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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확실한 자넬 모네 월드

자넬 모네(Janelle Monae) 『Dirty Compu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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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이 모든 외면 받는 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그의 인터뷰에 꼭 맞게 앨범은 이번에도 무적 공감을 끌어냈다. 시각, 청각, 가치. 무엇 하나 놓치지 않은 미리 예상하는 올해의 음반이다. (2018. 0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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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 접근할 방법이 이토록 다양한 것도 실로 오랜만이다. 5년 만에 찾아온 신보는 2016년 흑인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전곡 뮤직비디오 제작으로 거대한 서사와 설득력을 확보했던 비욘세의 <Lemonade>와 같이 동명의 내러티브 필름 <Dirty computer>로 불평등한 차별에 일갈하고, 켄드릭 라마의 역작 <To Pimp A Butterfly>처럼 유색인종에게 가해지는 부당함과 나아가 사회의 모든 소수자에 대한 재고를 유발한다. 뿐만 아니다. 지난 음반들을 통해 서기 2719년, 세상을 구원하려는 로봇 인간 신디 메이웨더로 분했던 그가 이번에는 Dirty Computer 속 Jane 57821로 변해 본격적인 위기를 마주하고 끝내 승리를 성취해낸다. 조금 더 지상 세계에 근접한 모습으로 써 내려간 또 한 편의 콘셉트 앨범은 더욱 확실한 자넬 모네 월드를 창조해냈다.

 

전작 <The Electric Lady> 속 「Dance apocalyptic」 「Electric lady」 같은 시원한 고음이나 「Prime time」 「It’ cold」의 알앤비, 「Can’ live without your love」 식 재지함이 잦아든 작품은 대신 진일보한 유기성으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실제로 비치보이스의 리더였던 브라이언 윌슨의 백 보컬로 시작되는 부드러운 첫 곡 「Dirty computer」을 거쳐 처음으로 랩을 전면적으로 사용한 「Django jane」에 이르기까지 노래들은 별다른 휴지 없이 바로 연결되며 단단한 음악적 역량을 보여준다. 페이드 아웃되는 일련의 과정이 생략된 채 한 곡처럼 연결돼 몰입감을 높이는 것이다. 동시에 80년대 디스코 감성의 「Take a byte」와 리드미컬한 펑크(Funk)록 「Screwed」,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잇는 얼터너티브 록 기타튠의 인터루드 「Jane’s dream」까지 매끈하게 맞닿은 음악적 어우러짐은 음반의 견고함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여기에 일관되게 적어낸 평등과 차별의 오류를 논하는 가사는 수많은 아웃사이더들을 어루만지기 충분하다. 단 직선적이지 않고 비유와 은유를 덧댐으로써 문학적 아름다움마저 꿰어냈다. 캐나다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그라임스와 함께 한 선 싱글 「Pynk」는 여성의 성기만이 아니라 다양한 것들이 핑크색을 지녔고, 모든 이가 가장 어두운 면에 같은 색을 지님으로써 동등하고 말한다. 다분히 프린스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Make me feel」은 또 어떤가. 그간 일던 바이섹슈얼 루머에 정면 응수하며 양성애자 콘셉트의 뮤직비디오와 야릇한 가사로 성 소수자의 사랑을 긍정하고, 대표적인 남성 캐릭터 장고와 제임스 본드를 통해 남성 우월주의를 비판하는 「Django jane」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중성적 정장 스타일을 통해 다시 한번 당당한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2개의 인터루드를 제외하고 모든 곡에 이름을 올린 그의 능력만큼이나 근사한 조력자들도 완성도에 한 몫 거든다. 「Dirty computer」와 「Take a byte」에 백 보컬로 참여한 1960년대 서프 뮤직 열풍을 이끈 천재 뮤지션 브라이언 윌슨, 마찬가지로 뒤 곡에 베이스로 힘을 보탠 미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썬더켓과 통통 튀는 사운드가 돋보이는 「I got the juice」의 공동 작곡자이자 피처링에 참여한 퍼렐 윌리엄스. 작고하기 전 전체적인 사운드 메이킹에 도움을 줬다는 프린스에 더불어 미니멀한 일렉트로닉 곡 「Pynk」는 가녀린 그라임스의 보컬과 허스키한 자넬 모네의 목소리가 만나 좋은 시너지를 낸다.

 

훌륭한 음악 장인들의 아우라를 알맞게 배합하고 방향성 또한 놓치지 않은 덕에 음반은 풍부한 감정적 울림을 제시하고 오밀조밀한 구체적 세계관을 구축해낸다. 전작보다 직접적으로 본능적인 움직임을 자극할 요소는 적어졌지만 그만큼 직접적으로 인권, 성, 자유를 외친 끝에 앨범의 여파는 전에 못지않다. 몇 해 전 흑인에게 가해지는 불평등을 소재로 한 영화 <문라이트>, <히든 피겨스>를 통해 이제는 배우로서도 평등을 위한 개혁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자넬 모네. 음반이 모든 외면 받는 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그의 인터뷰에 꼭 맞게 앨범은 이번에도 무적 공감을 끌어냈다. 시각, 청각, 가치. 무엇하나 놓치지 않은 미리 예상하는 올해의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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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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