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그림책으로 마음 선물하기
나날이 지루하다는 절망에 사로잡힐 때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신시아 라일런트
깊고 오묘한 자연의 섭리 속에 존재하는 소중한 생명들을 향한 아름다운 찬가. 보이지 않는 자연의 섭리에 의해 날마나 날마다 만들어지는 이 세상의 모습이 작가의 시적인 언어와 사물에 대한 섬세하고도 따스한 시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창조의 과학적 논리를 따지기보다 그것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은유적 표현으로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해준다.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그림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멋진 일은 이 책을 읽는 '너'라고 이야기함으로써 아이들의 자아존중감을 한층 높이는 기회를 더불어 얻을 수 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지루하던지!’
테러리스트나 다름없이 시시때때 생명을 걸며 격동의 세월을 살아낸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바람에 무척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지루했다고요? 나른하게 무사한 나날을 이어가며 푹신한 소파에 함몰되는 그런 권태처럼, 끔찍한 위기와 시련 또한 비슷한 강도의 자극이 반복되어도 결국 ‘권태’라는 절망 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한순간 또렷이 실감했다고나 할까요.
‘권태’라는 질병에 대한 처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세상에는 기적을 믿는 사람과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열렬히 지지하는 이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기적을 깨닫고 놀라는 감각’을 처방으로 건네곤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아이들이며 어른들에게 청하곤 하지요. 최근에 믿어지지 않게 놀라웠던 일을 얘기해 달라고요. 대개는 ‘생각이 안 난다’, ‘그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는 온건한 대답과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라는 뜻에서 ‘없다’고 한 마디로 자르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드물게 ‘옷장 밑에서 잃어버린 블록 한 조각이 나왔다’ ‘집 나갔던 고양이가 돌아왔다’ 같은 대답을 얻는데, 결국은 이런 대답이 단초가 되지요. ‘아하, 저런 사소한 일도 기적이라고 하는구나’ 또는 ‘자기 생각에 기적이라고 생각되는 걸 얘기해도 되나보다’ 라는 생각에서 ‘일상의 기적’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곤 하니까요. 크고 작은 기적을 함께 나눈 다음은 그림책을 읽는 시간입니다.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는 정확히 ‘기적을 깨닫고 놀라는 감각’을 노래하는 그림책입니다. 첫 장면에서 고소한 빵 냄새가 풍겨나옵니다.
관련태그: 신시아 라일런트,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시인ㆍ그림책 작가, 그림책 번역가로 그림책 전문 어린이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와 그림책작가 양성코스‘이상희의 그림책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림책 전문 도서관 건립과 그림책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소 찾는 아이』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은혜 갚은 꿩이야기』『봄의 여신 수로부인』등에 글을 썼고, 『심프』『바구니 달』『작은 기차』『마법 침대』등을 번역했으며, 그림책 이론서 『그림책쓰기』,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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