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카디 비, 좌도 우도 아닌 직진

카디 비(Cardi B) 『Invasion Of Privacy』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비유나 상징, 혹은 고차원적 멜로디 없이 성공담만으로 정상에 선 실로 오랜만의 여성 래퍼. 시대가 바뀌고 있다. (2018. 05. 02)

2.jpg

 

 

혹자는 카디 비를 영악한 아니, 매스컴을 좀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한 뮤지션이라 말한다. 실력을 중심에 놓기보다는 약간의 비아냥을 담은 어조인데 물론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동안 미고스의 멤버 오프셋의 아이를 임신한 것 아니냐는 소문에 강력한 부인으로 일갈하던 그가 앨범 발매에 맞춰 나온 홍보 무대에서 소문이 사실이었을 밝혔고, 믹스 테이프만 발매했던 시절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쇼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입담과 인스타그램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주목받는 법을 잘 아는 시대의 스타다. 다만 겉만 번지르르한 뷰파인더 속 연예인은 아니다. 이 탄탄한 앨범에 바로 그 이유가 있다.

 

역대 5번째로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한 여성 래퍼의 영예를 껴안은 음반은 카디비 인기요인을 정확하게 설파한다. 곡들은 우회하지 않는다. 좌도 우도 아닌 직진. 첫 곡 「Get up 10」에서는 9번 넘어져도 10번 일어날 것임을 소리치며 자신이 일군 성공에 대한 자부심과 안티 팬에게는 빨간불이 안 보이는 것처럼 달릴 것이라는 답변으로 응수한다. ‘이젠 춤추지 않고, 돈을 움직이게 하지’라는 생애 첫 빌보드 싱글 1위 곡, 「Bodak yellow」는 스트리퍼로 활동했던 시절을 애써 감추기보다는 드러내며 과거의 고난을 뛰어넘는 당당한 ‘쎈언니’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이처럼 주된 발화는 과시다. 포스트 말론의 1위 곡 「Rockstar」에 목소리로 기여한 21 새비지와 함께 아예 제목부터 명품 브랜드를 언급하는 「Bartier cardi」(원래 Cartier가 옳은 명이나 법적 분쟁 가능성으로 바꿨다)는 다이아몬드, 스포츠카,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낮은 톤의 피처링과 파워풀한 카비디의 래핑으로 강렬하게 풀어낸다. 전형적인 카디비식 플로우를 보여주는 「Money bag」에서도 자기 자랑은 끝나지 않는다. 라이벌로 언급되는 니키 미나즈가 댄스팝, 일렉트로니카 등의 장르를 취하며 불호 팬 섭력을 노렸다면 그는 대체로 트랩을 통해 내 프라이드 세우기에 바쁘다.

 

21 새비지, 댑 댄스와 삼연음 플로우를 흥행시킨 미고스, 믹스 테이프만으로 그래미 신인상을 최초로 거머쥔 챈스 더 래퍼, 떠오르는 알앤비 싱어 시저와 켈레니, YG까지 호화로운 조력자를 곁에 둔 탓일까. 트랩과 자전적인 이야기, 성취로 일관하던 음반은 몇몇 곡에서 힘겨루기에 실패한다. 이러한 양상은 대체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노래에서 나타나는데 미고스 피처링의 「Drip」은 그들의 히트곡 「Bad & bougee」과 연장선상에 놓여있으며, 배드 버니, J 발빈과 라틴팝 열풍에 합세한 「I like it」는 앨범에서 가장 튀는 부분이다. 각자 최고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챈스 더 래퍼가 부드럽고 묵직한 목소리로 쫀쫀한 래핑을 선보이는 「Best life」 역시 주객이 전도돼 보인다.

 

그렇다면 음반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건 처음부터 성공의, 돈을 위한, 카디 비에 의한 성 관념 깨부수기에서 기인한다. 스스로를 진정한 bitch라 칭하며 내게 가짜는 가슴뿐이라는 코믹한 가사에 웃음 짓다가 「I do」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 금방 끝날 것이라던 나의 성공 시대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잖아 라는 의기양양함에 모종의 존경과 찬양을 보내게 된다. 내숭 없이 드러낸 자기 고백에 취하다 보면 최고의 뮤지션을 통해 노린 상업적 전술도 이해하게 된다. 비유나 상징, 혹은 고차원적 멜로디 없이 성공담만으로 정상에 선 실로 오랜만의 여성 래퍼. 시대가 바뀌고 있다. 13개 수록곡 모두를 빌보드 싱글 차트에 차트인 시키며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카디 비의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박수진(muzikism@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전작에서 질병의 사회적 측면을 다룬 김승섭 교수가 이번에는 의학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고찰했다. 의학도 다양한 이해 관계가 경합하면서 만들어진다. 이 책은 몸을 둘러싸고 벌어진 치열한 담론을 소개하는 한편,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올바른 인식의 가능성을 고민했다.

'영혼의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신작 소설!

진정한 내면 탐구를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히피 여행'을 떠난 파울로는 우연히 카를라를 만나 함께 네팔 카트만두행 ‘매직 버스’에 탑승하며 두번째 히피 순례를 시작한다. 버스 안에서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길동무를 만나고, 마법 같은 인생의 진리를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평범한 다정 아저씨의 특별한 한 가지

키도, 얼굴도, 옷차림도 평범한 다정 아저씨에게 조금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길다는 거죠. 다정 아저씨는 왜 머리카락을 기를까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특별함을 지키는 용기와 따뜻한 나눔의 마음이 담긴 그림책입니다.

2019년, 투자의 기회는 다시 올 것인가?

대한민국 3대 이코노미스트와 인기 팟캐스트 <신과함께>가 함께한 경제 전망 프로젝트. 세계 경제의 흐름부터 부동산 및 주식시장, 금리와 환율 등 자산시장의 변화를 분석 전망하고, 다가올 거대한 변화 속 투자의 기회와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