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New Year!” 이 열차는 1년에 지구를 한 바퀴 돈다. 1년이 지나면 같은 장소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한 바퀴를 돌면 열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Happy New Year!"라고 외친다. 과연 이들이 말하고 있는 ‘Happy’라는 단어가 사전적 의미와 맞는지 모르겠다. 이 열차가 바로 ‘설국열차’다.
그런데 지구 둘레는 4만 킬로미터다. 그러니 계산해보면 하루에 불과 109킬로미터를 달린다는 의미다. 영화에선 열차가 마치 KTX처럼 엄청나게 빨리 달린다. 하루 109킬로미터를 간다면 시속으로 환산했을 때 4.5킬로미터에 불과하니 기차는 천천히 달려야 하건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영화 내용을 따지면서 보면 재미가 없다. 그냥 스토리를 즐기면 된다.
남국 성민(송강호)의 모습, 포스터의 꺼주한 모습은 그가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음을 상징한다.
영화에서 그는 열차 내 형무소 갇혀 있다 나온다. 그러니 모습이 이럴 수밖에
하여간 영화의 스토리에 의하면 그들은 지난 17년간을 그렇게 달려왔다. 온난화로 인해 지구는 우리 인간에게 적대적인 추운 행성이 되었다. 그런데 온난화와 추운 행성이란 게 인과관계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를 멈추기 위해 CW-7이란 물질을 살포했으나, 그 부작용으로 말미암아 지구는 빙하기로 들어간다.
지구가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자.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 열차에 탑승한다. 엄청나게 긴 열차에는 식량생산 공장, 정육 냉동칸과 같은 먹거리를 위한 공간과 사우나와 수영장, 나이트 클럽도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실과 병원, 심지어는 감옥도 있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와 비슷하다.
테라포밍(Terrafor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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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기 내부의 공간도 정복하지 못하면서 외부의 공간을 정복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우리 가슴 속에 있는 별에 다가가지도 못하면서 멀리 있는 별을 찾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베르베르 베르나르 지음 『파피용』 (열린책들, 200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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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소설
『파피용』 은 인간이 지구를 불모지로 만든 나머지, 살기위해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태양에너지로 움직이는 우주 범선에는 14만 4천 명이 타고 있다. 책의 제목은 이 우주 범선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범선이 나비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1천 년에 걸친 여행 끝에 그들은 지구와 닮은 행성에 도착한다. 나비를 닮아 그들의 1천 년 간의 여행이 낭만적이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주범선 ‘파피용’의 모습
이들이 탄 파피용 속에는 사유재산도 없고, 돈도 없고 결혼제도도 없으며, 아이들은 공동체 전체가 맡아서 키우는 등 이곳을 토머스 모어가 말한 ‘유토피아’로 만들기를 원했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없는 법. 시간이 지나자 인간의 자기 파괴 충동이 살아났다. 파피용이 출발한지 560년이 지나자 왕이 탄생했으며, 730년이 지나자 종교가 탄생했고, 750년이 지나자 종교전쟁이 일어났다. 마침내 파피용이 새로운 행성에 도착했을 때 두 명만이 생존해있었다.
소설
『파피용』 에서 인간은 다른 행성으로 탈출했지만, 이 방법은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 그렇다면 시간을 절약할 방법은 있을까? 그 방법이 바로 테라포밍(terraforming)이다. 테라포밍을 사전적인 의미로 해석한다면 ‘다른 행성을 지구와 같은 행성으로 만들어 인간이 거주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요컨대 우주에 인간의 식민지를 만든다는 뜻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 2004)에는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방법이 나온다. 그 방법을 한 번 보자. 지구에는 화성의 환경에서도 살 수 있는 미생물이 있다. 이런 미생물에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화성에서 살 수 있게 만든다. 이 미생물을 화성의 극관(지구의 남극과 북극과 같은 지역)에 뿌린다. 이 미생물이 번성하면서 극관을 어둡게 변색시키면 태양 광선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극관의 얼음이 녹으면서 오랜 세월 동안 극관에 갇혀 있던 화성의 대기가 방출된다.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화성의 테라포밍은 현재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술로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 걸릴 것이다. 미래에 인간의 과학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화성의 대기압을 증가시키고 물을 액체 상태로 존재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극관에서 녹아내린 물을 따뜻한 적도 지대로 운송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태면 인간이 화성에서 거주가 가능하다.
바이오스피어 2, 인간실험
테라포밍을 실제 지구에서 시뮬레이션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현재 지구의 생태계를 ‘바이오스피어’라고 부른다. 그래서 인공으로 만든 생태계를 ‘바이오스피어 2‘라고 부른다. 1991년9월부터 만 2년하고도 20분 동안 미국 애리조나 주 투손 부근의 사막에서 테라포밍을 닮은 실험이 진행되었다.
넓이는 1,275헥타르(1헥타르는 가로세로가 각 100미터의 넓이, 따라서 이 시설은 축구장 크기 정도라고 볼 수 있다)에 달하는 거대한 건물을 진다. 이 건물의 지붕은 거울로 되어 있었으며(태양광선이 통과해야 하므로) 밖의 대기와는 완전히 차단시켰다. 이곳에서 남자 4명과 여자 8명이 들어가 2년 동안 생존하는 훈련을 했다.
바이오스피어 2 시설의 전경
‘바이오스피어 2’의 내부는 지구의 자연 생태계와 거의 같도록 설계되었다. 8명이 거주할 수 있는 구역, 집약농업 생물군계(농업구역), 산호초가 포함된 대양 생물군계, 열대 우림 생물군계, 사바나 생물군계, 사막 생물군계, 습지 생물군계 구역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수집한 3,800종의 식물과 동물을 수용했다. 마치 지구 생태계를 축소시킨 모습이었다. 그곳에서 8명의 대원은 자신들이 먹을 식량을 직접 재배하고 사용한 물을 재사용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호흡하는 공기까지도 관리하도록 훈련을 받았다.
‘바이오스피어 2’ 내의 대양 생물군계의 모습.
인공적인 파도 시설도 만들었다
이 시설에 들어간 8명의 사람은 제각각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였다. 이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바이오스피어 2가 지구 생태계가 하는 일을 그대로 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것이었고,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다른 행성에서도 이러한 시설을 건설함으로써 우주 식민지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언론에서는 이 프로젝트에 ‘지구를 복제하기’, ‘우주를 위한 노아의 방주’, ‘제2의 창세기’라고 수사를 붙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지구의 생태계를 지금보다 더 쾌적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일 수도 있고, 지구를 오염에서 벗어나게 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바이오스피어 2의 대원 사이에는 계급이나 위계질서가 없었기에 인간관계를 자연환경처럼 개선시킬 수 있는지의 여부도 이 실험의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 어쩌면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유토피아를 만들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이 실험의 결과가 어떤지 대단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바이오스피어 2, 유토피아 인가?
바이오스피어 2 내부에 닥친 위험은 여러 가지였다. 일단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이를 낮추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땅에 초록 잎을 가진 식물을 심었다. 왜냐하면 초록색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열대우림 지역에서 빨리 자란 나팔꽃 넝쿨도 잘라 냈다. 이 넝쿨을 태양빛을 가려 다른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이었다.
바이오스피어 2 내부에서 대원 8명의 모습.
사진에서 보듯 이들의 실제 관계는 가깝지 않았다
또한 산소의 농도가 정상치 보다 5퍼센트나 떨어져,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실험을 했다. 마침내 그 원인을 찾아냈다. 줄어든 산소는 바로 시설의 시멘트가 먹어 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식량 생산도 쉽지 않았다. 내부의 동물이 멸종하기 시작했고 완두콩도 곰팡이 공격으로 죽어갔고, 감자 역시 곰팡이의 공격을 이겨낼 수 없었다. 이 결과 대원들의 식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에너지 공급이 줄어들자 대원들의 체중이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육체적인 어려움 보다 더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그 어려움이란 대원들 사이에 온갖 적의와 증오감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바이오스피어 2에 들어간 여덟 사람은 폐쇄된 공간에서 지내게 됨으로써 유주선이나 남극 연구 기지에서 오랜 기간 지내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결코 유토피아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바이오스피어 2 실험이 끝난 후 이 시설은 이제 관광객이나 찾아오는 장소가 되고 말았다. 후속연구는 진행될 수 없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우리가 자연생태계를 흉내 낼 수 없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지구의 생태계는 46억 년에 걸친 지질학적 시간 속에서 현재의 상태로 변해왔다. 이를 우리의 알량한 과학으로 흉내 내고자 한 것은 인간의 과욕이고 교만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지구 생태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생태계를 무참히 짓밟고 있지 않은가. 또한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여덟 사람조차도 그 안에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낼 수 없었으니, 우리에게 유토피아는 단어의 뜻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곳일 수밖에 없다.
다시 설국열차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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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이 소수의 사람들에게 한정되어 있는 한 누구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소수는 불안해하고 다수는 완전히 비참하게 살기 때문입니다.”-토머스 모어 지음 『유토피아』 (을유문화사, 200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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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의 앞 칸은 지배계급이 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칸은 피지배계급에게 배당되었다. 두 계급은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생활의 모든 부분에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 불평등은 쳘차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이미 정해졌다. 앞 칸의 지배계급을 대변하는 메이슨(틸다 스윈튼)은 피지배계급에게 이렇게 말한다. “윌포드는 자비롭다. 그분은 거룩하시다.” 즉 열차의 설계자이고 열차의 지배자인 윌포드(에드 헤리스)의 우상화에 앞장서고 있다. 요컨대 계급이 나뉘어 있는 것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는 피지배계급에게 “당신의 자리를 지켜, Keep your place"라고 말하며 불평등을 공고화시킨다.
메이슨(틸다 스윈튼)이 연설하는 모습. 영화에서 그녀의 손짓은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즉 아름다운 꽃도 계속 피어있을 수는 없는 법. 권력도 마찬가지다. 절대권력도 오래갈 수는 없다. 열차 내에서 반란이 일어난다. 피지배계급의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도끼를 들고 반란을 일으킨다. 그러나 지배계급이 사는 칸까지 가기 위해서는 열차의 보안시스템을 아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보안시스템 설계자는 바로 남궁민수(송강호)였다. 감옥에 있는 남궁민수를 꺼내 반란에 활용한다. 이 반란이 성공해서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었을까?
유토피아는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 다만 설국열차의 끝은 인류가 멸종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세상은 결코 진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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