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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난 어디로 돌아갈까/ 그대를 처음 만난 날 아님 모두 나를 축하하던 날/ 꿈의 시작은 너무나도 멋졌어/ 그 모든 걸 이뤘다면 난 정말 행복했을까/ 아님 또 다른 고민에 밤을 지샐까/ 모두 내겐 소중했던 시절들/ 단 한 순간을 택하기엔 추억이 많아/ 가슴 한켠 숨어있는 후회도/ 내가 흘러 갈 세월이 가려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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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원곡 김도향)이라는 노래부터 시작됐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어쩌면 1년 전의 시간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안녕’을 묻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안녕들 하십니까. 지난 1년을 압축하는 한 마디가 아닐까. 한 대학의 대자보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는 나와 우리의 안부를 묻는 모두의 인사가 됐다. 지난 12월 14일도 그랬다. 밀양의 송전탑 건설 문제로 돌아가신 유한숙 어르신 추모문화제가 열렸고, 서울역 광장에선 관권부정선거규탄, 철도민영화 저지 촛불모임 등의 ‘서울역 나들이’가 열렸다. 그렇게 ‘안녕들 하십니까’를 묻는 시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도 지난 1년의 안녕을 묻는 시간이 진행됐다. 문재인 의원의 대선 회고록
『1219 다시 시작이다』 북 콘서트가 열린 것. 지난 대선 이후의 회고와 성찰, 진단 등을 다룬 책을 펴낸 문 의원과 독자들이 함께 했다. 영화제작자 차승재와 진선미 의원이 사회자로 나섰다.
대선 이후 1년, 안녕들 하십니까
대선이후 지난 1년,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1년 아프고 힘들었다. 대선 패배도 아팠고, 그때 국민들이 염원했던 일을 이뤄드리지 못한 것도 아팠다.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국민들이 고통스러운 퇴행을 겪게 된 것이 더더욱 아팠다. 이제는 그런 아픔과 안타까움을 털어내고 다시 희망을 부여잡고 일어서서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난 1년간 가장 하고 싶었던 일과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꼽으라면?
대선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 대선 출마 자체가 고도의 정치행위인데도, 작년 대선 때까지만 해도 정치와 거리가 있는 듯이 느꼈다. 대선 이후에는 정치 한 가운데로 들어온 것처럼 느껴지면서 꼼짝도 할 수 없게끔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고나 할까. 여행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래서 작년 1년동안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여행, 자유로운 삶이었다. 정치가 이전에는 피해왔던 일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내게 남은 과제라고 여기고 있다.
정치인 문재인의 모습이 잡혀가는 것 같다. 한 팟캐스팅에서 대선 때 가장 고마웠던 사람을 꼽으라고 하니 안철수 의원을 말씀하셨더라. 그 다음을 꼽으라면 또 누군가?
모든 국민이 고맙지만, 꼭 한 사람을 꼽으라면 안철수 의원이다. 또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를 해주셨다. 민주당원은 같은 당원이니 대선 승리를 위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함께 힘을 실어주셨고, 자원봉사를 해주셨다. 자신들이 하던 일이나 학업 등을 중단하고 힘을 실어준 덕분에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그분들게 정말 고맙다.
문재인펀드에 성원을 보내준 덕에 깨끗한 선거를 치른 것 같다.
고맙다. 사실 대선 출마할 때 돈 문제가 큰 걱정이었다. 이전에 대선자금 문제로 많은 분들이 불미스러운 일을 겪기도 했고, 돈이 부담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펀드로 무려 360억원 가량을 모아준 덕에 깨끗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특히 펀드에 참여해준 분들이 돈이 많은 분들이 아니었다. 심지어 기초수급대상자인 장애인 분도 펀드에 보태주셨다. 이렇게 시민들이 뜻을 모아 깨끗한 선거를 치러준 반면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대선 개입이 깨끗한 선거를 무너뜨린 것이 안타깝다.
지난 대선에서 이건 정말 잘했다는 점과 아쉽다는 점을 말해준다면?
지난 대선에서 많은 시민들과 함께 치른 것이 큰 보람이다. 당선되지 못했지만 함께 해주신 덕에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새정치 등은 누구나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인정받았다. 박근혜 후보조차도 적어도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로 시대정신으로 이끌어낸 것이 보람이었다. 그 간절한 염원을 내가 여러모로 부족해서 이뤄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아쉽다. 그러나 그 염원을 포기하거나 내려놓아선 안 된다. 5년 뒤로 미뤄졌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2017년에는 반드시 이뤄낼 수 있도록 다시 함께 시작하자고 말하고 싶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선수 요기 베라가 말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서로에게 위로가 필요했다. 문 의원에게 가장 위로가 됐던 것은 무엇인가?
대선 직후 ‘집단 멘붕’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그만큼 낙담하고 절망에 빠지고, 박근혜 정부의 퇴행을 봤고. 그 와중에 나와 민주당이 새로운 희망을 주지도 못했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 많은 분들이 아파하셔서 내가 위로를 드리고 싶었는데, 정작 많은 분들이 내게 위로를 주시더라. 다시 일어서라고. 많은 분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 시, 책, 비타민 등을 건네고 날 위로해주고 격려해줬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책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왜 이 책을 썼고, 제목은 무슨 의미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책을 쓰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지난 대선 때 많은 시민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 품격 있는 정치,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동등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면서 함께 해주셨는데 뜻을 이루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그렇다고 죄송하다는 걸로 지난 대선을 마칠 수는 없었다. 지난 대선을 돌아보면서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이고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하는지,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을 보고서로 내놓는 것이 내게 남은 책무라고 생각했다. 나름 열심히 책을 썼다. 이 책이 공감을 얻고 그 공감의 힘으로 함께 실천해내는 데까지 나아갔으면 좋겠다.
안도현, 진선미, 표창원과 함께하다
2부 순서가 이어졌다. 지난 대선 전후 각종 사건으로 신변의 변화를 겪은 이들이 초대됐다. 안도현 시인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며, 지난 7월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과 불법 댓글을 단 국정원 직원에 의해 고소를 당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대선 당시 국정원의 인터넷 여론조작 논란 사건과 관련한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뒤 사표를 내고 출간과 강연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안도현 시인은 시를 절필한 건 문제가 있지 않나(웃음)? 사람들이 아파하면 더 열심히 시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
안도현 :
대선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갔는데, 정권을 잘 만난 덕에 검찰에도 가보고, 국민 참여재판도 받아봤다. 그보다 더 큰 건 포털사이트 검색 1위도 해봤다(웃음). 애초 5년 후에나 시를 쓸까 했는데, 시를 쓰는 시간이 더 빨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일동 박수와 환호)
표창원 교수는 대선 당시 용기가 있었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
표창원 :
대선 이후 안 교수와 내 행보는 반대인 것 같다. 안 교수는 학교로 돌아가셨는데...(웃음) 나는 국정원이 친절하게도 고소를 해주셨는데 검찰이 안 부른다. 검색 순위는 6위밖에 못 오르고. 안 교수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웃음). 오늘도 오는 길에 라디오 인터뷰 요청이 왔는데, 종북 인사 대표로 인터뷰를 하라더라(웃음). 대부분 사람이 내게 질문할 때, 진짜 종북 맞느냐, 진위가 뭐냐고 묻는다. 『공범들의 도시』라는 고발성 책을 지승호 작가와 공동으로 냈고, 그 전에 『표창원의 사건추적』이라는 책을 단독으로 냈다.
지난 대선 때 도와준 분들이 요즘 책을 많이 내고 있다. 경쟁자가 됐는데(웃음).
문재인 :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거지(웃음). 내 책은 정치 관련 책이라 감히 경쟁이 되겠나. 내 책과 표 교수 책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고, 표 교수 책을 보면 내 책도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일동 박수)
『1219 끝이 시작이다』, 어떻게 봤나?
진선미 :
정치 초년생으로 총선과 대선을 치렀는데, 수용되기 힘든 대선 결과 때문에 힘들었다. 열심히 싸웠으니 서로 안아주고 토닥거리는 것이 평가의 첫 출발이어야 할 것 같은데, 문 의원의 책이 새로운 시대,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한 진정한 평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순수한 의도를 왜곡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부탁을 하고 싶다.
표창원 :
올해 읽은 책 중 두 번째로 재미있었다. 첫 번째는 말 안 해도 알 테고(웃음). 문 의원의 부모가 실향민인데, 내 아버지도 그러해서 실향민의 설움을 잘 안다. 또 문 의원이 공수부대 출신이고, 나도 제복을 입고 살아왔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실체를 보지 않고, 병역기피자들이 안보를 대표하는 것처럼, 종북이라는 공격에 설움을 표현한 것에 많이 공감했다.
민주당 인기가 말이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문재인 :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이 국민에게 위로를 드리고 다음에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이길 것이라는 희망을 드려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나도 책임이 있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다시 일어설 것이다. 큰 기대를 걸었던 선거 패배로 내홍도 겪고 지지도도 떨어진 거지. 그런 어려움을 겪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전통이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잇는 세 번째 민주정부를 내가 잇지 못했으나 2017년에는 그 목표를 이뤄낼 것임을 자신 있게 말씀 드리고 싶다. 지난해 12월 15일 광화문 유세의 뜨거운 열기가 아직 기억난다. 좀 더 인간답게 사는 삶,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끊임없는 지지를 부탁한다.
초대 가수의 등장이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다. 지난 대선 당시 선거법 때문에 ‘애국가’밖에 부를 수 없었다며, 이날 한을 풀기 위해 열창을 했다. 「아름다운 사람」, 「너를 위해」 등이 울려 퍼졌고, 공연장은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스펙터클이다. 이은미, 라는 노래 자체가 가득 채우는 무대. 온몸으로 노래를 부르는, 입이나 성대, 목소리, 배가 아니라 온전하게 온몸으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 ‘멋있다’는 표현은 그럴 때 쓰는 것이다.
박범신, “아웃사이더가 한국 정치의 중심이 되길”
3부 순서, 박범신 작가가 무대로 올랐다. 그는 문재인 의원과의 인연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대선 당시 문 의원의 초대로 함께 밥을 먹었다. 박 작가는 여러 정치인과 밥을 먹어 봤는데, 자신보다 말을 적게 한 정치인은 문 의원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이 박 작가를 만나 처음 했던 말도 잊지 않고 꺼내며 웃음을 선사했다. “박 작가는 문단에서 성공한 작가인데, 내 눈에는 아웃사이더처럼 보인다, 왜 그러냐?” 그는 문 의원 역시 그렇다며 야인 이미지를 훼손하지 말 것을 주문하며, 아웃사이더가 한국 정치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박범신 :
정치가 국민들 한 가운데 있어야 한다. 정치가 국민들 생각을 대변하고 아픈 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우리 정치가 지금 국민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원초적인 질문을 하고 싶은데, 왜 대통령을 하려고 그러냐?
문재인 :
정치는 내 몫이 아니라는 생각을 쭉 해왔었다. 그런데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삶을 결정하고 좌우하는 것이 정치잖나. 더구나 이명박 정부에서 많은 퇴행이 있었는데, 그래서 당시 대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퇴행이 계속 될 것이냐, 다시 제대로 된 국가로 나아갈 것인가 그 기로에 있다고 생각했다. 내 몫이 아니라고 회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거지.
박범신 :
나는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안 믿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이 돼 봐야 정체성이 드러나더라(웃음). 문 의원 본인이 행복해져야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 표정이 좀 더 밝아지면 좋겠다. 승리와 패배라는 말이 책에 많이 나오는데, 마음이 아팠다. 승리와 패배의 프레임에 갇혀 있구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이런 마음이었다. 문 의원이 승리와 패배의 프레임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문 의원이 싸워야 할 것은 새누리당과 같은 정파가 아니다. 반대당만 생각하면 협소해진다. 승패를 넘어선 곳에서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
오늘 콘서트 소감은 어떤가?
문재인 :
정부가 들어서면 첫 해에 개혁적인 조치를 취하고 그것이 업적으로 남는 법인데, 박근혜 정부는 지난 1년간 국정원 대선 개입을 덮으려는 노력 외에는 개혁 과제를 거의 안 했다. 최근 장성택이 숙청되는 것을 봐도,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문명국이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결 처분하듯 했다. 북한은 아직 문명국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거기에 비해 우리가 우월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건 민주주의 아니겠나. 그러나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기 상태이고 퇴행을 하고 있다. 아픈 일이다. 소중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발전해 나가고, 그 힘으로 북한 주민까지 껴안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지 않겠나. 그렇게 다들 마음을 모아 주길 바란다.
전체 출연자들이 함께하는 노래가 마지막 순서로 마련됐다. 민주주의를 비롯해 모든 것이 나아지고 안녕할 것이라는 바람을 담아. 노래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크리스마스엔 사랑을, 축복을, 희망을. 당신과 만나는 그날을 기억할게요. 우리 함께 ‘안녕들’ 하면 좋겠다. 그리하여, 메리크리스마스 앤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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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끝이 시작이다 문재인 저 | 바다출판사
이 책은 정치 비판서이자, 동시에 ‘이기기 위한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후보 자신의 반성적 ‘대선 평가서’이기도 하다. 자신과 자신과 민주당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앞으로 주어질 과제와 도전을 준비하는 새로운 시작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범야권 통합운동과 국회의원 선거를 거쳐 대선에 이르기까지, 그 숨 가쁘고 험난했던 시절을 복기하며, 당시 느꼈던 고뇌와 아쉬움, '단일화의 그늘' 등 후보 자신이 아니면 말하기 어려운 감정들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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