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죽을 때까지 내가 여행할 곳은 사람”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 펴내 살아가는 건, 결국 여행
『끌림』이 세상에 나온 지 딱 10년. 이병률 시인이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을 펴냈다. “단감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이병률 시인은 “지금, 나는 여름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아껴 읽고 싶다.” 이병률의 여행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의 이야기다. 이병률 작가가 세 번째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을 펴냈다.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해외편이었다면 이번 책은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다. 한겨울 태백에서, 비양도로 가는 배 안에서, 한적한 진안 버스터미널에서 마주친 인연들을 털어놓았다. 작가는 아무 날도 아닌 어떤 날에 여행을 떠나는 ‘생활여행자’다. 여행이 곧 삶이고, 삶이 여행인 일상을 산다. 20년 넘게 한 계절이라도 떠나지 않고 버틴 해가 없었다.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으므로 그만큼의 빚을 갚기 위해 글을 쓴다.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으로도 침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떠나고 글을 쓰는 일을 반복하는 까닭이다.
“나와 많이 다른 사람 앞에서는 두렵다. 비슷한 사람하고의 친밀하고도 편한 분위기에 비하면 나와 다른 사람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속을 여미게 된다. 그럴수록 나와 같은 사람을 찾겠다면서 여러 시험지를 들이대고 점수를 매기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기준과 중심들을 꺼내놓고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이해하는지 이해 못하는지를 시험하는 것은 참 그렇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각자의 박자를 가지고 살며 혼자만의 시력만큼 살아간다.”
자기 옆에 누가 있는지를 모르는 시대잖아요
2013년에 시집 『눈사람 여관』을 펴내고 2년 만입니다. 이병률의 여행에세이를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았어요.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 산문을 쓴다고 했는데.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유독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요.
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사람다워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러면 글을 쓰게 되고요. 혼자 떠난 여행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게 글이 되죠.
시를 쓸 때와 산문을 쓸 때, 어떻게 다른가요.
산문은 여행하면서 쓰는 것 같아요. 저는 여행하면서 사는 사람이니까 삶하고 되게 닮았겠죠. 하지만 시는 순간순간에 쓰는 것 같아요. 어떤 틈이 생기고 그 틈 안에 뭔가 좀 보일 때. 그걸 받아 적다 보면 시가 돼요. 시는 쓰면서 굉장히 긴장해요. 소리 내서 많이 읽어야 하고. 뭔가 미학적인 걸 쌓아가기 위해서 시간을 기다리면서 써요. 반면에 산문은 과거의 것들이나 최근의 무언가를 떠올렸을 때 ‘아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 하나하나 매듭을 지어가는 일인 것 같아요.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서 『내 옆에 있는 사람』까지. 제목만으로도 위로를 받았다는 독자들이 있어요.
이번 책은 제목이 늦게 정해졌어요. 확정된 제목이 따로 있었는데 ‘당신을 버린다는 것’이었어요. 글 쓰는 친구들이 이 제목 안 쓸 거면, 자기들이 쓰고 싶다고 장난스럽게 싸우기도 했는데요. (웃음) 요즘 시대가 어려우니만큼 긍정의 의미를 담는 게 낫지 않냐는 의견들이 많았어요. 전작에서 그런 느낌들을 많이 줬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달라도 되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지금 이 시간에서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요즘 자기 옆에 누가 있는지를 모르는 시대잖아요. 외로워하면서도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 세계 안에 들어가 있고. 실속 있게 사는 건지, 자기애에 온전히 갇혀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당황하면서도 누군가에게 손을 뻗을 생각을 못하는 걸 보면, 되게 안타까워요.
“내가 잘하는 건 돌아다니는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 책 또한 돌아다니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는 책이고요.
아무리 바빠도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요. 돌아다니는 시간을요. 그게 제가 살아가는 법이기도 하지만, 살아남는 법이기도 하고, 살아지는 법이기도 해요. 바쁘게 살다가도 떠나면 안 되는 시기가 와요. 20년 넘게 제 몸에 배어있는 거기도 하고. 익숙한 거죠. 주변 사람들은 이제 이런 제 모습을 다 알고 이해해줘요. 다녀오면 얼굴이 좀 다림질이 되니까요.
주로 혼자 여행을 다니지만,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를 자극시키고 첫 단추를 꿰게 하는 건 사람인 것 같아요. 작가라는 게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직업이잖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온기에 의해서 무언가가 촉발될 때가 많아요.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온기가 스치면, 그걸 확대 해석하고 필요 이상으로 가열된 상태가 될 때가 있어요. 상대는 아무 감정 없이 던진 말이나 행동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가끔은 내가 너무 과장해서 쓰고 있는 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모든 인간관계는 적당한 오해, 오해의 행진이잖아요. 예전에 <인간극장>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는데, 저는 그걸 볼 때마다 눈물바람이었어요.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는 감각일 수 있지만, 저는 그래요. 글 쓰는 사람들 중에 제일 울컥을 많이 하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가끔은 그런 성격이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 않나요?
있어요. 내가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붙들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하지만 이런 감정을 갖게 되는 건 제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그게 나쁜 감정일수도 좋은 감정일수도 있고요. 저는 안 좋은 일도 오래 가져가는 편이에요. 뒤끝이 있어요. (웃음) 하지만 이게 인간적이라고 생각해요. 부끄러운 일도 아닌 것 같고요. 저는 질투도 해요. 청춘에 대해서 많이 질투해요.
청춘을 부러워하세요?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살아가기가 너무 힘든 시대라서, 청춘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지 못했어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어릴 때 너무 아등바등하면서 진지하려고만 했거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갔는데,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너무 거대한 것들이 쏟아진 거죠. 선배들이 이거 읽어라, 저거 읽어라 하고 책들을 던져주는데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시인 지망생으로 살아갈 때였으니까 진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30대 중반이 넘어서 알게 된 건, ‘난 A형이니까 유머감각을 길러야 해’였어요. (웃음) 노력을 했어요. 남한테 웃음을 좀 주면서 살아야겠다고요. 낙천적인 성격도 좀 돼보려고도 했고. 그래서 요즘 중고등학생들을 보면 아름답고 예쁜데, 아려요. 중고등학교 수업 의뢰가 들어오면 아무리 멀리 있는 학교라도 꼭 가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시집 『눈사람 여관』을 펴내고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했을 때, 시낭독축제에서 만났던 남고생 3명을 초청했잖아요. 학생들이 시를 읽는 모습을 되게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어서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짜장면 사주고 싶어서 불렀어요. (웃음) 그 친구들이 작은 무대라도 사람들 앞에 서보게 하고 싶었고요. 그런데 시를 까먹어서 실수하고 못 받아 치고, 난장판이 됐거든요? 하지만 전 좋았어요. 그들에게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을 것 같고요.
이번 책은 유독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많아요. 오랜 펜팔친구를 만나게 된 이야기, 우연히 헤어진 연인들과 함께 밥을 먹게 된 일 등. 떠나지 않았더라면 만날 수 없고, 있을 수 없는 일들이에요.
여행을 하다 보면 그런 고리들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돼요. 얼마 전에 어떤 한 센터에서 일하는 선생님께서 강연 요청을 하셨어요. 어린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라서 흔쾌히 나갔어요. 애들을 재밌게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니까 “잠만 자지 마라”고 했어요. 강연을 마치고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형편이 조금 어려운 친구들이더라고요. 식사 때도 지나고 해서, 옆에 있던 남학생 둘한테 “아저씨 다음에 또 오면 차이나타운 데려가 줄 수 있어?”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답을 안 해요. 쑥스럽고 이상한 거죠. 그래도 전화번호를 남겼고, 실제 만나러 갔어요. 같이 밥도 먹고 사진도 찍었어요. “너희들 사진 찍어도 돼?”, “이 사진, 책에 실어도 돼? 그런데 잘 안 나오면 책에 안 넣을 수도 있어”라고 했어요. 애들은 어리둥절해하죠. (웃음) 책에 사진이 실렸으면 바로 보내줘요. 보고 싶어할 거니까요. 아마 그 친구들한테는 문화충격일 수도 있어요. 이렇게 첫 고리가 생기면, 나중에 우리가 어떻게 만날지 몰라요. 10년 뒤에 불쑥 나타나서 “아저씨, 저예요”라고 말하는 일도 생길 수 있고, 실제 생기고요. 이런 인연들이 쌓이는 게 제 여행인 거 같아요.
마음이 간절하면 상황을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눈빛을 되게 중요하게 본다고 했는데, “나와 많이 다른 사람 앞에서는 두렵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나이가 들었으니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각진 것들이 닳고 부드러워졌겠죠. 하지만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만날 때 가끔 욱할 때가 있어요. 상대가 일방적일 때죠. “당신은 왜 따뜻한 척 글을 쓰면서 왜 만났을 때는 따뜻하지 않나요?”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처음 만난 사이인데 말이죠. 저는 누군가에게 처음부터 따뜻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기류가 찌르르 흘러서 마음을 확 열게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콘센트를 꼽았는데도 전혀 뭔가가 안 오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사람 간의 관계는 몇 초 안에 파악할 수 없는 건데, 대놓고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그런 분들이 있어요?
많아요. 너무너무 많습니다. 어떻게든 멀어지겠지 하는데, 집요하게 그런 분들이 있어요. 간혹 글쓰는 사람들을 환상 속에서 생각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살다 보면 더 챙기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뭐 괜찮아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 작가님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봤어요. “사람을 좋아하면 모두 편안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늘 허우적이구나.”
사람을 좋아하는 힘으로 단단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잘 터지죠. 비오면 새고, 얼었다가 녹으면 균열이 생기고. 사람에는 장사가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을 이만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철학으로 살고 있는데, 그걸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독자들이 늘 궁금해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신 묻고 싶어요. 지금 연애 중이신가요?
(웃음) 강의를 나가면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에요. 언젠가는 이렇게 대답한 적도 있어요. “일주일 전부터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 혼자.” 그런데 지금은 없어요.
이색적인 질문을 받아본 적도 있을 것 같은데요.
엊그제 ‘마음을 전하는 글쓰기’ 행사에 갔는데, 어떤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대전의 어느 칼국수집 좋아하시죠? 대전에 오면 저랑 식사할 의사가 있나요? 예스 아니면 노로 대답해주세요.” (웃음) 그래서 제가 스태프에게 연락처를 남겨달라고 했죠. 자기 사랑에 대해서 묻는 사람도 많고, 글을 평생 쓰고 싶은데 용기를 달라고 했던 분도 있었어요. 되게 감동적이었던 게 그 분이 공대생이셨는데 “나는 등단을 안 해도 책을 못 내도 상관 없는데 평생 글을 쓰고 싶다”고 하셨어요.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을까요? 응원해주고 싶더라고요. 그 분은 좋은 글을 쓸 수밖에 없는 분이라고 확신했는데, 다만 자신에게 계속 자극을 주는 사람, 영향을 주는 사람을 나란히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책에서 ‘시인인 척하기 위해서 삶에서 끊어야 할 목록들’에 대해서도 말하셨는데요. 지금은 어떤 걸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지금도 비슷해요. 면전에서 이런 말씀을 드려서 좀 그렇지만, 우선 인터뷰를 끊어야 해요.
인터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시잖아요?
안 하죠. 새로 책이 나오면 조금은 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 앞에 드러나는 일을 많이 안 하는 게 저한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세상 어딘가에 꺼내지는 일 같은 건 조금 덜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을 때가 있죠.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얕게 좋아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좋아하거나,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다든가. “시를 쓰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이미 시인 이상의 자격을 가졌다”고 쓰기도 하셨는데.
하룻밤을 자고 오는 시 캠프에 갔을 때, 참 좋았어요. 계곡에 앉아 물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각자 좋아하는 시 한 편씩을 낭송하는데, 함께 있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열렸어요. 한 사람이 시 낭송을 마치고 울컥하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다시는 이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어요. 이게 시의 힘이 아닌가 싶었죠. 저는 그래요. 시를 쓰면서 생활을 열심히 하는 후배들을 볼 때,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돼야 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들이 잘됐으면 좋겠는데. 희망이 없을까 봐, 그게 걱정일 때가 있어요. 저는 이제 중심이 흔들릴 때는 아닌 것 같아요. 시를 쓰는 일을 갑자기 그만둘 일을 절대 없으니까요. 그런데 후배들은 내 후배니까 약해 보이잖아요. 그들이 흔들릴까 봐 마음이 힘들 때가 있어요. 저는 시를 좋아하는 분들, 사랑하는 분들이 고마워요. 많이 고마워요.
『끌림』을 냈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극소수의 끼를 가진 이들에게만 눈에 띄길 바란 책”이라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어떤가요.
저는 우리의 마음이 할 수 있는 영역들이 되게 많다고 생각해요. 마음의 무한 가능성? 그런 걸 믿어요. 마음이 간절하면 상황을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진심이 통한다는 말이 있지만, 진심이 안 통하는 게 세상이거든요. 하지만 마음을 잘 사용하면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건네줄 수 있고 상대가 나에게 주고 싶은 걸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요. 많은데, 우리가 너무 가둬놓고 있죠. 새장 안에 마음을 딱 가둬놓은 것 같아요. 20대 때의 제가 그랬고요. 사람이 좋아하는 게 생기면 마음이 작동을 하게 되잖아요. 내가 감히 손을 뻗을 수 없는 것도 닿아서 가질 수 있어요. 안타까운 건, 마음을 쓰지 않고 겉돌고 있다는 거예요.
“이 책을 집필하면서 마지막 여행산문집이기를 바랐다”는 말도 하셨는데. 서운할 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책을 만들다가 문득 그런 마음이 쓱 들었어요. 여행산문,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제가 죽을 때까지 여행할 곳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는 이런 여행을 해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사는 것 자체가 여행인 사람. 내 속을 보여주고, 상대방의 속을 꺼내 보여주는 그런 여행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 중에 “살아가는 건 결국 여행”이란 말이 있어요. 여행을 뛰어넘는 여행 이상의 여행? 그런 이야기를 쓰고, 그런 여행에세이들을 많이 읽고 싶어요.
“당신은 지금 어떤 계절이냐고 물었을 때, 술술 답하는 상태였으면 좋겠다”고 쓴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작가는 지금 어떤 계절을 살고 있나요?
지금은 여름이에요. 여름에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거든요. 기온이 낮고 바람이 불고, 비가 조금 더 오면 저는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겨요. 그런데 이제 책을 막 털었으니까 글씨 쓰기 싫어요. (웃음) 지금은 시원한 곳에서 책을 많이 보려고 하는 시기에요. 여름을 잘 보내고 나면 찬바람이 곧 불겠죠? 그러면 시한테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포옹을 해야죠.
내 옆에 있는 사람이병률 저 | 달
금발의 아리따운 연인이 키스하는 장면을 포착한 대신, 허름한 시장통에 삼삼오오 모여 국수를 먹거나 작은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들꽃들, 어느 시골 골목길에 목줄 없이 뛰어다니는 똥강아지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고개만 돌리면 만날 수 있는 주위의 풍경들, 그리고 평범하지만 그 안에 뭔가를 가득 담은 사람들의 표정이 무심한 듯 다정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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