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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토박이, 제주도를 제대로 들여다보다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김형훈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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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자신의 본모습입니다. 여행이라는 건 눈에 보이는 걸 탐닉하는 ‘단순한 눈요기의 관광’보다는 ‘여행’이라는 말 그대로 나그네가 무언가를 찾으러 떠나는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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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에 있는 무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넘친다. 과연 제주를 밟는 이들은 제주를 잘 알기는 하는 걸까.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는 제주 토박이인 김형훈 저자가 20여년 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닌 현장 이야기다. “제주가 왜 제주인지, 제주를 제대로 들여보자”는 출판사와 의기투합하며 세상에 내놓게 됐다. 저자는 책을 통해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것들을 과감히 꺼내 정말 제주도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말을 건넨다.


김형훈 저자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언론사 시험이 있다는 아버지의 부름에 곧바로 화답, 취직도 하고 제주 여성이랑 결혼해서 살고 있다. 한국언론정보학회 기획보도상, 전국지방신문협의회 보도대상 등을 받은 실력있는 기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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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1년 방문객 1,300만 명, 1만 명 이주, 인구 60만의 제주의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제주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다름’이 아닐까요. 제주는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되죠. 공항에서 워싱턴야자수(사실은 제주도 자생은 아니라 들여온 것임)가 사람들을 맞아주죠. 때문에 사람들은 뭔가 다른 곳에 왔구나 생각하게 마련이죠. 그 뿐인가요. 여기저기 돌아보는 곳 모두가 육지에서는 보지 못했던 광경이 아닐까요. 게다가 말씨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니 영락 외국이죠. 그런데 외국은 오고가기가 불편하지만 제주도는 저비용항공사도 많아서 후딱 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몰리지 않나 생각드네요.

 
제주 토박이들은 한라산에 대해서는 무덤덤하지만 ‘오름’은 다들 좋아한다는 대목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왜 그런가요?
 
제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을 해요. 한라산도 오르고, 오름도 오르지만 주는 느낌은 다릅니다. 한라산은 좀 밋밋하다고 할까요? 육지에 있는 산과 달리 한라산은 긴 호흡을 해야 합니다. 오르고 내리는 간극이 너무 크고 길죠. 그런데 오름은 아닙니다. 가까운 동네 뒷산처럼 버티고 있지만, 그 매끈한 곡선을 보세요. 그것만 있나요? 아닙니다. 발 아래 밟히는 수많은 들꽃도 나그네를 반겨주는 곳입니다. 오름은 정말 ‘강추(강력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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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 앞의 잠녀


그동안 해안도로를 드라이브 하며 아, 정말 좋다~라고 생각했었는데, ‘환해장성’이라는 제주도 고유의 바닷가 돌성들이 사라진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우리는 왜 그리 무지했던 걸까요?
 
환해장성은 제주민들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쌓았던 겁니다. 아주 오랜 세월 축적된 산물이죠. 그런데 개발은 모든 걸 앗아갑니다. 이제 남은 환해장성은 많지 않습니다. 보존이 돼야겠죠. 그러나 문제가 있습니다. 오히려 보존한다는 문화재 정책이 파괴를 부르는 현장들이 목도되고 있어요. 문화재는 제대로 복원하지 않으면 그 가치를 잃어버리죠. 제주시내 화북동에 있는 환해장성은 본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환해장성으로 남아버렸어요. 그냥 놔두는 것보다 못한 문화재가 돼 버렸어요.
 
제주도로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수많은 책들이 제주예찬만 하는데 반해 이 책은 제주의 상처, 제주사람들의 삶에 대해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는데요.첫장에 ‘산담’을 꼽으면서 ‘제주의 미’라고 표현하셨는데, 산담을 제일 먼저 소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산담은 육지에는 없는 단어입니다. 육지엔 봉분만 있죠.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히고, 거기에 봉긋하게 만들어두는 게 봉분인데, 제주도는 그 봉분을 두르는 담이 있습니다. 애초엔 말과 소 등으로부터 봉분을 보호하려고 산담을 둘렀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차치하고, 산담은 최고의 예술작품이라고 봅니다. 죽음이 예술이 되는 장면이죠. 제주사람들은 돌에서 태어나는데, 죽을 때도 돌로 돌아간다는 사실입니다. 그게 산담인데, 죽음이라면 으레 이승과의 결별을 말하지만 산담은 그렇지 않습니다. 죽은 자여도 살아 있는 자와의 소통을 하라며 신문(神門)을 만들어둡니다. 한자어로 ‘귀신이 오가는 문’이랍니다. 귀신이 어떻게 세상을 오갈 수 있습니까. 제주사람들은 귀신은 귀신이 아니고, 산 사람도 산 사람이 아니라는 사고방식을 가졌던가봐요. 죽은 자와 산 자와의 소통을 하는 공간이 산담이죠. 그래서 저는 주위 분들에게 ‘산담’을 없애지 말고 잘 지켜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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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담


제주분들이 외지인에게 배타적이라고 말합니다. 제주 사람으로서 이 말씀에 동의를 하시는지요?
 
아뇨. 정말 아닙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배타’라는 단어는 남을 배격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제주사람들은 남을 배격하면서 살지 않았습니다. 제주도는 현대사의 아픔인 4.3이 있지만 수천년간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왔습니다. 삼성(고ㆍ양ㆍ부 3성)신화를 들여다보세요. 다른 신화는 지배와 피지배가 나눠집니다. 그러나 삼성신화는 3성이 나란히 등장하면서 사회를 이끌어가죠. 또한 3성이 땅에서 솟아났다는 건 새로운 지배세력이 이곳을 점령한 게 아니라, 토착세력이 자연스레 이 땅을 다스렸다는 말이 됩니다. 신화에서 보듯 제주사람들은 평화를 갈구합니다. 왜 배타라는 단어가 제주사회에 자리잡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주도 사람들이 남을 배격하며 살진 않습니다. 오히려 곁에 있는 이들을 아끼고, 그들에게 다가가죠. 다만 원주민들의 말투나 대하는 행동이 어색해서 자신을 배격한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죠. 어떤 분들은 역사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현대사의 최대 아픔인 4.3이 제주도 사람들을 다르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배타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오히려 제주에 들어오는 분들이 이 지역에 대해 알고 들어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주가 주는 멋을 딱 하나만 고르는 것은 제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책에도 쓰시긴 했지만, 그래도 김형훈 작가님께 특별한 의미의 장소,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딱 한곳을 고르신다면요? 
 
딱 한 곳은 선택하기가 힘들고요. 다 좋은 곳이죠. 특히나 책에 나온 곳은 파괴되고, 파괴가 진행되는 현장이어서 더 아픕니다.


그래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을 하나 고르죠. 서귀포시 온평리에 있는 ‘왕자의 석’입니다. 앞서 얘기한 3성이 배필을 맞이하러 앉았던 곳입니다. 이 장소를 택한 이유는 아무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네 사람들도 잘 모르고, 제주도 사람들은 더더욱 모릅니다. 저랑 가면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말씀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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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길 위에 너부러진 정체성을 찾으려 무척이나 애를 쓴다. 제주여행을 다니는 이들도 그러지 않을까. 사실 여행은 그래야 한다.”고 쓰셨는데, 사실 일반들이 기대하는 여행과는 조금 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의 정체성 또는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도 찍방, 먹방 말고 새로운 여행을 시도하고 싶은 분들께 어울리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주도는 다릅니다. 다름을 느끼려면 제주도가 다른 지역과 왜 다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남들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제주도에 오고 간다면 육지의 다른 곳을 가는 것이랑 뭐가 다를까요.


정체성, 혹자들은 유식한척하며 ‘아이덴티티’라고 하지만 정체성은 자신의 본모습입니다. 여행이라는 건 눈에 보이는 걸 탐닉하는 ‘단순한 눈요기의 관광’보다는 ‘여행’이라는 말 그대로 나그네가 무언가를 찾으러 떠나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권합니다. 제주도는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낭만만 있는 것 아닙니다. ‘다름’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더 다름을 느끼려면 책도 좋고, 글쓴이를 직접 만나러 오도 좋습니다.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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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김형훈 저 | 나무발전소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넘치는데 과연 제주를 밟는 이들은 제주를 잘 알기나 할까. 작가는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라는 책을 통해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것들을 과감히 꺼내고 있다. 정말 제주도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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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김형훈> 저13,320원(10% + 5%)

제주를 찾는 흐름은 과연 좋을까, 나쁠까. ‘좋다’라는 것과 ‘나쁘다’라는 경계는 확연한 구분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아주 희미하듯 경계가 없기도 하다. 아니,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그런 단어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제주를 찾는다고 보면 맞을 게다. 그런데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넘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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