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화살로 어둠의 심장을 쏘리라
이현 장편동화 『일곱 개의 화살』
이 책은 용마의 아이들의 모험담이에요. 사실 용마와 아이들은 우리 설화 ‘아기장수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얻었어요. 불의한 세상을 바로잡을 어린 영웅 아기장수는 비겁한 어른들 때문에 비극적으로 죽어요. (2017.07.17)
10여 년 넘게 읽히는 동화 『짜장면 불어요』와 『장수 만세』, 본격 SF 창작동화 『로봇의 별』에서부터 최근작 『푸른 사자 와니니』, 『플레이 볼』까지 다양한 창작의 스펙트럼을 펼치는 작가 이현의 신작 장편동화가 출간되었다. 힘 있는 캐릭터와 촘촘한 얼개, 인간에 대한 부지런한 탐구를 토대로 한 생생한 묘사를 통해 실체 있는 감동을 건네는 작가의 특기는 이번 작품 『일곱 개의 화살』에서 그 절정을 보여준다.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구축한 장대한 스케일의 세계, 그 안을 종횡무진 누비며 이어지는 긴장감 있는 서사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흔치 않은 책 읽기의 쾌감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제 막 활을 가져도 좋을 나이가 된 세 아이, 마라와 동돌, 이도다. 어쩌면 아직 어리고 어쩌면 어떤 일이라도 해 낼 수 있는 열두 살, 그해의 오월제에서 최고의 궁수가 되기만을 꿈꾸던 아이들의 평화 앞에 갑작스레 드리운 검은 회오리. 『일곱 개의 화살』은 짙은 어둠이 집어삼킨 세상이어도 어딘가에는 반드시 존재하는, ‘빛’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 이현은 1970년 부산 출생으로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어쨌거나 내일은 오늘보다 멋질 거라 믿으며, 동화 『짜장면 불어요!』, 『장수 만세!』, 『오늘의 날씨는』, 『로봇의 별』, 『마음대로봇』, 『나는 비단길로 간다』 등을 썼다. 제13회 전태일 문학상과 제1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창작 부문 대상, 제2회 창원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어떤 계기로 작가가 되셨나요? 작가로 사는 삶의 어떤 순간이 가장 행복한가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언어공주를 그림책으로 처음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어요. 창문을 등지고 앉아서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읽고 있었는데, 방안이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어쩐지 몹시 슬퍼졌던 기억이에요. 초등학교 때까지도 그랬고, 중학교에 가서는 만화에 푹 빠져 지내기도 했지만, 대체로 책을, 그중에서도 문학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마음뿐, 대학에 가고 직장에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생활에 쫓기며 지냈어요. 그러면서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어요. 문득문득, 이건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서른다섯이 되었을 때, 정말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저는 사실 작가로 사는 일이 좋아요. 작품이 잘 안 풀려서 괴롭기도 하고, 출판계의 불황이 갑갑하기도 하죠. 그래도 글을 쓰는 일은 여전히 좋아요. 글이 안 풀려서 죽을 만큼 괴롭다고 느끼는 순간에조차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요. 그러니 글을 쓰는 일 자체가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많은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스토리의 동화책을 많이 쓰셨어요. 청소년책도 있고요. 주로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를 구상하시나요? 그동안의 작품의 소재와 장르가 모두 다양해서, 이야깃거리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궁금해요.
이야깃감을 찾는 방법은 그야말로 그때그때 달라요. 제가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초등 야구부 이야기 『플레이볼』을 썼고, 동네에서 산책하다 만난 들개들을 보고 『악당의 무게』를 썼어요. 『푸른 사자 와니니』는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얼마 전에는 남춘천역에서 내려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출구로 나가는데,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돌아보니 바로 뒤에 있던 사람이 사라졌더라고요. 좀 전까지 바로 뒤에 인기척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아, 이렇게 시작하는 추리동화를 써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이렇게 작품마다 구체적인 동기는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싶어요. 그게 작가로서의 욕심이고 또 한편으로는 책임이라고도 생각해요.
이번에 쓰신 『일곱 개의 화살』의 소재가 참 신선했어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이면서도 전체 이야기의 주제는 성인이 읽어도 울림을 줄 만큼 깊더라고요. 이 이야기는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는지요?
제가 원래 판타지를 좋아해요. 우에하시 나호코의 『야수』나 톨킨의 『반지의 제왕』 그리고 해리포터 시리즈는 몇 번씩 읽었죠.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판타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린이들을 만나 봐도 판타지, 그중에서도 시리즈로 나오는 장편 판타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더라고요. 아마 웹소설 류의 판타지를 기대하는 것일 테죠. 사실 그런 판타지들은 어른들이 보기에 그리 바람직한 내용은 아니에요. 그러니 제대로 된 장편 판타지가 필요하다 싶었어요. 더욱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다른 작업을 해 가면서 틈틈이 우리 신화를 공부해 왔어요. 제가 판타지를 좋아하다 보니 더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좋은 판타지를 쓰고 싶어요.
『일곱 개의 화살』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짧게 소개해 주세요.
이 책은 용마의 아이들의 모험담이에요. 사실 용마와 아이들은 우리 설화 ‘아기장수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얻었어요. 불의한 세상을 바로잡을 어린 영웅 아기장수는 비겁한 어른들 때문에 비극적으로 죽어요. 하지만 용마는 끝까지 아기장수를 위해 울고, 사람들은 언젠가 아기장수가 되돌아올 거라고 믿지요. 바로 그 아기장수처럼 어둠을 밝혀 줄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곁을 지키는 용마가 작품의 주인공이에요. 구체적으로는 과하마 우레 그리고 마라와 동돌과 이도 왕자입니다.
그중 마라는 올해 열두 살로 마을에서 가장 활을 잘 쏘는 여자아이예요. 원래 불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하도 ‘마라’ 소리를 들어서 그게 그만 이름이 되어 버렸어요. 하지 마라, 싸우지 마라, 덤비지 마라의 그 ‘마라’예요. 그만큼 호기심 많고 겁 없고 독립적이고 고집 센 아이예요. 옳다고 믿는 일에 대해선 겁 없이 달려들지요.
마라의 쌍둥이 오빠인 동돌은 어려서 다치는 바람에 다리를 절고 성격도 내성적이에요. 마라와는 달리 만날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요. 그렇지만 생각이 깊고 강한 영혼을 가진 아이예요. 마라, 동돌과 같은 밤에 태어난 이도는 왕자지만 순한 성격에 소박한 성품을 가졌어요. 왕자라고 으스대기보다, 왕자라는 자리에 대한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는 의젓한 왕자예요. 그리고 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강은 구미호인데, 여느 옛이야기에서의 구미호와는 좀 달라요. 『일곱 개의 화살』 속 구미호는 산의 영혼에서 비롯되어 산을 지키는 존재예요. 이 아이들이 태초부터 세상을 떠도는 어둠의 기운에 사로잡힌 왕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예요. 스스로 빛이 되어 어둠을 밝히는 이야기지요.
캐릭터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마라입니다. 사실 동화 속 여자아이들에 대해 좀 불만이 있어요. 곰곰이 살펴보면 동화의 주인공은 남자아이들이 더 많아요. 모험 이야기는 더욱 그렇지요. 남자아이들은 주인공 그중에서도 모험의 주인공이 되는 데 비해, 여자아이들은 보조적인 주인공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요. 주인공이라 해도 밖으로 달리기보다, 자기 안의 고민에 갇혀 있는 경우가 더 많지요. 주인공뿐만 아니라 대체로 모든 인물들이 그래요. 남자애들은 씩씩한 장난꾸러기, 여자애들은 새침한 깍쟁이로 그려지지요. 우리 사회는 이제 맞벌이 가정이 더 많은데도, 여전히 동화에서는 엄마는 전업주부, 아빠는 직장에 다니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여자아이에게 주인공을 맡기곤 했어요. 『로봇의 별』이나 『나는 비단길로 간다』처럼 밖으로, 멀리 달리는 이야기일수록 더욱 그랬어요. 『일곱 개의 화살』도 그랬지요. 장편 판타지를 쓰겠다, 마음먹는 순간부터 씩씩한 여자아이 주인공을 생각했어요.
『일곱 개의 화살』을 아직 읽지 않은 친구들에게 책을 짧게 소개해 주세요.
마라의 세상에 이런 전설이 있어요. 세상이 처음 생겨났을 때, 하늘에는 일곱 개의 태양이 떠 있었대요. 그 바람에 너무 뜨겁고 메말라 살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활을 잘 쏘기로 이름난 일곱 아이가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기로 했어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명의 아이가 활을 쏘아 태양에 명중시켰어요. 그리고 일곱 번째 아이가 활을 쏘려는 순간, 여섯 번째 아이가 팔꿈치로 일곱 번째 아이를 툭 쳤어요. 공연한 심술을 부린 거예요. 그 바람에 일곱 번째 화살은 태양을 빗나가 어딘가로 사라졌어요. 그 덕분에 일곱 번째 태양은 무사히 남아서 지금까지 세상을 밝히고 있어요.
마라와 동돌 그리고 이도는 그 일곱 번째 화살을 찾아 어둠의 심장을 쏘려는 아이들이에요. 그러느라 이승의 끝을 지나 황천강을 건너 저승까지 다녀오는 모험담이에요. 산의 영혼인 구미호, 용이 되지 못한 불덩이 강철이, 여러 이승을 넘나드는 용마, 그리고 어둠이 깃든 검벌레들… 신비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판타지입니다.
‘작가’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책을 쓰신 적이 있는데요, 작가란 직업이 어떤 건지 잘은 모르지만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학교에 강연을 가면 어린이들이 꼭 이런 질문을 해요. 작가는 얼마나 벌어요? 그래서 제가 인세에 대해 설명하면, 어린이들은 몹시 실망하곤 하지요. 너무 적게 번다고 생각하나 봐요. 사실 작가는 일반적으로 돈을 많이 벌거나, 쉽게 버는 직업은 아니에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지금껏 작가들 중에서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사람은 본 적 없어요. 작가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사람도 본 적 없고요. 작가는 이야기를 짓는 사람이지요. 어떤 이야기가 되었든, 그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에요. 매번 새롭고 매번 신기한 일이죠. 작가가 되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지금껏 세상에 없었던 나만의 이야기에 도전해 보기 바라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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