔는데요. 그 중에 가장 저의 심금을 건드린 음식은 매운 아귀찜이에요. 오늘 저녁에 먹고 싶어요. 동네에 아귀찜 잘하는 집이 있어요. 거기는 매운맛도 5단계로 정교하게 나뉘어 있어요. 저는 4단계를 먹을 거예요.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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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오은(시인)

    2002년 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너랑 나랑 노랑』 『유에서 유』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등을 썼으며, 현재 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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