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법] 단 한 장의 그림으로 국어 1등급 가능성 알아보기
맥락이 중요하다
앞선 칼럼에서 말했듯이, 난이도와 오답률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기억하세요.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삽니다.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도 맥락만 읽으면 풉니다.
이해황 전국 투어 강연 중
강연 때마다 보여주는 그림이 있습니다. 이 그림에 써있는 것을 소리내어 읽을 수 있으면 누구나 1등급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이 한 장의 그림으로 국어영역에서 1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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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의 윗줄과 아랫줄을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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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황당하죠? 이거 읽는 거랑 1등급 받는 거랑 무슨 상관일까요. 일단 속는 셈 치고 읽어보겠습니다.
[일], [이], [삼], [사], [오]
[가], [나], [다], [라], [마]
쉽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모두 수능 국어영역 1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 그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라고 읽은 것과 [나]라고 읽은 것의 모양을 비교해보세요.
4? 나?
모양이 똑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읽었나요? 맥락에 따라 같은 것을 다르게 읽었죠? 이게 핵심입니다. 맥락을 고려하는 것! 이것만 잘 해도 수능 국어영역이 한결 쉬워집니다. 2016학년도 수능에 나오기도 한 '어둠'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문제와 거의 일치하는 설명이 『국어의 기술1』에 실려 있어서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었습니다.)
'어둠'의 뜻이 뭘까요? 뭔가 부정적인가요? 맥락에 따라 다르다고 답해야 합니다. 별을 관찰하는 사람에게 어둠은 긍정적이고, 밤이 내려야 활동할 수 있는 뱀파이어에게도 어둠은 긍정적입니다. 반면, 날이 밝을 때만 뛰어놀 수 있는 아이에게는 어둠이 부정적이고, 벰파이어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사람에게는 어둠이 부정적입니다. 이처럼 맥락에 따라 단어는 다른 가치를 지닙니다.
1)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_ 윤동주, 또 다른 고향
: 지조 높은 개는 긍정적입니다. 이런 개가 밤을 새워 짖는 대상인 어둠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2)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 낳고, 꽃을 낳는다. _ 박남수, 아침 이미지
: 이때 어둠은 무언가를 낳는 주체입니다. 이를 수능에서는 어둠의 '생산력'으로 표현했습니다.
3) 우리에게 이 어둠이 얼마나 환희(歡喜)입니까? _ 고은, 기(旗)
: 맥락을 그대로 읽으면 됩니다. 여기서는 [어둠=환희]입니다.
4) 그대가 한밤내 / 초롱초롱 별이 되고 싶다면 / 나는 밤새도록 / 눈도 막고 귀도 막고 / 나는 그대 등 뒤에서 / 어둠이 되어 주겠습니다. _ 안도현, 어둠이 되어
: 이때 어둠은 그대가 별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배경입니다. 긍정적인 시어입니다.
5) 텔레비전을 끄자 / 풀벌레 소리 /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 어둠 속에서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 _김기택,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 2016학년도 수능에 나온 선지를 그대로 가져오겠습니다. "‘어둠’은 ‘풀벌레 소리’를 도드라지게 하고 있다." 마치 4)의 사례와 비슷한 맥락이죠?
어떤가요? 맥락읽기라는 것이 별로 특별할 게 없죠?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주변을 살펴가며 읽으면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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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도 이런 식의 맥락읽기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팔뚝'을 떠올려보세요. 어디가 팔뚝인가요?
[국어의 기술 외전] 독해력 강화 도구 3가지 13쪽에 있는 그림
답은 ①일 수도 있고, ②일 수도 있습니다. ‘팔뚝’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팔뚝 「명사」
1. ‘아래팔’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2. ‘위팔’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뭔가 이상하죠? 똑같은 단어가 맥락에 따라 다른 부위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살면서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점을 못 느꼈을 것입니다. 맥락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떤 뜻인지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팔뚝 살은 잘 안 빠진다’, ‘팔뚝에 완장을 차다’에서는 ①을, ‘팔뚝이 굵다’, ‘팔뚝 크기 만한 물고기’에서는 ②를 의미한다는 것을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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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잘 따라왔다면 학생들이 매우 많이 틀린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앞선 칼럼에서 말했듯이, 난이도와 오답률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문제도 난이도는 낮은데 학생들이 맥락을 읽지 못해 시험에서 많이들 틀렸습니다. 항상 기억하세요.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삽니다.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도 맥락만 읽으면 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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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학년도 9월 모의평가]
[최근의 예술적 시도들은 작품과 수용자 사이의 경계를 넘어 작품의 생성과 전개에 수용자를 참여시킴으로써 ㉡작품과 수용자 사이의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② ㉡ : 수용자가 완결성을 갖는 작품을 변형하면서 이를 감상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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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는 적절한 선지인가요? ‘상호 작용은 [O ? O] 이런 느낌인데, 수용자와 작품 간의 변형(→)과 감상(←)이니까 ㉡은 적절한 것 같아.’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죄다 틀렸습니다. 주변 맥락을 살피지 않고 자신의 어쭙잖은 머리에 의존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맥락을 보세요. ㉡의 의미가 뭐죠? ㉡에 담긴 단어에 신경쓰느라 주변 맥락이 안 보이나요? 그렇다면 아예 ‘작품과 수용자 사이의 상호 작용’을 지워보겠습니다.
[최근의 예술적 시도들은 작품과 수용자 사이의 경계를 넘어 작품의 생성과 전개에 수용자를 참여시킴으로써 ㉡작품과 수용자 사이의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은 ‘작품의 생성과 전개에 수용자를 참여시킴으로써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지는 생성과 전개가 이미 끝난, ‘완결성을 갖는 작품’을 변형한다는 거니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국어의 기술1』(2016) 192쪽
오답률이 꽤 높은 문제였는데, 난이도는 매우 낮습니다. 이 문제를 맞히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라고는 오직 맥락읽기 능력밖에 없었습니다. 이 능력은 모두가 다 갖고 있습니다. 단지 시험에 적합한 형태로 훈련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를 틀리는 것뿐입니다.
이 칼럼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읽고, 기출문제를 이런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고 풀어보세요. 시 감상이든, 과학 지문 독해든 훨씬 편해질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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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때, 기출문제를 분석해서 얻은 깨달음을 『국어의 기술』시리즈로 출간했다. 전공도 국어교육이 아닌, 일개 대학생이 낸 책은 이후 7년 간 15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공군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마쳤으며, 매년 1,000만원 이상을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이해황> 저14,400원(10% + 5%)
기술자君의 국어의 기술은 철저한 기출문제 분석을 바탕으로 정리한 18개의 패턴(1권과 2권에서 각각 9개의 패턴을 다룸.)을 통해 사고력과 독해력을 키워 주어 국어영역 만점에 도달할 수 있게 해 주는 수능 필독서이다. 문제를 만든 출제자의 의도, 문제 해결 발상법을 통합적·체계적으로 다룸으로써 시험의 본질을 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