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렌트>는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예술가들의 치열한 삶을 그린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창작자인 조나단 라슨이 직접 마주한 시대의 불안과 열정을 무대로 올린 <렌트>는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 1990년대 기득권이 외면했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며 청춘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무대를 에너지로 가득 채우는 5인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더불어, 록, R&B, 탱고,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넘버가 작품의 매력이다. ‘Seasons of love’, ‘Out tonight’, ‘I'll cover you’ 등 다수의 명곡이 잘 알려져 있다.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내년이면 초연 30주년을 맞는다. 국내에서는 2000년 처음 공연됐고, 올해로 10번째 시즌이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에 함께했던 미미 역 김수하, 엔젤 역 조권, 조앤 역 정다희, 모린 역 김수연, 베니 역 구준모가 다시 돌아오고, 로저 역을 맡았던 장지후는 콜린 역을 맡아 새롭게 변신한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참여한 배우들은 <렌트>에 새로운 색을 더한다. 로저 역에는 이해준, 유현석, 유태양이 캐스팅됐다. 마크 역은 진태화, 양희준이 맡는다. 미미 역에는 솔지, 콜린 역에는 황건하, 엔젤 역에는 황순종이 이름을 올렸다. 모린 역에 김려원, 조앤 역에 이아름솔이 함께한다.
이해준은 “로저 세 명이 다 뉴 캐스트여서, 세 명이 머리를 맞대고 캐릭터에 대해 고민했다”며 "로저는 누구보다 사랑을 원하지만 내면의 상처로 인해 스스로를 가둔 인물이다. 로저가 마음을 열고 닫는 과정을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현석은 "<렌트>의 연습 방법이 처음 접하는 방법이어서 새롭고 신선했다. 연습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점이 낯설었지만 그 과정을 거치니 배우가 아닌 캐릭터로서 서 있다는 게 느껴져서 신기했다"고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태양은 “긴장감과 설렘을 가득 품은 채로 시작했다. 연습할 때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한계를 넘어야 하는 도전처럼 느껴졌다. 많은 분의 도움을 받으며 인물을 만들었다. <렌트>에 합류하게 돼 영광”이라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솔지는 "이렇게 좋은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안에 있는 미미를 꺼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나에게 없는 줄 알았던 거침 없고, 사랑에 솔직한 모습을 미미를 통해 만나게 됐다. 김수하 배우가 많은 도움을 줘 고마운 기억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김수하는 "제가 미미를 처음 만났을 때, 미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래서 언니가 더 빨리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다시 이 작품에 출연하는 게 맞을까, 좋은 기억으로 두는 게 맞지 않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미미를 만나게 되면서 새롭게 찾아가고, 경험하고 있다.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양희준은 “마크는 왜 다큐를 찍을까 라는 질문부터 시작했다. 친구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허구의 이야기보다 더 기구하고 무겁다고 느꼈기 때문에, 마크는 친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것 같다. 아름다운 모습뿐만 아니라 어둡고 깊은 모습까지 담고 싶었을 것”이라고 캐릭터의 행동을 설명했다. 진태화는 “<렌트>는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더더욱 사랑을 외친다. 특히 마크는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겪는 인물이지 않나. 그 과정을 마주 볼 자신이 없어서 카메라 뒤에 숨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은 “지난 시즌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온 느낌,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엔젤로서 특별한 감정과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 배우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연습했다. <렌트>만이 주는 특별함이 있어서,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공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작품에 다시 출연하는 소감을 전했다. 황순종은 <렌트>를 ‘박물관에 걸린 사진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하며 “처음에는 이 작품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제는 정말 좋아한다. 이 작품은 저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황건하는 “많은 배우들이 꿈꾸는 작품이고, 학창 시절부터 불러 온 노래가 담긴 작품”이라며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게 됐을 때 느껴지는 무게감이 다르다. 그 무게감이 덜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 숨 쉬겠다”고 다짐했다. 장지후는 “연습실에 100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갔다면, 처음에는 그 에너지의 절반을 로저를 지우는 데 썼다. 로저의 음악이 들리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라며 “그 후 더 많은 에너지를 가져가서 콜린을 만들었다. 제가 가진 정서나 음악적 색깔이 콜린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콜린을 하게 돼 행복하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하겠다”고 전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당시 <렌트>를 처음 접했다는 이아름솔은 "<렌트>는 청춘들의 열정과 패기, 에너지를 느끼게 해줬던 작품이다. 그 무대를 보며 나도 언젠가는 멋진 무대에서 열정적인 연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렌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30대가 돼서 <렌트>를 만나니 열정과 패기뿐만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삶의 고난과 역경의 무게를 섬세하게 들여다봐야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세 시즌 연속 조앤 역을 맡은 정다희는 “점점 깊이가 달라진다. 요즘 가장 크게 든 생각은 '너무 슬프다'는 것이다. 입시생 때 <렌트>를 꿈꾸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때 꿈꿨던 <렌트> 속 인물들은 나이를 먹지 않고 그대로인데, 나는 나이를 먹지 않나. 그 슬픔을 작품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가 알던 <렌트>가 아닌 또 다른 <렌트>가 보였다”고 말했다.
김수연은 “지난 시즌 처음 참여했을 때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부담감, 책임감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마음이 조금 덜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며 “이전의 나를 지우고 지금의 나로서 새롭게 접근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받으며 관객들과 호흡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다시 <렌트>를 만난 소감을 전했다. 김려원에게도 <렌트>는 꿈의 공연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나중에 꼭 해보고 싶다'고 말한 작품을 진짜 하게 된 건 <렌트>가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 멋진 배우들과 무대에 선다는 게 감격스럽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는 작품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유일한 원 캐스트로 <렌트>의 모든 공연을 함께하는 구준모는 “지난 시즌에도 원 캐스트였으니, 이번 시즌은 연습할 때부터 자신 있었다. 그런데 제 장면을 연습하는 걸 본 연출님이 자기 영역 표시만 하고 나가는 것 같다는 말을 하더라. 내가 익숙함에 속아서 섬세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더욱 섬세하게, 베니가 친구들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진심 어린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수하는 초연 이후 약 30년이 흐른 <렌트>가 이 시대의 관객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민, 상처,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가 하는 고민을 무대 위 캐릭터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고, 함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뮤지컬 <렌트>는 오는 2026년 2월 22일까지 코엑스 아티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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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희
뮤지컬 전문 매체 <더뮤지컬> 기자. 좋아하는 건 무대 위의 작고 완벽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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