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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모두의 꿈을 지키기 위해

『네, 호빵맨입니다』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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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문장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용기를 얻었어요. 이어서 생각했답니다. ‘이런 책을 나만 읽고 끝낼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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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나는 호빵맨을 알지 못했다. 아니, 동글동글한 얼굴에 빨간 볼을 하고 펄럭이는 망토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알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내가 아는 호빵맨의 전부였다. (작곡가이자 가수이기도 한 어느 방송인의 얼굴도 떠오르는데, 이건 별개의 이야기로 두자.) 여하튼 마냥 행복하게만 보였던 호빵맨이 이렇게나 눈물겨운 사연을 안고 있었을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머릿속을 더듬어봐도 이 책과 처음 만난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도대체 나는 어떤 키워드를 검색해서 이 책을 불러냈을까. 그러고는 (호빵맨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마존 원클릭’ 주문 버튼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클릭했을까. 책은 빠르게도 도착했다. 보통 나는 출간 일정이 잡힌 책을 편집할 때, ‘검토용 도서’도 함께 검토하는 일을 버거워하곤 했다. 언제나 마음이 빠듯한 까닭이다. “당장 이 책을 내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언제 나올지도 모를 책을 미리 준비하라고요?”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이렇게 말하면 미안하지만, 당시 붙잡고 있던 책보다도 이 책 몇 줄과 마주하는 시간이 더 기다려졌다.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구석이 있었으니까. 어떤 날에는 위안을 주었고, 어떤 날에는 놀라움을 주었다. 기쁨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나라는 사람은 어쩜 이리도 편협하고 서글픈 사고로 일과 사물과 사람을 대해왔는지. 호빵맨은 곤란에 빠진 친구를 만나면, “호빵 한번 먹어볼래?” 하고 자신의 얼굴을 떼어내 먹인다. 그러곤 힘을 잃고 만다. ‘자신을 희생할 각오 없이 정의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심오한 기치 아래 움직이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영웅. 그의 모습이 성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구나. 이런저런 일로 허덕이던 나는 이 책을 덮으며 용기를 얻었다. 진부한 문장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용기를 얻었어요. 이어서 생각했답니다. ‘이런 책을 나만 읽고 끝낼 수는 없지.’

 

하나의 중심 이야기만을 전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종합 선물세트인 양 이것도 저것도 그득그득 담아 양손 가득 전하는 책이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책은 후자에 속했다. 오랜 세월 호빵맨을 그려온 원작자의 말과 글을 모은 만큼, 그리고 그가 사뭇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독특한 고집을 가진 만큼 이 책은 펼칠 때마다 서로 다른 구절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정의와 선악을 내세우는 건 어때?” “일과 삶의 방식을 강조하는 게 낫지!” “다 아니야. 사람들은 호빵맨 이야기를 궁금해한다고.” “사랑과 용기는 잊은 거야?”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했건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꿈이라든가, 희망이라든가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기엔 낯부끄럽고 삭막한 시대가 되어버렸다고. 아아. 가만 생각해 보니, 이 책의 좋은 점은 바로 이러한 새삼스러운 삶의 요소를 새삼스럽지 않게 전하는 데 있었다. 아흔넷의 연배에도 여전히 호빵맨을 그린 저자는 말한다. “인생은 실의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결코 꿈을 버리지는 않았다.”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두드리는 이 책의 다양한 메시지는 어쨌거나 다정한 손길을 타고 독자를 향한다. 오늘은 이 구절이 나를 울렸지만, 내일은 또 어떤 구절이 울릴지 모른다. 이 책 『네, 호빵맨입니다』의 원제는 ‘내일을 여는 말’이다.

 

저자의 그것에는 비할 바 아니겠지만, 나 또한 진한 애정을 담아 독자 여러분께 이 책을 보낸다. 부디 팔랑팔랑 넘어가는 페이지에서 저마다의 꿈과 기쁨, 그리고 용기를 발견하시길.

 

“아아 호빵맨 상냥한 너는 가라! 모두의 꿈을 지키기 위해.” (호빵맨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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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혜지(지식여행 편집자)

아아. 띄어쓰기가 세상에서 가장 어렵습니다.

네, 호빵맨입니다

<야나세 다카시> 저/<오화영> 역11,400원(5% + 2%)

“어릴 적 추억의 만화, 호빵맨.” 가슴 뭉클한 에세이로 한국 독자를 찾아오다! “용감한 어린이의 친구, 우리 우리 호빵맨.” 어린 시절 한번쯤 흥얼거린 적이 있는 이 노래의 주인공은 동글동글한 얼굴에 빨간 볼, 펄럭이는 망토로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곤란에 빠진 친구를 만나면, “호빵 한번 먹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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