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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주역들, 다시 뭉치다

<킬미힐미> 배우, 스태프와 ‘미미’들의 뜨거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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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통해 스타가 탄생하고, 새로운 문화가 유행한다 하더라도 드라마 자체로 종영 후까지 이야기되는 사례는 드물 것이다. 다중인격장애라는 소재를 다루며 음악과 조연 캐릭터까지 두루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킬미힐미>는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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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과 상관없이 드물게 마니아를 만드는 작품들이 있다. 영화, 소설, 드라마 등에서 발견되는 이런 작품들은 이른바 ‘폐인’을 양성하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작중 등장인물의 섬세한 내면에 집중하는가 하면, 잠깐 등장했던 소품이나 어떤 장치가 극의 흐름에 아주 중요한 요소로 해석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작품 제작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발견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특히 영드, 미드나 특정 감독의 영화는 이런 팬층이 무척 두터워 애써 특이한 사례로 볼 일도 아니다. 하지만 국내 드라마는 어떤가? 드라마를 통해 스타가 탄생하고, 새로운 문화가 유행한다 하더라도 드라마 자체로 종영 후까지 이야기되는 사례는 드물 것이다. 다중인격장애라는 소재를 다루며 음악과 조연 캐릭터까지 두루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킬미힐미>는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7월 7일, 주인공 오리온(황정음)의 집으로 촬영했던 ‘쌍리’에서 진행된 <킬미힐미> GV에는 ‘미미’(<킬미힐미> 팬들을 가리키는 애칭) 70명이 초대되었다. 함께 자리한 감독 및 스태프들과 함께 드라마의 디테일과 숨겨진 이야기를 상세하게 나누며 종영의 아쉬움을 달랬다.

 

가장 먼저 김진만 감독은 “‘미미’ 여러분 너무나 반갑고요. 오늘은 7월 7일, 우리가 만난 지 6개월 되는 날입니다. 6개월 맞이 행사를 크게 하자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DVD가 나오기 전이지만 직접 여러분들에게 설명도 하고 싶고 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반가움을 전했다.


김진만 감독이 즐겨 쓰는 표현이 있다. ‘퍼즐’ 비교인데, “작은 조각라도 그 조각이 있어야 큰 그림이 완성되는 것처럼 묵묵히 양보해주고, 희생해준 배우와 스태프가 없었다면 <킬미힐미>는 없었다.”고 말한 것이다. 김진만 감독은 스태프들을 “<킬미힐미>의 숨은 공로자”라고 소개했다. 함께 자리한 원혜정 미술감독, 정승우 촬영감독, 김수한 음악감독이 차례로 소개되었고 무대 뒤편에서 무술감독 및 다른 스태프들도 함께 박수를 보냈다.

 

주인공 차도현 역을 맡았던 배우 지성이 등장하자 큰 환호성이 ‘쌍리’를 가득 채웠다. 쑥스럽게 인사를 전하며 “반갑습니다. <킬미힐미>가 끝나고 얼마 안 됐는데, 몇 년 지난 것 같은 기분이에요.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는데 이런 자리가 있어 오기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왔습니다. 함께 <킬미힐미>만들며 고생한 식구들과 많은 사랑을 주셨던 우리 ‘미미’분들이 계시니까요. 우리는 의리잖아요.(웃음) 지금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좋은 영화로, 열심히 하는 연기로 여러분들에게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주인공 오리진 역을 맡았던 배우 황정음은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감독님이 정말 너무 열심히 만들어주셔서(웃음). 천재 감독님, 사랑합니다.”라며 특유의 애교로 인사를 전했다.

 

차도현의 유학시절 주치의이자, 오리진의 지도 교수 석호필 역을 맡았던 배우 고창석은 “인사를 드리게 될 줄 몰랐습니다. 이런 모습이라(웃음). 뜻 깊은 자리 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유쾌하고 친근하게 인사했다.

 

오리진, 오리온 남매의 어머니 지순영 역할을 맡았던 배우 김희정과 아버지 오대오 역할을 맡았던 배우 박준규가 함께 등장했다. 김희정은 먼저 “‘쌍리’까지 오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고요, 작품이 끝났는데도 이렇게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배우 박준규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박준규는 “hello, how are you, guys.”라고 인사말을 전해 좌중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벌써 6개월 됐다고요? 대단합니다. 저도 이런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사랑해요.”라고 인사를 전하며 무대에서 내려갔다.

 

차도현의 비서 안국 역할을 맡았던 배우 최원영은 “반갑습니다. 이렇게 큰 행사인 줄 모르고 감독님 연락 받고 왔는데, 감독님 팬 미팅이었네요.(웃음)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이렇게 만날 수 있어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미미’들의 심도 깊은 질문이 이어졌다. 드라마 촬영의 특성 상 충분히 준비하거나 사전에 계획하지 못하고 찍었던 장면들을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미미’들에게 당황하기도 하고, 변명의 말을 전하기도 하는 흥미로운 자리였다.


무엇보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숨은 곳에서 애쓴 스태프들. 그들이 전하는 <킬미힐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그들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흥미가 동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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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한 음악감독 인터뷰


김진만 감독님의 비밀 시놉시스는 배우 지성 씨와 음악감독님에게만 공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음악감독님은 그 시놉시스를 보시고 OST를 어떻게 구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I am Cha Dohyun> 과 <I am Shin Segi> 음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요.


비밀 시놉은 처음부터 저에게 알려주지 않았어요. 드라마 진행 되면서 그래도 다른 스태프 보다는 제가 먼저 알았지만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음악 컨셉을 얘기하기 전에, 제가 이 일을 18년째 하고 있는데 이 작품 음악 작업이 두 번째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웃음) 너무 힘들었어요. <Kill me>와 <Heal me>는 시놉시스를 보고 처음에 만들었어요. 컨셉은 뻔하지 않은 음악이어야 한다는 것이었고요. 코믹이라고 해도 마냥 가볍지 않은 것, 감정이 깊어진다고 해도 너무 절절하지 않은 것 등 저만의 몇 가지 기준이 있었어요. <Kill me>와 <Heal me>를 처음 만들고 김진만 감독님에게 들려줬을 때 감독님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곡들을 이 작품 음악의 톤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음악을 이 곡들에서 출발해 만들었어요.


<I am Cha Dohyun> 과 <I am Shin Segi> 같은 곡들의 제목은 나중에 지었어요. 처음에 감독님과 얘기한 것은 이 드라마는 차도현이 살아야 드라마가 산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도현에게 굉장히 우호적인 음악,  <I am Cha Dohyun>은 거기서 나온 거예요. 그러나 말씀 드렸듯이 너무 절절하게 하고 싶진 않았고요. 신세기는 일을 벌여놓고 차도현을 힘들게 하고, 못된 면도 있는 캐릭터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슈퍼맨과도 같은 캐릭터죠. 때로는 속도 후련하게 하고요. 그것에 착안해서 만든 음악이 <I am Shin Segi>이에요. 신이 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살짝 긴장으로 접어들고요. 굉장히 긴 곡인데, 그 안에 그런 느낌을 다 집어넣었어요.

 

OST <환청> 끝부분에 가수 장재인 씨의 웃음소리가 나와요. 서늘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웃음소리 같기도 해요. 음악감독님께서 의도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원 작곡자에게 이 곡을 받았을 때 그 안에 웃음소리가 들어있었어요. 물론 작업하는 과정에서 몇 번 수정되기도 했죠. 가사도 그렇고요. 그러한 과정에서도 웃음소리는 그대로 두었어요. 드라마에 처음부터 아역들이 등장하는 건 아니었거든요. 드라마가 깊어지면서 어린 도현과 어린 리진이 나온 건데요. 그 웃음소리가 묘하게 하늘로 사라지면서 퍼지는 느낌들이 굉장히 아련했어요. 의외의 반응이었죠. 방송 나가기 전에 영상을 보고 음악을 붙이다보면 수십 번 씩 그 장면을 보잖아요. 대개의 곡들은 몇 번 보면 흔히 말해 벌써 약발이 떨어져요.(웃음) <환청>은 희한하게 오래 가더라고요. 수십 번을 봐도 볼 때마다 새롭고, 이 곡에 이런 부분이 있었는지 새삼 생각하게 돼요.

 

이 곡에 나쑈의 랩이 등장하죠. 가사가 드라마 주제와 잘 맞아서 좋아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드라마와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해요. 감독님은 랩을 듣고 처음 어떠셨어요?


랩 부분에 대해서는 참 이야깃거리가 많은데요. 처음에는 신세기 테마곡이었어요. 감독님도 그렇게 주문을 했었고요. 분노의 표출을 음악으로 표현해야 하니까 인상적인 멜로디와 폭발적이고 파워풀한 랩을 컨셉으로 잡고 곡을 만들게 된 거죠. 처음에는 나쑈가 랩을 해서 왔는데, 우리의 의도와 너무 달랐어요. 목소리 톤도 얇고, 한국어로 가사 전달을 하려다 보니 어색한 부분도 있었고요. 그래서 20부 동안 노래를 쓰면서 랩까지 다 내보낸 경우가 몇 번 안 돼요. 거의 장재인 씨 노래 부분만 내보내고 그랬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떤 특별한 장면에는 랩이 붙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소름 돋는 경우가 있었어요. 랩의 가사가 이 드라마의 모든 것을 다 말해주는 것처럼 들리더라고요.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지만 물론 가사 작업할 때는 가사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드라마와 동 떨어진 곡은 싫었거든요. 기본적으로 그런 부분에 많이 신경을 썼죠. 아마 랩이 드라마와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 톤 때문에 그랬지 않았나 싶지만 실제로 드라마에 대단한 기여를 했고, 무척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땐 신세기가 등장하는데 BGM이 <I am Cha Dohyun> 이거나 차도현이 등장하는데 반대로 <I am Shin Segi>인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정하신 이유는 뭔가요?


김진만 감독님과 10년 넘게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요. 많이 싸우기도 하지만(웃음)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각 인물별 테마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더구나 이번에는 차도현과 신세기가 하나였으니까요.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신세기라고 해서 왜 차도현이 가진 안쓰러움이 없겠어요. 그러니까 그건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OST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I am Cha Dohyun>이요.

 

이유는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김진만 감독님의 연출관이 있잖아요. 대본에 상세한 지문이 있고, 배우가 그대로 연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신데요. 마찬가지예요. 보는 사람이 느끼는 것이지 그걸 연기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이 거기에 함몰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음악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슬픔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서 음악 자체가 너무 절절하고, 신파가 되고, 음량으로 밀어붙이는 그런 건 정말 싫었어요. 감독님도 저와 의견이 같았고요. 최대한 선선한 음악을 구상한 거죠. 판단은 보는 사람이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그 곡을 만들었는데요. 다른 드라마 입장에서 보면 그 정도는 슬픈 음악도 아닐 거예요. 아주 선선하니까요. 드라마는 물론 한 장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맥락에서 봐야하죠. 그런 장면들에 <I am Cha Dohyun>을 붙여서 보면 오히려 더욱 슬프고, 40인조 스트링이 긁어대는 음악을 붙였을 때보다 훨씬 감동이 있더라고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 거예요. 그래서 그 음악에 애착이 많이 가요. 버전도 7~8개 이상 되고요. 편곡도 여러 가지로 해서 다양하게 썼죠. 기억에 많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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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우 촬영감독 인터뷰


어느 분석 글에서 차도현은 인물의 왼쪽얼굴이, 신세기는 오른쪽얼굴이 주로 나오게끔 카메라 각도를 잡아 시청자로 하여금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는 내용을 읽고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각 인격의 차별화를 위해, 오리진과 오리온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 상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사실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해서 이루어진 건 아니고요. 전혀 다른 인격이 나오다보니 현장에서 어떻게 이 두 인물을 차별화시킬까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죠. 정면은 대개 비슷하잖아요. 방향을 다르게 하면 느낌이 약간 달라져요. 그렇게 해보는 게 어떨까 해서 시도를 했죠. 배우도 그 부분을 좋아했고, 보는 분들도 좋아하셨고, 저희들도 만족했어요. 현장의 아이디어였어요. 사전에 그 계획을 하고 온 것은 아니었고요.


보통 촬영은 배우를 카메라나 현장에 제어하면서 찍을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킬미힐미>라는 작품을 들어갈 때, 인격이 다양하고 캐릭터를 무기로 삼아야 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카메라가 인물을 쫓아가면서 배우를 자연스럽게 두고 찍자는 게 컨셉이라면 컨셉이었어요.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죠.

 

한 배우가 다양한 인격을 연기하기 때문에 차별화를 도모했던 시각적 장치가 있었는지, 의도가 자연스레 궁금했거든요.


그렇죠. 저희도 끝까지 그 부분이 고민이었죠. 시간이 별로 없는데다가 이런 것들이 3, 4부 안에 거의 만들어졌기 때문에요. 보통 현장에서는 ‘3중 촬영’이라고 하는데요, 한 대의 카메라로 몇 번을 연기하면서 찍는 경우가 있고, 몇 대의 카메라로 한꺼번에 찍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캐릭터, 세기와 도현 등 극 중에서 인격이 변할 때는 연결하기에도 그렇지만 배우가 최대한 한 번에 다 쏟아내게 하기 위해 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해서 받아 냈던 거죠. 그런 정도의 노력은 사실 누구나 해요.(웃음)


드라마든 영화든 어떤 이야기를 영상화 하는 것인데요. 여러 가지 기술적 이유로 어느 부분까지만 연기하고 새로 찍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배우가 감정을 연결하기 어려울 수 있죠. 특히 이 작품은 여러 인격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더욱 그랬어요. 때문에 주어진 장소가 있으면 많게는 네다섯 대까지 카메라 세팅을 해서 한꺼번에 찍었어요. 그걸 위해 리허설도 하고요. 가령 이 지점에서 지성 씨가 어느 곳에 시선을 둘 것인지 서로 합을 짜고, 저도 어떤 장면에서 이 정도로 해주면 촬영이 괜찮을 것 같다는 식으로 의견을 말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한 장면에서 배우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최선을 다해 연기하다 보면 좋은 이미지가 담기더라고요.

 

7인격 중에서 신세기 부분은 좀 다르게 보였어요. 신세기만 다르게 촬영한 부분이 있나요?


촬영 원본 소스를 편집해서 장면을 구성하잖아요. 우선 다양한 각도에서 인물을 찍는 거죠. 사이즈도 다양하게 하고요. 다양한 각에서 한 번에 인물을 담아내면 다양하게 편집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보시는 분들은 디렉션이 확확 바뀌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거죠. 과거 영상 문법에 의하면 라인이라든가 지켜야 하는 선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부분을 의도적으로 파괴하거나 넘어서 지성이란 배우가 신세기를 연기할 때 도움이 되도록 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편집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다양한 디렉션의 소스가 많으면 편집 과정에서는 여러 재료가 많은 거니까요. 좋은 편집이 나올 가능성이 있겠죠. 저희는 같은 연기의 얼굴도 다양한 각에서, 다양한 사이즈에서 담아주고, 그걸 가능한 한 한 번에 찍는 거죠. 사실 그건 감독님과 저, 배우들이 모두 합의해서 의논해서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커버한 다음에 촬영이 들어간 거예요. 신세기라고 특수한 장비로 찍거나 그런 건 아니었어요. 

 

어떤 장면을 다르게 찍고 싶었는데 여건이 안 되서 하지 못 했던 장면도 있었을 것 같아요.


요섭이 빌딩 위에서 자살을 하겠다고 하면서 통화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곳이 마포대교 근방에 있는 건물 옥상이었는데 무지하게 추웠어요. 이틀 전인가 밤샘 촬영을 하다가 장소 헌팅하러 갔는데 옥상에 올라갔더니 정말 아래도 쫙 내려다보이고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데 엄청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사실 그 장소를 보고 요즘 많이 사용하는 헬리캠을 써서 촬영하고 싶었거든요. 그 장면이 전화를 받고 오리진이 요섭을 찾아와야 하는 것이니까 전체를 보여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결국 여건 상 안 됐죠. 바람이 너무 불어서 헬리캠을 쓸 시도조차 하지 못했죠. 촬영도 결국 하루에 끝내지 못하고 다음날까지 찍었어요. 그 장면은 그렇게 찍었다면 드라마가 조금 더 기름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웃음) 돈 쓴 티를 좀 많이 낼 수 있었겠죠.

 

돈 쓴 티요.(웃음)


제가 하는 일이 사실 돈 쓴 티를 내는 거니까요. 나이트클럽 장면이 그런 거였죠. 보조출연자 200~300명을 불러서 찍은 장면인데요. 클럽 분위기를 내야 하는데 하루 종일 찍을 수 없잖아요. 그때 제 아이디어가 장면을 찍은 후 클럽에 진짜 음악을 틀고 놀도록 하자는 거였어요. 그러면 사실 잘 놀 수 있는데 오디오 탓에 음악 다 끄고 춤만 추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 썰렁한 나이트클럽 장면이 많은 거거든요. 일단 음악을 틀고 찍자, 전화로 자기들도 안에서 막 찍고, 우리가 숨어서도 찍자 했죠. 그 장면이 드라마가 강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잘 찍혔던 것 같아요. 촬영하는 입장에서 그 장면이 대단히 가치 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의외로 그 장면이 투입된 물량이 잘 표현되었고요. 그 장면을 보고 많이들 신나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촬영 된 장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그 나이트클럽 장면 뒤에 세기와 오리진이 택시 타고 가는 장면까지 이어지는 거거든요. 근데 그 뒷부분이 대본에도 없는 애드립으로 보는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던 장면이에요. 황정음이라는 배우의 깨알 같고 폭발적인 리액션으로 살린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만족하죠. 찍을 때 특별히 노력을 하고 이런 것보다 앞뒤가 잘 연결돼서 보는 사람들이 좋았다면 저도 만족합니다.

 

그렇다면 혹시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장면, 공들여 찍은 장면이 있다면 들려주시겠어요?


오리온이 오리진과의 관계가 있잖아요. 고민하면서 거리를 걷는 장면이 있어요. 울기도 하고요. 그걸 홍대 거리에서 밤 12시 쯤 촬영한 것 같은데요. 보통 촬영을 하려면 차도 막고, 통제를 하고 찍잖아요. 제가 조명도 하지 말고, 차도 막지 말고, 스태프들도 최대한 숨고 찍자고 했죠. 요즘은 짐벌이라는 장비가 있으니까 그냥 연기를 하도록 했죠. 거의 200미터 이상 팔로우를 해서 끝낸 장면이 있어요. 그게 자연스러웠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인위적인 것 없이 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제어하지 않고 찍었으니까요. 늦은 밤거리의 느낌도 잘 들어갔고요. 괜찮았던 것 같아요.

 

짐벌도 말씀하셨지만 다양한 장비들로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중 가장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장비가 있었나요?


특별히 힘들었던 장비는 없었고요. 메인 카메라는 비싼 장비예요. MBC에서 장비 지원을 잘해줘서(웃음) 크게 어려움 없이 찍었죠. 저는 원래 스타일이 메인 카메라를 중요시하진 않아요. 그건 원래 좋은 거니까요. 그냥 가볍게 부수적으로 쓸 수 있는 카메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에도 보면 세기가 차를 타고 질주한다거나 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보통 렉카에 차를 올려서 카메라 달고 찍잖아요. 이번에는 그런 경우는 별로 없었어요. DSLR로 제가 함께 타서 세기가 운전하는 것을 찍거나, 리깅이라고 하는데 차에 카메라 몇 대를 붙여서 찍거나 했죠. 카메라가 작아야 가능한 일이거든요. 작은 카메라들을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잘 사용해서 찍었죠. 그 덕분에 스태프들이 잠도 좀 자고요.(웃음) 자는 게 중요하잖아요. 잘 찍고 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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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정 미술감독 인터뷰


무당벌레 오르골은 지성 배우님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협찬과 관련 없이 미술 감독님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따로 준비했던 소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촬영은 대부분 무척 급하게 이루어져요. 소품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할 수 있는 건 솔직히 몇 가지 안 돼요. 촬영에 들어갈 때 나올 수 있는 대본이 3, 4회 정도까지 밖에 안 돼서 그 뒤의 소품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이후 소품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김진만 감독님이 결정하는 것들이 더 많았어요.

 

그렇다면 소품 준비하면서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글쎄요. 제가 현장에 많이 없어서요.(웃음) 소품 하나하나를 떠올리기는 힘들고요. 무당벌레 오르골 역시 김진만 감독님이 원래 오르골을 좋아하셔서 나오게 된 걸로 알고 있어요. 거의 감독님 아이디어가 많다고 보시면 돼요. 저도 미술감독이긴 하지만 주로 김진만 감독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듣고 정리해서 내보이는 것이 주로 하는 일이에요. 제 기억에 <킬미힐미> 하면서 김진만 감독님이 오르골에 대해 꽤 애착이 있으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OST에도 오르골 단독 연주도 들어가 있고요.

 

7화 옥상 장면에서 요섭이 그린 그림에 대한 질문이 많습니다. 일곱 인격 외에 다른 얼굴도 그려 있어요. 요섭이 요나를 긴 머리로 그린 것이나 페리박이 수염이 있는 것 등 인격의 방에선 다들 그렇게 이미지화 되어 있는 건가요?


그렇게 의도를 하긴 했죠.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대본이 빨리 나오지 않다보니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일곱 개의 인격이라고 했지만 요나 이후 나머지 5, 6, 7번 인격은 솔직히 초반에 확실하게 구현된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떤 인격이 다음에 나오게 될 것인가를 협의하거나 김진만 감독님과 진수완 작가님이 계속 만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7부에 등장했던 것은 아주 구체화된 이미지보다는 ‘이럴 것이다’하는 것으로 빨리 그렸던 거죠.(웃음)

 

차도현의 기억속의 지하실은 나무 바닥에 장난감이 가득 차 있었는데 실제 오리진이 있던 지하실은 콘크리트 바닥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각각의 장난감은 어떤 의미로 채우셨나요?


제 판단에는 초반 기억속의 지하실은 우리가 늘 상상할 수 있는 것이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린 아이가 갇혀 있었지만 어린 아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장난감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생각해서 설정한 거고요. 후반에 나왔던 지하실은 솔직히 말씀 드리면 화재 장면이 더 중요했었어요. 그곳에서 화재가 중요했기 때문에 그것을 세팅하는 과정에서 그냥 그 집안의 어느 창고로 구성을 한 거예요.

 

미술팀에서 가장 신경 써서 준비하신 것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초반 1~4부를 가지고 시작하니까요. 그 대본을 가지고 준비한 것이 더 많았거든요. 가장 신경 많이 썼던 것은 도현의 집과 쌍리라는 공간이었어요. 남녀 주인공의 공간이기 때문에 그랬죠. 도현이가 극 후반에는 많이 부각되진 않았지만 사촌과 회사 내에서 후계자 자리를 놓고 대결을 하게 되는 그 공간까지 세 공간으로 나누어서 초반에 많이 준비를 했죠. 나머지는 대본이 나오는 것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준비를 했어요.

 

컨셉에 맞는 소품들이 각자 다를 것 같은데요.


네. 도현의 공간 같은 경우 도현이가 일곱 가지 인격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공간이잖아요. 그걸 시청자가 느낄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에 비정형적인 구조나 소품들을 놓으려고 했어요. 시청자로 하여금 그것이 불안해 보이도록 말이에요. 리진의 공간이나 쌍리 같은 경우는 그와 반대로 사랑스럽고,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이도록 구성했어요. 그래서 그 감각이 도현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을 정도의 따뜻함이어야 했죠. 그렇게 중점적으로 했던 것 같아요.

 

페리 박 장면의 물풍선 유리병을 많이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이건 급조된(웃음), 사전에 계획된 건 아니고요. 저도 ‘이게 뭐지?’ 싶을 정도로 갑자기 준비된 거였어요. MBC 소품 팀에 있던 것 중에 빨리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한 거예요.(웃음)

 

그래요?(웃음) 이런 사실을 알면 팬들의 환상이 많이 깨질 것 같아요.


환상이 깨지죠? 그래서 미화시켜서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그러면 거짓말을 해야 하니까요.(웃음) MBC 소품 창고에는 어마어마한 게 많이 있어요. 거의 박물관 수준이니까 가능했죠. 오히려 처음부터 그것을 의도했다면 그 모양이 안 나왔을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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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오늘의 책

오늘의 우리를 증언하는 소설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단단하게 쌓아 올린 여섯 개의 세계를 만난다. 이번 작품집에는 편혜영 작가의 대상작 「포도밭 묘지」를 비롯해, 김연수, 김애란, 정한아, 문지혁, 백수린 작가의 수상작을 실었다. 훗날 무엇보다 선명하게 오늘의 우리를 증언하게 될 소설들이다.

소설가 이기호의 연작 짧은 소설집

『눈감지 마라』에서 작가는 돈은 없고 빚은 많은, 갓 대학을 졸업한 두 청년의 삶을 조명한다. ‘눈감지 마라’ 하는 제목 아래에 모인 소설은 눈감고 싶은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품 곳곳 이기호식 유머가 살아나는 순간 이야기는 생동하고, 피어나는 웃음은 외려 쓰다.

목소리를 내는 작은 용기

올해 1학년이 된 소담이는 학교에만 가면 수업시간은 물론, 친구들 앞에서조차 도통 목소리가 나오질 않습니다. 친구들의 시선에 온몸이 따끔따끔, 가슴은 쿵쾅쿵쾅.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로, 목소리 작은 전국의 소담이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전합니다.

인생 내공이 담긴 책

MBC 공채 개그맨에서 '골목 장사의 고수'로 경제적 자유를 이룬 고명환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시작한 '책 읽기'를 계기로 시작된 독서 습관과 독서를 통해 깨달은 생각, 장사 이야기 등 오랜 기간 꾸준히 실천해온 성공 노하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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