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내가 재미없으면 독자들이 금방 눈치채”
『허영만의 만화일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짬짬이 그린 일기가 책으로 엮이다
이번에 출간한 『허영만의 만화일기』 1, 2권에는 2011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화실 끼니를 책임지는 새로운 면모와, 골프 초심자를 위한 ‘핸디캡 8 만들기’ 페이지 부록 등 허영만 화백의 다양한 모습이 나타난다.(2017.07.07)
7월 5일, 서울 종로 식객촌 무명식당에서 『허영만의 만화일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오랜 세월 『각시탈』 『비트』 『타짜』 『꼴』 『식객』 등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만화’를 그려온 허영만은 이번에 본인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나타났다. 2012년부터 그린 만화 일기를 책으로 묶어 『허영만의 만화일기』를 낸 것. 숨 가쁘게 마감을 맞추는 중에도,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대중교통 안에서도 그의 펜은 멈출 줄 몰랐다. 그림이 좋고 만화가 좋았다.
“이전에 어디 여행 가서도 항상 여행기를 글로 안 쓰고 만화로 남겨놨어요. 2013년에 『바람의 사상』이라는 고은 선생이 쓴 일기를 읽었는데 참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고은 선생은 글을 잘 썼으니까 글로 일기를 쓰고, 나는 대신 만화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지금 쓰고 있는 일기는 36권째입니다.”
처음에 허영만은 자신의 일기를 출판할 생각이 없었다. 청탁을 받아 그린 게 아니라 본인이 재밌어서,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그리는 걸 보고 즐거워하니까 또 그렸다. 고등학교 후배였던 출판사 대표가 책을 내자는 제안으로 독자들도 그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나하고 내 주위 사람들만 재밌나 해서 회람을 시켜봤어요. 그랬더니 빠르게 그림을 그릴 때 알아보기 힘든 글씨만 빼놓고는 다 재밌다고 했어요. 우리 딸은 ‘아버지 만화 그리지 말고 만화 일기만 그리라’고 했어요. (웃음) 그래서 자신 있게 내놨는데 요즘 워낙 책을 안 보는 시절이라….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이 올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책을 펴보면 종이를 가득 그림과 글이 때로는 흐릿하게, 때로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게 흐트러져 있다.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롯이 그리고 싶은 내용과 감정을 그린 까닭이다. 독자들은 읽기 힘들 수도, 혹은 은밀한 작가의 세계를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허영만은 “일기에는 ‘19금’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 1, 2권에는 뺐다”며, 나중에 민감한 내용만 모아서 따로 별책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주제를 다뤘던 만큼 허영만의 작품에는 탄탄한 취재와 치밀한 자료조사가 빠지지 않는다. 이야기가 꽉 잡혀 있는 기존의 서사와 다르게 자신의 이야기를 묶어내는 작업은 어땠을까?
“그리는 내가 재밌어요. 일반 독자에게 보여주는 만화도 나 자신이 재미없으면 독자들이 금방 눈치채요. 재밌게 그려야지 독자들이 다가오는데, 이건 나 혼자 좋아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것도 없었어요. 말 그대로 개인적인 일기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허영만의 만화일기』 1, 2권에는 2011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화실 끼니를 책임지는 새로운 면모와, 골프 초심자를 위한 ‘핸디캡 8 만들기’ 페이지 부록 등 허영만 화백의 다양한 모습이 나타난다. 나머지 일기는 두 달 간격으로 계속 출간할 예정이다. 현 70세지만 ‘영원한 현역’이 되고 싶다는 허영만은 다음 작품에 대한 힌트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 1월에 『커피 한 잔 할까요』 연재를 끝내고 주위 친구들에게 ‘이제는 마감 있는 만화, 경쟁하는 만화는 안 그리겠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문하생도 해체하고 화실도 해체하고 넉 달 정도 놀았는데요, 두 달까지는 어찌어찌 놀았는데 어느새 뭘 또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지금은 주식 만화를 준비합니다. 흔하게 이야기가 들어가는 주식 만화가 아니고 진짜로 3,000만 원을 투자해서 다섯 명의 자문단이 주식에 투자해 증감을 바로 보여주는 만화가 될 예정입니다.”
현재 ‘삼천만 원’이라는 가제를 붙인 이 작품은 예스24에서 연재할 예정이다. 실제로 돈을 투자하는 방법과 이유를 2주의 간격을 놓고 거의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만화다. 『허영만의 만화일기』와 마찬가지로, 연재의 끝은 정해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볼 기회는 많아 보인다.
대충 그리지 말자. 그림이 늘지 않고 이상하게 변할 수 있다. 요즘은 어디서나 스케치북을 꺼낼 수 있게 무장하고 다닌다. 잘하고 있다. 만화가는 만화를 손에서 떼면 안 된다.
- 『허영만의 만화일기』 2권,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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