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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 “로봇시대, 사람의 일과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로봇시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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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똑똑한 기계에 수고로운 업무를 위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를 통해서 생겨나는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질문과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 1월 7일 목요일,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의 강연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영화 <아이로봇>, <Her>의 장면을 보며 로봇 시대의 일과 사랑에 관해 묻고 답하는 시네마 토크로, 홍대 미디어 카페 [후:] 아지트 01에서 진행했다.

 

구본권 소장은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신작 『로봇시대, 인간의 일』을 준비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과거 공상과학의 영역이었던 인공지능이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형태로 변화하게 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책의 목차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있다면 운전을 어떻게 하게 될까? 아직까지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도움을 받고 있지만 더 이상 무식하게 외국어를 외울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에게 언어는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지식이 쉽게 공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나 학력, 학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제2의 기계시대에서 인간의 일자리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로봇이 일을 할 경우 우리는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감정로봇이 출시될 경우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사람을 넘어서는 단계는 과연 올 것인가? 그 시점에 우리는 어떤 능력을 갖춰야지만 사람으로서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모든 것을 외부 장치에 의존하게 된다고 하면 우리 몸에는 무엇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인가? 로봇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것인가? 저는 이 책에 열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고자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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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앞으로 다가온 로봇 시대

 

구본권 소장은 먼저 최근 자주 볼 수 있는 경비용 로봇이나 일본의 감정을 읽는 로봇 ‘페퍼’를 예로 들며 사람의 뇌와 같다고 볼 수 있는 ‘심화신경망’을 언급했다. ‘심화신경망’의 발달과 ‘사물인터넷’, ‘유비쿼터스’, ‘빅데이터’ 등 컴퓨터 자원의 발전으로 기계의 학습이 가능해졌음을 강조했다.

 

“옛날 컴퓨터는 전문가용이거나 통계에 주로 쓰였지만,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용도가 좀 더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스마트 디지털 혁명의 시초가 됐다고도 볼 수 있어요. 덕분에 제조라인에서만 볼 수 있었던 로봇은 좀 더 개인적인 용도로 쓰일 수 있게 됐고 ‘페퍼’와 같은 사람 친화적인 로봇의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는 이어 “목차에서 언급한 자율 주행 자동차가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며, 이 부분은 누가 결정할 것인가”와 같은 물음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사람과 달리 실수를 할 수 없고 순식간에 판단이 이루어지므로 답이 없는 문제들에 더 많이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로봇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구본권 소장은 로봇 시대에서 부딪히게 될 새로운 문제들이 사회적 규약을 통해 충분히 논의되어야 함을 꼬집으며 로봇 시대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딜레마를 그냥 둘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사회변화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로봇 소유주와 설계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게 된다면, 기업체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사회가 돌아가게 되어 심각한 경우 엄청난 격차 사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규약의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앞으로 ‘mixed zone’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미래에 누군가는 자동차를 직접 몰고 싶어 할 것이고 누군가는 자율 자동차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 할 겁니다. 따라서 두 가지의 작동 원래를 동시에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어떤 것에 우선적으로 가치를 둬야 할 지, 어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나가야 할 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나가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인공지능의 선구자인 바이첸바움 교수가 만든 ‘일라이자 프로그램’을 이야기했다. ‘일라이자 프로그램’은 영화 <Her>의 주인공인 인공지능 프로그램 ‘사만다’의 1960년대 버전으로 컴퓨터에 질문하면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자동심리상담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일라이자 프로그램’에 애착을 느꼈던 이유는 로봇이 똑똑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껏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느낀 감정들을 로봇으로 발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우리는 인간과 인간 간의 상호작용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Her>의 ‘사만다’ 처럼 감정을 인식하는 로봇은 곧 출시될 겁니다.”

 

그는 덧붙여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을 동경하는 많은 사람에 의해 새로운 종류의 기계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좌절을 맛본 사람들만이 성공을 누릴 수 있고 슬픔을 겪고 난 이들에게 기쁨이 배가 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때가 더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로봇에게 어떤 감정들을 가르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본권 소장은 끝으로 <애플>의 iOS용 소프트웨어이자 지능형 개인 비서 기능을 수행하는 애플리케이션 ‘시리’(Siri, Speech Interpretation and Recognition Interface)에 대해 얘기했다. 영화 <Her>에서 ‘사만다’와 ‘시어도어’가 대화하는 모습은 ‘시리’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수요는 점차 증가하게 되리라 전망했다. 그는 강연의 마지막 순간까지 앞으로 다가올 로봇 시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함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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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

 

Q. 인공지능의 세상이 열리면 기계가 기계를 만드는 시대가 올 테고, 그렇게 되면 비용이 들지 않는 사회가 도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술의 인간화는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한 일인가요?


A. 기계의 인간화 또한 인간이 설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로봇 시대로 변화하면서 철학자들의 머릿속에서나 하던 고민을 현실에서 하게 됐는데 그것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 역시 어느 지점에선 사람의 판단을 수용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그 판단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의 이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결국 기술의 인간화라는 건 기술 자체보다는 시스템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통제를 어디까지 해야 할 것인가를 개입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영화 <아이로봇><Her>은 10년의 세월 간격이 있는 로봇 영화인데요. <아이로봇>은 로봇을 다소 부정적으로, <Her>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10년 사이 어떤 사회적 변화 때문에 인식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인가요?


A. 사회의 인식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영화 <Her>에 나오는 인공지능 ‘사만다’가 좀 더 현실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로봇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는 의외로 그런 동반자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요.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쉬운 모델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일라이자 프로그램’ 효과를 보면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소통의 부재로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로봇과  프로그램은 아픔을 극복하는 하나의 요소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Q.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고 극복하며 성장해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로봇은 그냥 기계 그 자체여도 괜찮을 것 같은데 굳이 로봇을 인간과 비슷하게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A.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고 할 때,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배신은 감수해야 한다고 미리 계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긍정적인 면만을 생각하고 관계에 뛰어들죠. 사람이 겪고 싶은 감정은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내게 맞춰주는 로봇을 원하는 것입니다. 또한 과거 자연의 섭리로 여겨졌던 것들을 기술로 통제하는 것이 가능해져서 인간과 비슷한 로봇이 탄생하게 된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Q. 인공지능 심리학, 기계심리학 등 기계와 관련된 새로운 분야의 학문이 탄생할까요?


A. 물론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무서운 이유는 기껏 합의해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설계한 범위 내에서만 작동해야 할 로봇이 충분히 누군가의 것을 훔치고, 해킹할 수 있고 처음부터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를 얻기 위해 제작되는 로봇도 많이 생겨날 겁니다. 로봇 시대가 가져올 무시무시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 새로운 학문의 발전은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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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 인간의 일 구본권 저 | 어크로스
IT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기술과 사람이 건강한 관계를 구축할 방도를 모색해온 디지털 인문학자가 내놓은 우리 시대의 질문들이다. 저자는 인공지능 로봇 시대라는 문명사적 전환에 대해 거대한 물음을 던지기보다 내일 우리가 맞닥뜨릴 현실을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10가지의 미시적 질문들이 엮어낸 미래에 관한 생생한 지도는 새로운 기술 정보와 떠오르는 이슈에 대한 파편적 접근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거시적 안목과 실질적 교양을 제공한다. 이 책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로봇 시대를 항해할 지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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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소원(예스24 대학생 리포터)

'소통하는 문화 얼리어답터' 예스24 리포터 김소원입니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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