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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법] 국어영역, 배경 지식은 중요한가?

기초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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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과목별 교과서를 들고 정독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1이라면 과목별로 학교 공부 충실히 하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고3 때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경우입니다.

"국어영역은 배경지식이 매우 중요하다!", "아니다! 지문에 답이 있으니 지문만 보고 풀면 된다. 따라서 배경지식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떡밥(?)은 매우 오래됐지만 종종 입시사이트에 등장하면 댓글이 백 개 이상 달리며 갑론을박하는 주제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경지식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굳이 구체적인 지문을 갖고 오지 않고도 매우 간단하게 반박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수능출제기관에서 만든 출제 매뉴얼(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매뉴얼 언어영역)입니다.

 

주어진 텍스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되,
일반화된 상식이나 기초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도 측정하도록 출제한다.

 

보다시피, 지문 안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도록 출제하긴 하지만, '일반화된 상식', '기초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도 측정한다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언저리는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음은 수능 출제기관에서 매년 발행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학습 방법 안내』(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03.-국어영역-배경-지식은-중요한가1.jpg

대학수학능력시험 학습 방법 안내

 

지문에 포함된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의 수준과 범위가
고교 교육과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 기출지문 중 사례를 (수도 없이 제시할 수 있지만) 3개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음 제시되는 단어는 학생들이 당연히 알 것이라고 가정하고 출제자가 사용한 개념입니다. 지문에 각주나 정의가 없고, 문맥상 추론할 단서도 없이 툭 제시됐습니다.

 

[2016학년도 9월 모의평가] 이 약제는 인공적인 항체로서 혈관내피 성장인자를 항원으로 인식하여 결합함으로써 혈관 생성을 방해한다.

 

[2013학년도 수능] 사람의 말은 음소들의 시간적 배열로 볼 수 있다.

 

[2011학년도 수능] 채권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유가 증권으로, 국채나 회사채 등 발행 주체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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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지식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가 틀렸다면, "국어영역은 배경지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옳은 것일까요? 네. 옳은 이야기입니다. 배경지식이 있으면 지문이 훨씬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2016학년도 수능 지문에 암묵지/명시지, 프로타고라스와 제자의 딜레마, 기판력, 항력 등의 개념이 제시됐습니다. 혹시 처음 듣는 말인가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저자/강사분들은 다년간 쌓은 폭넓은 배경지식이 있기 때문에 이 개념들이 대부분 '매우' 익숙했습니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여러 시험의 기출 문제로 접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학생이 고등학교 3년 동안 이 정도 수준의 배경지식을 쌓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인문학?사회학?자연과학?기술공학?예술?체육?생활 분야를 수능에 충분할 수준으로 익히는 것은 삼수를 해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배경지식을 쌓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은 수능의 방향과도 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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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읽었다면 도대체 뭘 어떻게 공부하라는 건지 불만이 생길 겁니다. 제 생각에 배경지식 논란은 범위를 구분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입니다. 정리하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의 배경지식은 알아야 한다. 모른다면 적극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2) 대학교 전공과목 수준의 배경지식은 몰라도 된다. 다만, 알아서 나쁠 것은 없다. 도움이 된다.

 

1)과 관련해서 중고등학교 과목별 교과서를 들고 정독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1이라면 과목별로 학교 공부 충실히 하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고3 때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경우입니다. 이 학생들은 수능 기출지문, EBS 등을 보며 자신이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그때그때 정리하는 것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방법입니다. 특히 EBS는 문제를 안 풀더라도 지문을 독서하는 것이 여러 모로 효과적입니다. 시간도 별로 안 들고요. (이와 관련된 책을 현재 집필 중에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2)와 관련해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위권 학생이라면 교양으로 다양한 독서를 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게임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돈 주고 아이템을 사야지만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남들이 안 갖고 있는 아이템이 있으면 게임이 좀 더 쉽습니다. 독서는 마치 남들은 못 가진 특수한 아이템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대학수학능력시험 학습 방법 안내』에 제시된 조언을 소개합니다.


학생들이 교과서 중심의 독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학술적인 글도 다양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왜 이런 이야기가 있나 싶죠? 2015학년도 극악 지문이었던 신채호의 사상 지문을 제시한 뒤 붙였던 코멘트입니다. 실제 지문 일부(두 문단)를 제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배경 지식이 없이도 찬찬히 뜯어보면 물론 문제를 풀 수 있지만, 시험장에서 매우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는 지문이었습니다. 심호흡 한 번 하고 쭉 읽어보세요.

 

신채호의 사상에서 아란 자기 본위에서 자신을 자각하는 주체인 동시에 항상 나와 상대하고 있는 존재인 비아와 마주 선 주체를 의미한다. 자신을 자각하는 누구나 아가 될 수 있다는 상대성을 지니면서 또한 비아와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아가 생성된다는 상대성도 지닌다. 신채호는 조선 민족의 생존과 발전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조선 상고사』를 저술하여 아의 이러한 특성을 규정했다. 그는 아의 자성(自性) , 곧 ‘나의 나 됨’은 스스로의 고유성을 유지하려는 항성(恒性)과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적응하려는 변성(變性)이라는 두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다. 아는 항성을 통해 아 자신에 대해 자각하며, 변성을 통해 비아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의식을 갖게 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자성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고 하였다.

 

신채호는 아를 소아와 대아로 구별하였다. 그에 따르면, 소아는 개별화된 개인적 아이며, 대아는 국가와 사회 차원의 아이다. 소아는 자성은 갖지만 상속성(相續性)과 보편성(普遍性)을 갖지 못하는 반면, 대아는 자성을 갖고 상속성과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상속성이란 시간적 차원에서 아의 생명력이 지속되는 것을 뜻하며, 보편성이란 공간적 차원에서 아의 영향력이 파급되는 것을 뜻한다. 상속성과 보편성은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데, 보편성의 확보를 통해 상속성이 실현되며 상속성의 유지를 통해 보편성이 실현된다. 대아가 자성을 자각한 이후, 항성과 변성의 조화를 통해 상속성과 보편성을 실현할 수 있다. 만약 대아의 항성이 크고 변성이 작으면 환경에 순응하지 못하여 멸절(滅絶)할 것이며, 항성이 작고 변성이 크면 환경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여 우월한 비아에게 정복당한다고 하였다.

 

덧글 : 서울대학교 수시모집을 노리는 학생들이라면 어차피 독서를 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자기소개서에 "고등학교 재학기간(또는 최근 3년간)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영향을 준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여 주십시오."라는 항목이 있는 것을 모르는 학생은 없겠죠?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과 관련하여 자신의 관심/흥미를 보일 수 있는 책을 읽어두기 바랍니다. 참고로 2014년에 서울대학교 입학본부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적어낸 책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 2007)였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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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기술 0(zero) (2016년)이해황 저 | 좋은책신사고
문제 해설과 함께 ‘빛나라! 개념의 별’을 제시하여 국어 기초 개념을 정리하고,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는 ‘문제 풀이의 대원칙’을 알려 줌으로써, 고등 국어나 수능을 처음 접하게 된 예비 고1(중3)부터 국어 기초가 부족한 수험생들이 국어영역의 기초를 탄탄하게 쌓을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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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해황

대학교 3학년 때, 기출문제를 분석해서 얻은 깨달음을 『국어의 기술』시리즈로 출간했다. 전공도 국어교육이 아닌, 일개 대학생이 낸 책은 이후 7년 간 15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공군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마쳤으며, 매년 1,000만원 이상을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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