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업계에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가을부터 봄까지가 정규 시즌으로 분류되며, 여름은 상대적으로 공연이 줄어드는 시기다. 특히 유럽의 경우, 여름에는 대부분 긴 휴가를 가기 때문에 많은 공연장이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문을 닫는다. 오페라 하우스나 콘서트홀들은 이 시기를 휴관 기간으로 삼아 재정비와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그렇다고 여름이 공연의 공백기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유럽 전역에서 각종 여름 음악 페스티벌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특히, 여름 음악 페스티벌은 숲 속, 고성, 호숫가 등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아 휴가와 음악을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 무엇보다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최고의 음악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며, 오픈 리허설, 마스터클래스, 작곡가 세미나,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 및 교류 프로그램들이 함께 운영되어 관객들은 보다 깊이 있게 음악과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만약 올해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음악 페스티벌을 일정에 포함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 무대에서 세계 최고의 솔리스트, 지휘자, 오케스트라를 만나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 무대가 깊은 숲 속, 유서 깊은 수도원, 혹은 알프스의 산자락이라면 더욱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
개막을 앞두고 있는 유럽의 대표적인 야외 음악 페스티벌을 소개한다.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7월 16일~8월 3일
베르비에 페스티벌 2025 공식 영상 캡처
베르비에 페스티벌(Verbier Festival)은 매년 여름 스위스의 산악 마을 베르비에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이다. 1994년 시작되어, 실내악과 독주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뛰어난 연주자 라인업으로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여름 음악 페스티벌이다. 거장들 무대뿐 아니라 젊은 음악가들 그리고 주목할만한 신예들의 무대 또한 준비되어 있다. 특히 다양한 마스터클래스, 워크숍,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 음악가들을 발굴하는 것도 이 페스티벌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올해 베르비에 페스티벌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손민수 그리고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과 같은 한국 음악가들의 무대 또한 만날 수 있다. 예프게니 키신, 마르타 아르헤리치, 미샤 마이스키 같은 거장들의 특별한 실내악 무대도 준비되어 있다.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8월 12일~9월 14일
루체른 페스티벌 2025 공식 영상 캡처
루체른 페스티벌(Lucerne Festival)은 스위스를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로, 루체른 호숫가에 위치한 KKL 콘서트홀과 야외 무대 등에서 열린다. 1938년 시작된 역사가 깊은 음악제 중 하나로, 실내악 위주의 베르비에 페스티벌과는 달리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이 대거 참여하는 심포니 콘서트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하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루체른 페스티벌의 주요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핵심 악단으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드 파리, 베를린 필, 빈 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들이 참여하는데 협연자로는 랑랑, 조성진, 마르타 아르헤리치, 재닌 얀센, 안드라스 쉬프 등 최고의 솔리스트들이 무대에 오른다. 한편, 바이올린 여제 안네 소피 무터가 바로 이곳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지휘 아래 화려하게 데뷔한 바 있다.
루체른 페스티벌은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2003년부터 현대음악 아카데미를 개설해 마스터클래스, 공개 리허설, 세미나 등을 통해 20-21세기 음악 교육에 집중해 왔다. 2021년에는 아카데미 수료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현대음악 전문 오케스트라인 LFCO(Lucerne Festival Contemporary Orchestra)를 창단해, 신작 초연과 현대 레퍼토리 연주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작곡 세미나에서는 디터 암만과 진은숙이 멘토로 참여해 젊은 작곡가들과 교류하며 창작을 지원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7월 18일~8월 31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2024 공식 영상 캡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 Festival)은 1920년 시작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클래식 음악 축제로, 올해로 105주년을 맞는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데 특히 오페라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해 여름 6주간 펼쳐지는 이 축제에서는 모차르트, 벨리니, 베르디 등의 고전 오페라는 물론 현대 음악극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방문을 꿈꾸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 페스티벌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이 예술감독을 맡으며 더 유명해졌는데, 그는 1956년부터 30년 넘게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며 빈 필하모닉과 함께 이 축제를 세계적인 무대로 성장시켰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축제 기간 동안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도 함께 열리는데, 이는 신예 지휘자들에게는 등용문으로 여겨진다. 2023년에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지휘자 윤한결이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 있다.
프랑스 라 로크 당테롱 피아노 페스티벌: 7월 19일~8월 17일
공식 홈페이지
라 로크 당테롱 피아노 페스티벌은(Festival International de Piano de La Roque d’Anthéron)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의 라 로크 당테롱에서 매년 여름에 열리는 피아노 음악제다. 이 지역의 역사적인 공간인 샤토 드 플로랑의 공원과 인근 수도원 등을 주 무대로, 자연과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클래식은 물론 재즈, 현대음악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지만, 무엇보다도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을 만날 수 있는 피아노 중심 축제라는 점이 흥미롭다.
당 타이손, 아르카디 볼로도스, 미하일 플레트네프, 니콜라이 루간스키 같은 거장들의 무대, 비킹구르 올라프손, 그리고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브루스 리우, 임윤찬, 스미노 하야토 등 젊은 스타 피아니스트들의 무대, 특히 2025년 롱티보 콩쿠르 우승자 김세현의 무대도 예정돼 있어 차세대 피아노 스타들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축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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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점원 (뉴스레터 '공연장 옆 잡화점')
클래식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클래식 공연 기획자들이 직접 무대 비하인드 스토리와 음악,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