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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내고 야단친 아이에게 - 『오늘은 좋은 날』

행복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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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 작가로 이름난 케빈 헹크스는 스스로 기쁜 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그리고 어린이 독자가 자기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자기 책을 보며 웃음을 터뜨릴 때, 베개 밑에 넣고 잘 때, 가장 기쁘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에서도 작가는 아이들 세계의 불운과 행복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습니다.

하루를 잘 보낸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 온종일 아이와 함께 지내는 부모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지내지요. 아이를 올바르게 이끌고 훈육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는 자신과 오직 즐거움과 기쁨을 바라는 아이, 양쪽 마음을 다 챙겨야 하니까요. 하루가 저물어 잠자리에 든 아이 얼굴이 평화롭고, 그런 모습을 내려다보는 어른 얼굴도 흐뭇해진 채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고 고개 끄덕일 만한 밤이 우리 삶에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아이가 저지른 이런저런 잘못과 실수를 품격 있는 태도와 말로 적절히 또 알맞게 꾸짖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인 듯해요. 잠자리에 든 아이 얼굴을 보고 있자면 어른 노릇에 대한 반성과 후회가 물밀 듯 밀려드는 법이거든요. 아이 입장에서도 하루 일과가 만만치 않습니다. 거인 같은 어른들에게 일일이 지시받고 이끌리면서 날마다 온갖 것을 새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데다, 시시때때 겪는 실패며 실수를 감당해야 하니 말이지요. ‘오늘은 별로 좋지 않은 날이었어요.’로 시작되는 『오늘은 좋은 날』 은 그런 날 밤에도, 언제든 아이를 꾸짖거나 혼내고 난 뒤에라도,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입니다.

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 작가로 이름난 케빈 헹크스는 스스로 기쁜 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그리고 어린이 독자가 자기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자기 책을 보며 웃음을 터뜨릴 때, 베개 밑에 넣고 잘 때, 가장 기쁘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에서도 작가는 아이들 세계의 불운과 행복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습니다.


깃털을 잃어버린 아기 새(아이들은 늘 무엇을 잃어버립니다), 목걸이 줄이 꼬인 어린 강아지(아이들은 늘 제 물건에 달린 끈이나 줄을 제 마음대로 쓸 줄 몰라 쩔쩔매곤 하지요), 엄마를 잃은 아기 여우(아이들은 늘 엄마를 잃거나 엄마 품을 벗어나고 싶어하고, 늘 엄마 품에 되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도토리를 연못에 빠트린 아기 다람쥐(아이들은 늘 맛난 것을 입에 넣기 직전에 떨어뜨리지요) 같은 어린 동물이 처한 곤경을 보면서, 아이들은 지나간 하루 동안 자신이 겪은 실패와 불운을 떠올리겠지요.

다행히 그림책은 곧 이어 막간 페이지 ‘조금 있다가…’를 기점으로, 운 나쁘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국면이 더없이 행복한 순간으로 뒤바뀌는 장면을 역순으로 만나게 해줍니다. 아기 다람쥐는 이제껏 본 도토리 가운데 가장 크고 먹음직스러운 도토리를 우연히 찾아내고, 여우는 잠깐 놓쳤던 엄마를 되찾고, 강아지는 꼬인 줄을 풀고 뛰어놀게 됩니다. 자기 혼자 힘으로요! 그리고 깃털을 떨어뜨렸던 아기 새는 뭔가 더 신나는 일이 생겨서 잃어버린 깃털 같은 건 까맣게 잊고 훨훨 날아오릅니다.

앞서 등장했던 동물들이 모두 행복해지고, 등장 동물들만큼이나 독자들도 흐뭇해졌지만, 케빈 헹크스는 여기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습니다. 바로 그 동물들 근처에서 놀고 있었음직한 아이를 새로이 등장시켜 예기치 않았던 행복을 선사합니다. 그것은 물론 독자에게도 예기치 않은 선물이 되지요. 두 팔을 활짝 펴든 채 아이는 이렇게 외칩니다. “엄마! 오늘은 좋은 날이에요!”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그 날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 다쳤던 아이도, 엄마가 만지지 말라고 주의를 줬던 유리 장식품을 깨뜨렸다가 호되게 야단맞은 아이도, 가장 친한 친구가 새 친구하고만 노는 바람에 마음 상했던 아이도, 자기가 좋아하는 줄무늬바지가 작아져서 동생에게 물려줘야만 했던 아이도 찌푸렸던 마음을 활짝 펴며 그림책 속 아이처럼 외치고 싶어지겠지요. ‘오늘은 좋은 날!’이라고요. 그러면서 오늘 자기가 맞닥뜨렸던 곤경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곤경일지라도 곧 벗어나게 되리라고 낙관하게 될 겁니다.

세상의 멋진 그림책들 대부분이 그렇듯, 이 그림책도 후루룩 건성건성 넘기면서 까만 윤곽선 그림을 폄하하기 쉽습니다. ‘어린 아이들 보라고 간단히 만든 책이네!’ 라고 밀쳐내는 어른 친구에게 천천히 정성껏 읽어주었을 때 시큰둥했던 얼굴이 환해지더라는 경험은 수없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게 이 그림책은 기도서이고 시집이니, 마음 복잡하고 가난할 때 우리 삶을 통째 되비치는 이 상징과 비유를 거듭 펼쳐들곤 합니다.

살다 보면 제 몸의 일부처럼 아끼던 것을 잃고 망연자실 상심해 할 때도 있고, 멀쩡하게 돌아가던 일이 갑자기 꼬여서 우스꽝스런 처지가 될 때도 있고, 부모형제 가족이며 스승이 꼭 필요한 그 때에 하필 우리 곁을 떠나기도 하며, 마침내 손에 넣은 귀한 것을 어처구니없게 놓칠 때가 있으니 말이지요. 그래서 더욱 다람쥐가 새로이 갖게 된 커다란 도토리가 보배로운 그 무엇으로 여겨지고, 아기 여우가 엄마를 되찾은 장면이 내 잃은 혈육이 되살아온 듯 반갑고, 혼자 힘으로 꼬인 줄을 다 풀고 민들레 꽃밭에서 뛰어노는 강아지의 모습이 내가 마법을 풀고 자유로워진 듯 벅찹니다. 나도 잃어버린 것을 다 잊고 훨훨 날아오르는 아기 새 같은 마음에 이르리라, 마음먹기도 하면서요.

무엇보다 아기 새가 잃은 깃털을 뜻밖에 주워들고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은 ‘반전’ 이상입니다. 우리가 남발하고 남용하는 ‘행복’에 대한 놀라운 ‘반어’라고나 할까요. 내가 잃은 것들이 다른 이의 좋은 일에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 내가 얻은 것이 다른 이의 잃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 그림책이 더욱 범상치 않게 여겨집니다.


케빈 헹크스 글, 그림│신윤조 옮김│마루벌 2007

한 줄 Tip
단순한 그림과 짤막한 문장 덕분에 병문안 가서 읽어주고 건네는 선물로도 알맞다.


우울한 시간을 돕는 그림책

『모자』 토미 웅게러 글,그림
초라하고 볼품없는 상이군인 아저씨가 우연히 날아온 모자를 갖게 되면서 여러 가지 멋진 일을 겪게 됩니다. 좀더 양감 있는 그림과 이야기로 ‘반전의 행복’을 즐길 수 있는 그림책.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레오 딜런,다이언 딜런 글,그림
중요한 의례의식에서 인용되는 성경 전도서 구절과 함께 세상 사람 누구나 겪는 인생사를 깊이있게 이해하고 해석한, 장면마다 각기 다른 미술양식의 그림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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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그림책 번역가로 그림책 전문 어린이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와 그림책작가 양성코스‘이상희의 그림책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림책 전문 도서관 건립과 그림책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소 찾는 아이』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은혜 갚은 꿩이야기』『봄의 여신 수로부인』등에 글을 썼고, 『심프』『바구니 달』『작은 기차』『마법 침대』등을 번역했으며, 그림책 이론서 『그림책쓰기』,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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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고 싶을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릴 거예요.

캐나다를 대표하는 시인 조던 스콧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수상 작가 시드니 스미스의 그림이 만나, 전 세계 평단과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든 아름다운 그림책. 굽이치고 부딪치고 부서져도 쉼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아픔을 딛고 자라나는 아이의 눈부신 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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