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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원인은 외로움, 나를 사랑하는 방법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박진영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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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스트레스만 잘 견디면 인생이 괜찮아질 거라고 여기지만 사실 우리 인생에서는 삶이 뒤집힐 정도로 큰 부정적인 사건은 자주 발생하지 않아요. 반면 출근길의 지옥철, 직장 상사의 잔소리 같은 일상의 사소하고 작은 나쁜 일들은 우리 삶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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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즉시 20~30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 있다. 바로 세상살이와 자존감에 관한 심리학 연구를 쉽게 풀어낸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이다. “아직도 난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번 시험에서 떨어지면 내 인생은 망하겠지?” “완벽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거야.”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 사는 게 과제로 다가오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는데, 벌써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하는 독자들이 꽤 보인다.


『눈치 보는 나, 착각하는 너』, 『심리학 일주일』에 이어 세 번째 책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로 돌아온 박진영 작가. 그녀에게 전작보다 더 많은 공감을 끌어내고 있는 이 책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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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이 가벼우면서도 선행된 연구 목록을 뒤에 싣는 등 가볍지 않게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쓰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쓰셨는데, 어떤 점에서 위로를 받으셨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아무래도 공부하다 보면 제가 많이 고민하던 부분들, 저와 상관있는 이야기들에 대해 주로 더 공부하게 되고 연구들도 관련해서 많이 찾게 되는데요, 개인적으로 좀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면서 ‘인간이 힘든 시간을 견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삶의 의미는 뭘까?’ 등의 질문들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연구들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들을 이야기로, 책으로 정리하면서 ‘그래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우리에겐 이런 힘이 있구나’ 하면서 저 자신이 더 깊이 납득하게 되고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중독의 원인을 외로움에서 찾은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관련 연구를 소개해 주신다면 뭐가 있을까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상관’ 연구가 많아요. 예컨대 책에 소개된 것처럼 외로운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음식과 도박에 탐닉한다든가 하는 등의 연구요. 실험을 통해 인과관계를 밝힌 연구들은 주로 ‘쥐’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 그중에는 사회관계에서 소외되어 외롭게 만든 쥐들이 좋은 관계를 맺고 자라난 쥐들에 비해 중독 물질에 노출되면 비교적 쉽게 단 한 번의 노출로도 바로 중독이 되며, 중독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웠음을 밝힌 연구들이 있어요. 또 소외된 쥐의 뇌를 관찰한 결과 도파민(쾌감, 보상, 학습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 뉴런이 뇌의 여러 활동에 훨씬 빨리 반응한다는 점을 발견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소외된 쥐의 뇌는 조금이라도 쾌감을 줄 것 같은 단서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해석이 나왔어요. 즉 척박한 환경에 놓인 쥐는 환경이 부족한 만큼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줄 것 같은 무엇을 항상 갈구하는 상태가 되며 이에 훨씬 강하게 매달리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일련의 발견들이 다수 있어요.


이런 연구 결과들을 미루어 생각해보면, 중독은 단순한 의지력의 문제를 넘어서 외로움과 불행 등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작은 스트레스를 무시하면 큰 스트레스보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하는 현상과 비슷한 것 같아요. 큰 스트레스 같은 경우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없애려고 하고 또 그런 고통에 걸맞은 ‘의미’를 부여하며 나름 정신적으로 극복해보려고 하는 반면 작은 스트레스는 일상 곳곳에 ‘원래 그런 거’라며 아예 무시하고 방치하기 쉬운 것이지요. 큰 스트레스만 잘 견디면 인생이 괜찮아질 거라고 여기지만 사실 우리 인생에서는 삶이 뒤집힐 정도로 큰 부정적인 사건은 자주 발생하지 않아요. 반면 출근길의 지옥철, 직장 상사의 잔소리 같은 일상의 사소하고 작은 나쁜 일들은 우리 삶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지요. 그런데 이런 부분을 무시해버린다는 건 사실 삶의 많은 부분을 그냥 포기하고 방치한다는 것과 다름 없는 거에요.


실제로 많은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의 행복도를 예측하는 것은 큰 부정적 사건들이기보다 일상 속의 소소한 부정적 사건들이었습니다. 큰 사건들이 되려 어떤 의미에서는 극복하기 쉽고(극복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언젠가는 잊게 되는 반면, 일상의 부정적 사건들은 ‘매일매일 다른 적응되지 않는 지옥(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의 말)’이거든요. 그 밖에 큰 스트레스보다 일상의 소소한 스트레스들이 쌓여서 더 큰 건강상의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하는 연구들도 있어요.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식을 통해 자신의 만족을 실현하려는 부모의 경우 부모와 자식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데요. 원인과 해결 방법을 조언해주신다면?


우선 ‘타인’을 통해서 부족한 자신의 삶을 채우려는 것은 불가능한 환상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한국의 많은 부모님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불행하게 사는 이유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그간 ‘자기 삶’이 없이 살았기 때문이거든요. 원인이 이거라면 당연히 해결 방법은 어떻게든 본인의 삶을 찾는 것이 되겠지요. ‘타인의 삶’인 자식의 삶을 통해 그걸 대리 충족하는 방법이 아니고요.


따라서 부모의 경우 자신의 존재 목적을 ‘최고의 부모’가 되는 것에서 ‘나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으로 수정이 필요해요. 물론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좋은 부모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긴 하죠. 따라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거예요. 부모 자신이 살고 싶었던 삶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찾아주는 것부터 시작해서요.


부모와 자식도 결국은 ‘남’이라는 개념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어요. ‘나는 내 삶을 살겠으니 너는 네 삶을 살아라!’ 이런 마인드가 건강한 가정의 기본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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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정하고 실행하는 단계에서 많은 사람이 멈춥니다.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을 잘 넘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구들에 의하면 단꿈에서 깨어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해요. 목표를 세울 때는 다 할 수 있을 거 같고 잘될 것만 같은 행복감에 젖어드는데, 딱 그 만족감에서 멈추게 되면 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뭔가 성취한 듯한 착각’에 빠져서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고 해요. 따라서 ‘현실’로 자신을 빨리 소환해서 구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와 ‘장애물’들이 무엇인지 고려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개념녀’의 탄생을 통제 욕구로 풀어냈습니다. 성차별의 기제와 해결 방안은 뭐가 있을까요?


가장 근본적인 것은 나와 다른 어떤 존재를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성차별에는 크게 적대적 성차별과 우호적 성차별의 두 가지가 있는데요, 전자는 말 그대로 대놓고 공격적인 차별(“이 열등한 것들!”)을 하는 경우이고 후자는 상냥한 노예주인 같은 태도입니다. 후자는 겉으로는 비교적 상냥하고 여성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은 여성을 독립적인 존재로 보기보다 자신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죠. 그리고 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여성(주로 순종적인)’의 기준에 맞는 사람에게만 상냥하게 대하는데, 그 기준에 벗어나는 여성에 대해서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대적 차별과 우호적 차별은 구체적 양상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결국 여성을 ‘같은 독립적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결국 여성도 나와 같은 자아와 각종 욕구를 가진 ‘인간’이며 누군가의 통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게 필수적이죠.

 

우리는 모두 ‘준비된 갑’이라는 말은 일견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합니다. ‘갑’보다는 ‘을’에 자신을 위치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갑질’의 심리적 기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권력관계에 민감한 ‘사회적 동물’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짝지어서 직장상사, 부하 역할놀이를 시켜도 금방 갑질이 일어나는 등 ‘상대적’으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에게 횡포를 부리는 현상이 매우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그런 현상을 보고 있으면 갑질이 거의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언제나 준비된 잠재적 갑들이지요. 직장에서는 말단이어도 식당 종업원 앞에서는 갑일 수 있으니까요. 특히 권력에 대한 욕구가 높거나 평소 억압을 많이 당해 권력감을 회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때 갑질이라는 잘못된 방식을 통해 권력감을 충족하는 경우도 흔히 있는 것 같아요.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늘 깨어서 자신이 권력욕을 마구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권력욕을 잘못된 방식으로 충족하고 있진 않은지 자신을 ‘감시’하는 거겠죠.

 

블로그, 트위터 등 활발하게 SNS로도 독자들을 만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또한 기억에 남는 상담요청이나 댓글, 멘션이 있었나요?


저는 실제로도 왕왕 이런저런 분들을 만나고 있고요. 블로그를 통해 출판사 편집자님도 처음 만나 책을 내게 되었고 해서 무척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도 그렇지만 온라인도 내가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서 아주 좋은 만남과 기회의 통로가 되는 것 같아요.


기억나는 댓글은 주로 제가 힘들 때 위로해주셨던 댓글이에요. 랜선 너머에서도 함께 분노하고 기뻐하고 울고 웃고 부둥부둥 했던 경험들이 제 사회적 경험의 큰 부분을 차지했고 많은 자극과 위로가 되었어요.
최근에는 사회심리학 쪽에 최신 연구들을 정리해서 소개하는 국내 저자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계속 힘내달라고 했던 분이 기억나는데 그런 이야기들도 많이 힘이 돼요. 힘닿는 데까지 연구하고 읽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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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박진영 저 | 시공사
이 책은 자신의 마음이 뭐라고 말하는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최신 심리학 연구를 통한 자기지각, 보상심리, 긍정적 정서, 번아웃, 행복 습관, 사회적 지지, 통제감, 완벽주의, 자존감, 너그러움 등에 관한 이야기가 그 과정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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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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