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은 무서운 아름다움

『로미오와 줄리엣』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달에게 사랑을 맹세하지 마세요.

그대의 이름만이 나의 적일뿐이에요. 몬터규가 아니라도 그대는 그대이죠. 몬터규가 뭔데요? 손도 발도 아니고 팔이나 얼굴이나 사람 몸 가운데 어느 것도 아니에요. 오. 다른 이름 가지세요! 이름이 별건가요?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건 다른 어떤 말로도 같은 향기가 날 겁니다. 로미오도 마찬기지. 로미오라 안 불러도 호칭 없이 소유했던 그 귀중한 완벽성을 유지할 거예요. 로미오, 그 이름을 벗어요. 그대와 상관없는 그 이름 대신에 나를 다 가지세요.-『로미오와 줄리엣』

 

달에게 사랑을 맹세하지 마세요


누구나 한번 쯤 해봤을 사랑의 맹세.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더 이상 그리움에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고백하는 대상은 어딘가 모르게 열정을 품은 매혹적이면서도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가끔씩 달(月)에게 맹세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달 없는 밤은 생각만으로도 어둡습니다. 달이 없다고 한다면 사랑을 아무렇게나 해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행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 언젠가는 달빛처럼 빛나는 것을 믿는 만큼이나 우리는 신기하게도 더 많이 사랑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세익스피어의『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은 로미오에게 달에게 맹세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변하지 않아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변한다면 결코 사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그에게는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까닭에 달의 모양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의 맹세를 하기에는 달의 모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염려했습니다. 만약  사랑의 맹세를 하겠다면,

 

품위 있는 자신에게 맹세해요.

 

라고 했습니다. 또한 너무너무 성급하거나 무모하거나 반대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번개 친다.”를 말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번개와 꼭 같다고 했습니다.

 

왜 그대는 로미오인가요?


줄리엣은 사랑의 새싹은 여름의 숨결로 자라나 다음 만날 땐 예쁜 꽃이 필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계(四季) 중에 사랑을 고백하기 좋은 계절을 고른다고 하면 여름의 숨결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5월이지 않을까요? 아름다운 5월에 슈만은 사랑하는 클라라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름다운 5월, 꽃들이 피어날 때 내 마음에는 사랑이 싹튼다네. 아름다운 5월, 새들이 노래할 때 나는 그대에게 내 마음을 고백한다네.

 

슈만은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게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예쁜 꽃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불행은 그들의 가문이 오래 묵은 앙숙이었는데 그들이 숙명적인 몸에서 연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첫 키스를 하였지만 서로의 이름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된 후  사랑은 가혹해졌습니다. 과연 원수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어느 날 그는 그녀의 창가 아래에서 그녀의 고백을 들었습니다. 그녀는 “로미오, 왜 그대는 로미오인가요?”라고 안타깝게 말하면서 그의 이름을 거부했습니다. 그의 이름만이 그녀의 적일 뿐 이었습니다. 몬터규는 그의 손도 발도, 얼굴이나 사람 몸 가운데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자 그녀의 비밀을 듣고 있던 그는 만약 그녀가 자신을 애인이라 불러 준다면 앞으로는 절대로 로미오라고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사랑은 장식이 아니에요!


그녀를 만나기 전에 그는 로잘린과 연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눈가리개 하고 있는 사랑이라고 하면서 비탄에 빠졌습니다. 비록 로잘린이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큐피드의 화살로는 그녀의 과녁을 맞추는 게 어려웠습니다. 한편 줄리엣는 귀족 청년 파리스 백작과 어쩔 수 없이 결혼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축제에서 로미오는 횃불보다 더 밝게 빛나는 줄리엣을 보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줄리엣은 어떤가요? 결혼이라고는 자신과는 거리가 먼 영예라고 여겼는데 원수 집안의 로미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로미오, 그 이름을 벗어요. 그대와 상관없는 그 이름 대신에 나를 다 가지세요.

 

사랑을 마음이 아니라 눈(目)으로 하게 되면 미모, 가문 등을 따지는 것은 관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사랑을 입(口)으로 하면서 이런저런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상 속에 아무런 내용이 없다면 즉, 환상만 자극한다면 이런 사랑은 한숨만 나오게 됩니다. 그녀가 말한 대로 “말보다는 내용으로 가득한 상상력은 장식이 아니라 본질을 뽐내는 법”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사랑은 눈과 입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사랑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할 수 없습니다. 사랑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어야 하는데, 다시 말하면 사랑은 장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죽음표


스무 자루 칼보다도 더 큰 위험이 그녀의 눈에 있다고 했던 그는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사랑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이름을 버리면서까지 불행을 이겨내려고 했으나 끝내 그러지 못했습니다. 순수한 사랑은 죽음을 삼키고 말았습니다. 최종철은『로미오와 줄리엣』,「작품 해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렇다면 줄리엣의 자결이 보여 주는 이 슬픔 속의 기쁨, 예이츠의 표현을 빌리면 이 ‘무서운 아름다움’(terrible beauty)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 비극의 주제일 뿐만 아니라 주된 구성 원리로 작동하고 있는 사랑의 모순어법에서 나온다. 서로 미워하는 두 원 수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나 서로를 사랑하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운명에 한편으로는 대항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이며, 결국에는 살아 있는 죽음을 통하여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을 이룬다.

 

사랑이 물음표이거나 느낌표라고 한다면 사랑은 예쁜 꽃이겠지요. 그들은 불행한 운명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유일한 미움을 넘어 유일한 사랑을 할 정도로 순수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죽은 꽃을 피웠습니다. 사랑이 죽음표라고 해서 죽음으로 소진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오히려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을 통해 영원히 사랑을 받고 싶다는 갈망, 이렇게 사랑은 무서운 아름다움인지 모릅니다. 그러니 무서운 아름다움은 사랑의 죽음표라는 그림자를 치료하는 것이어야지 독(毒)이 되어서는 정말로 무서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러나 로미오에게 불길한 앞날이 걸쳐 일어났습니다. 로미오가 시비 끝에 티볼트를 살해하여 로렌스 수사의 암자에 숨어 지냈지만 끝내 추방당하게 되었습니다. 로렌스 수사는 그의 잘못은 사형인데도 죽음이 아니라 추방을 내린 것은 자비로운 일이라고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추방! 그것은 육신의 죽음보다 끔찍했습니다. 더구나 줄리엣이 사는 곳이 천국이라고 말하며 추방은 자비가 아니라 고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로렌스 수사는 역경의 달콤한 우유인 철학으로 위로하면서 로미오가 만투아로 건너가 사는 동안 사면을 요청하고 때를 봐서 그들의 결혼을 공표하겠다고 했습니다.

 

행복한 단검아, 이게 네 칼집이다


이렇게 해서 줄리엣은 로미오와 헤어졌는데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파리스 백작과 결혼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반갑진 않으나 고맙긴 합니다, 라고 하면서 결혼을 반대했습니다. 비탄에 잠긴 그녀는 로미오와 맺어 준 로렌스 수사를 찾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조언해주기를 바랐습니다. 만약 로렌스 수사의 지혜를 얻을 수 없다면 그녀는 죽음으로 심판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로렌스 수사는 자결할 의지력을 가진 그녀에게 죽음과 비슷한 치유책을 알려주었습니다. 즉, 지금의 치욕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파리스와 결혼에 동의하고 죽음의 축소판이 든 약을 먹게 되어 묘지에 누워 있으면 그와 로미오가 그녀가 깨는 것을 지켜보다가 구해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로렌스 수사의 계획이 담긴 편지보다 로미오는 줄리엣의 죽음을 먼저 알게 되었습니다. 절망한 사람에게 사악한 마음이 재빨리 드는 걸까요? 로미오는 줄리엣과 함께 누워 있고자 하는 마음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약장수에게서 독약을 사고 나서 줄리엣의 무덤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죽음의 자궁 앞에서 파리스 백작을 만나 그를 죽였습니다. 그리고는 죽음마저 아름다움을 정복하지 못한 줄리엣에게 마지막으로 키스를 하고 독약이었던 슬픔의 치료제를 마셨습니다. 줄리엣이 깨어나고 나서 꿈이 좌절된 것을 알게 되자 그녀는 로미오의 검을 들고 “행복한 단검아, 이게 네 칼집이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찌르며 죽었습니다.

 

 

 

 

 

img_book_bot.jpg

로미오와 줄리엣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최종철 역 | 민음사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의 낭만적 비극을 선보이는『로미오와 줄리엣』. 집안 간의 반목으로 인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연인의 사랑을 그린 희곡으로, 극적인 구성과 아름다운 표현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추천 기사]


- 『수레바퀴 아래서』 청춘 필독 작가
- 『폭풍의 언덕』, 자기 마음을 죽이지 마세요
-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절망 너머에 미래가 있다
- 1분이라도 정신적인 삶을 사는 것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7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임재청(서평가)

책만 보는 바보. 그래서 내가 나의 벗이 되어 오우아(吾友我)을 마주하게 되지만 읽은 책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때만큼은 진짜 외롭지 않아!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최종철> 역7,200원(10% + 5%)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3번으로 출간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집안 간의 반목으로 인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연인의 사랑을 그린 희곡이며, 그 극적인 구성과 아름다운 표현으로 청년 극작가였던 셰익스피어에게 커다란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또한 1597년 처음 출간된..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차가운 위트로 맛보는 삶의 진실

문장가들의 문장가, 김영민 교수의 첫 단문집. 2007년부터 17년간 써 내려간 인생과 세상에 대한 단상을 책으로 엮었다. 예리하지만 따스한 사유, 희망과 절망 사이의 절묘한 통찰이 담긴 문장들은 다사다난한 우리의 삶을 긍정할 위로와 웃음을 선사한다. 김영민식 위트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는 책.

누구에게나 있을 다채로운 어둠을 찾아서

잘 웃고 잘 참는 것이 선(善)이라고 여겨지는 사회. 평범한 주인공이 여러 사건으로 인해 정서를 조절하는 뇌 시술을 권유받는다. 그렇게 배덕의 자유를 얻으며, 처음으로 해방감을 만끽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조금 덜 도덕적이어도’ 괜찮다는 걸 깨닫게 해줄 용감한 소설.

그림에서 비롯된 예술책, 생각을 사유하는 철학책

일러스트레이터 잉그리드 고돈과 작가 톤 텔레헨의 생각에 대한 아트북. 자유로운 그림과 사유하는 글 사이의 행간은 독자를 생각의 세계로 초대한다. 만든이의 섬세한 작업은 '생각'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으로 독자를 이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생각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

베스트셀러 『채소 과일식』 조승우 한약사의 자기계발 신작. 살아있는 음식 섭취를 통한 몸의 건강 습관과 불안을 넘어 감사하며 평안하게 사는 마음의 건강 습관을 이야기한다.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삶을 통해 온전한 인생을 보내는 나만의 건강한 인생 습관을 만들어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