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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타인을 지배하기 위한 무기

『오늘, 행복을 쓰다』의 저자 김정민 강연회 치유와 행복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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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녀지만 사실 몇 년간 지속적인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아 왔다. 그런 그녀가 아들러 심리학을 만난 이후 이제는 행복과 즐거운 삶에 대해 말한다.

1월 19일 오후, 신논현역 크레마 라운지에서 『오늘, 행복을 쓰다』의 저자 김정민과의 만남이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30여 명의 사람이 행복의 비밀을 듣기 위해 크레마 라운지에 모였다. 저자는 자신이 남들에게 어엿한 출판사를 운영하는 꽤 성공한 워킹우먼으로 비춰지지만,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은 시기를 보내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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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시간,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와의 만남


“저는 우울과 불안, 공황 장애를 꽤 오래 겪었습니다. 특히 공황장애를 5년 정도 극심하게 앓았습니다. 그러다 2년 전 『미움받을 용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한 철학자와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한 청년의 만남 속에서 아들러 심리학을 담아낸 책입니다. 처음엔 그 청년의 부정적 태도 속에서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고, 힘이 들었습니다.”


그런 거부감을 견디며 책을 읽어나가다 그녀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타인을 지배하기 위해 자신의 불행을 무기로 삼는다”, “그들이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불행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오늘, 행복을 쓰다』 166쪽)는 구절들을 읽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우울이 어디에서 비롯하고 있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령 몸이 너무 아픈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나 아프니까 네가 이걸 해줘’라고 하는 마음 같은 겁니다. 실제로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의지하는 데 있어서 자신의 불행을 이용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저는 이 문장들을 읽고 제가 우울함과 공황장애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앞에서 상대방을 내 뜻대로 따르게 하려고 공황장애가 찾아왔던 것입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실제 삶에 적용하다


모든 치료의 출발점은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 뜻대로 잘 살고 싶은데 삶이 내 뜻대로 안 되는 데서 공황장애나 우울함이 온다는 것을 자각했고, 그 알아차림을 치료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는 앞서 아들러가 타인을 지배하기 위해서 불행이 필요하다고 했던 말과 다르지 않다.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극복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되풀이했습니다. ‘어떤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지’하는 그림을 머릿속으로 계속 그렸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내 뜻대로 조종하거나 지배하려 하지 말자’고 되뇌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회사에서 어느 직원과 충돌이 있을 뻔했습니다. 그 직원이 제 맘에 들지 않게 보고서를 작성해왔는데,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는 게 무서워져서 공황 장애가 찾아 올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때 저는 전과 달리 제 상황에 대해 자각을 했습니다. ‘나는 이 상황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은 거구나’하는 자각을 하니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그 상황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자신감이 생겼고 이후 아들러 심리학과 관련된 책 14권을 찾아 읽었습니다. 이 책들을 공부를 해서 이왕이면 제 삶을 전반적으로 행복하게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좋은 글귀들을 쓰고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그것을 반복하니 저절로 외워지고 머리에서 외워진 것들이 어느 순간 제 가슴으로 내려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느 문제 상황이 닥칠 때면 머리와 가슴에서 익혀진 것들이 꺼내지고 적용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아들러 심리학이 그녀의 삶에 적용되면서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변화로 그녀는 인간관계에서의 변화를 꼽았다. 그녀는 특히 아들러가 강조한 ‘공감’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타인을 바라 볼 때 더 이상 자신의 가치나 판단을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화를 낸다면 ‘저 사람이 화를 내는구나’까지를 생각할 뿐 비판하거나 원망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비판하면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불행해집니다. 이렇게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 나의 가치를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기를 연습하니 내 마음속에 갈등이 줄고, 내 마음에서 줄어드니까 실질적인 인간관계에서도 갈등이 줄었습니다. 갈등이 없어졌다는 건 곧 소통의 질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가족들과는 고민을 더 깊이 나누게 되었고, 직원들과는 그들의 장점을 더 보게 되고 단점이나 부족한 부분은 판단을 내리는 대신 그것을 채워주기 위한 대안을 찾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의식적으로 화를 줄일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인간의 모든 행동과 감정에는 목적이 있다. 화를 내는 것도 화라는 감정을 통해 상대방을 지배하려는 목적에서 비롯한 것이다. 즉 화는 상대방 때문에 ‘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를 내려 하기 직전의 짧은 몇 초 동안 내가 ‘저 사람을 지배하려 하고 있구나’를 자각하는 것, 이어 ‘내 생각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내가 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그녀는 이 과정만 연습해도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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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표와 현재라는 가치


아들러는 모든 사람에겐 인생의 최종 목표가 있다고 말한다. 그건 맨 마지막에 달성되는 것이어서 구체적 명확한 것이 아니라 추상적이고 허구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최종 목표를 세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최종 목표는 하위목표들을 정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면 저는 제 인생의 최종 목표를 곰곰이 고민해 본 결과,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정했습니다. 그러자 하위 목표들이 이에 따라 정해졌습니다. 회사 경영을 착실하게 하자, 건강 관리를 하자, 아들러로부터 배운 것들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인간관계를 잘 꾸려 나가자, 라는 것들입니다. 이 하위 목표들이 정해지니 구체적인 실행 방법들을 고민하고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최종 목표는 추상적일지언정 하위목표들은 이처럼 가깝고 달성 가능한 목표들입니다. 그리고 현재, ‘지금 여기’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최종 목표와 맞닿아 있는 그 구체적인 실천 계획들을 수행하는 시점이 현재이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에 내가 얼마나 충실하게 사느냐에 따라 최종 목표 달성 여부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대부분 우리는 현재를 살다가도 과거를 돌이키며 후회나 자책을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에 집중을 못 하기도 합니다. 오늘을 충실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그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과거나 미래의 일로 현재를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습관이나 생활 양식들을 자각하는 일과 그것을 고치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만약 그런 나쁜 습관들을 당장 고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새로운 습관들을 길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그 성취의 기쁨을 느껴보라고 제안한다. 그렇게 차근차근 변화를 체험해 갈 때, 행복과 가까워지는 자신의 삶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의 질문과 답변


Q. 상대방에게 화가 나면 몇 초 정도 생각을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생각 후에도 자신이 옳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물론 습관을 고치는 것은 누구에게나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내가 옳다’라고 하는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옳음이라는 것은 매우 상대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갈등 상황에서 아예 ‘내가 옳지 않다’는 카드를 꺼냅니다. 내가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는 겁니다. 만약 계속되는 고민에도 자기 생각을 관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을 관철할 때의 결과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결과를 비교해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내 생각을 관철하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옳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상대방의 의견에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오히려 내가 근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될 겁니다.


Q. 저는 인간관계에서, 특히 가정에서 제가 행복하지 못해도 관계의 평화를 위해 제 행복을 양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행복을 위해 용기를 가져야 한다면, 저는 어떤 용기를 가져야 하는 걸까요?


A. 행복한 척을 할 것인가, 행복해질 것이냐의 문제 같습니다. 행복해져야겠지요. 상대방의 이야기를 인정해서 동의하면 함께 행복해지겠지만, 말씀해주신 것처럼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따라주는 척해서 행복해 보이는 척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내가 진정으로 행복하지 않으면 타인도 그것을 알 겁니다. 또한 왜 행복한 척을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관계가 깨지면 내가 손해를 보니까, 즉 이것도 나의 이득을 위해 선택한 것일 수 있습니다. 상대에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나의 이득에 따른 선택인 것입니다. 내 마음의 주인이라는 건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 더 중요한 것은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책임까지도 내가 지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달라지고 나아가 결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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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행복을 쓰다김정민 저 | 북로그컴퍼니
《오늘, 행복을 쓰다》의 감수 및 추천을 맡은 한국아들러협회 박예진 회장은 그 이유를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 즉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생활양식과 늘 남의 시선과 평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에서 찾고 있다. 자신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인식 때문에 타인의 잣대에 맞춰 살다보니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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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보경(예스24 대학생 리포터)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좋은 글을 읽고, 좋은 책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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