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9일, 파주에 위치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함께하는 시크릿 가든 파티’가 열렸다. 소수 애독자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열린책들이 주최했으며, 예스24 <채널예스> 문화 행사 초대를 통해 응모한 독자 20여 명이 자리를 빛냈다. 20년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번역한 이세욱, 임호경 번역가를 비롯해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한 만화가 김정기, 개그맨 이윤석, 배우 유오성 등이 참석했다.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와의 질의 응답, 사인회, 포토타임 순으로 진행됐다.
1994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여섯 번째 방한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국 방문은 언제나 뜻깊다. 한국에 온지 일주일이 됐는데 매일 새로운 이야기, 일들이 생겨난다. 책의 성공은 작가 혼자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좋은 출판사와 번역가, 독자들을 만난 덕분에 이렇게 작품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며 독자들에게 인사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제3인류』는 지구를 배경으로 인류의 진화를 얘기하고자 한 작품이다. 만약 내게 인류를 통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 지구와 인간을 화해 시키는 일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세상을 구원하는 방법 중에는 아동 교육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베르베르는 방한 기간 중에 만난 독자들과 일일이 기념 촬영을 하며, 친밀한 소통을 즐겼다. 베르베르는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은 늘 흥미롭고 완벽하다. 평소 즐겨 먹던 한식을 매일 먹을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지난 10월 출간된
『제3인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집필한 작품 중 가장 큰 프로젝트다.
『개미』,
『신』에 이어 완전한 세계를 완성시키는 작품으로 지구에서의 새로운 인류를 ‘진화’라는 관점에서 다뤘다. 17cm 초소형 인간 ‘에마슈’를 소재로 한다.
『제3인류』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진화가 필요하다는 믿음으로 생명공학의 힘을 통해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기에 이른다. 베르베르는
“’예전에는 우리가 진화를 받아들였지만, 현재는 우리가 진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문장이 『제3인류』를 쓴 동기이자 주제”라고 말했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프랑스보다 한국에 더 많다”고 밝힌 베르베르는
『제3인류』에도 한국을 등장시켰다. ‘로봇공학에서 가장 앞선 나라‘로 한국이 나오고, 현대자동차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로봇공학자가 “기술적인 발전이 장려 받는 곳은 한국”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 베르베르는 독자들에게
“『제3인류』를 읽으면서 미래 세대에 어떤 일이 지구에서 일어날 것인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제3인류』은 8권으로 완성될 계획이며, 한국판 3,4권은 내년 1월에 열린책들에서 출간된다.
독자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묻다책을 쓸 때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할 텐데, 모든 아이디어가 좋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아이디어를 구분하는가?내가 하는 작업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아이디어를 구분하는 것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뇌를 연다. 뇌를 연다는 건 내 머릿속을 열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에서 좋은 것만 추리는 것이다. 책을 음악으로 비유했을 때, 좋은 멜로디만 선별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어울리지 않는 선율이라면 그 선율이 아무리 좋더라도 배제해야 한다. 그게 바로 나쁜 아이디어다. 너무 많은 멜로디가 나오면 주요 멜로디가 잊히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것과 같다. 안타깝지만 전체의 조화를 위해서 빼는 아이디어도 많다. 그리고 나의 책 프랑스 발행인은 좋은 아이디어를 추리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마치 삐져나온 가지를 쳐주는 정원사 같은 역할을 해준다. 그 어떤 훌륭한 작가라고 해도 자신에 무한한 확신을 갖는 작가는 없다. 나 역시도 언제나 작품을 출간하기 전에 ‘나쁜 아이디어는 없었나?’ 의심해보곤 한다.SF소설은 미래를 예언하는 문학으로 여겨진다.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미래에 이루어질 것 같은 작품이 있는지 궁금하다.『제3인류』를 쓰면서 처음에 후쿠시마 원전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실제 일본에서 사고가 일어나기 6개월 전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런데 소설을 쓰는 중에 실제 현실에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SF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사건을 써야 하는데 현실화가 되었으니 뺐다. 그리고 파키스탄 핵 관련 사고를 추가하게 됐다. 이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내가 쓴 사건들이 가까운 미래, 또는 먼 미래에서 현실화되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요즘 세상은 모든 사건들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또 빠른 속도로 해결된다. 어떤 미래에 대해 빨리 예측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 같다.만약 세상을 경영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가.세상을 통치하는 경영자가 된다면. 인구를 억제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인구가 1백억 명이 넘어서면 폭력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는 인간과 지구가 조화로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화해를 도모할 것이다. 아동교육에도 더 많은 힘을 쏟을 것이다. 아동교육은 세상을 구원하는 좋은 방법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자녀를 더 잘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한국을 ‘제2의 조국’이라고 말했는데,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집필할 계획은 없나.한국 방문 횟수가 많아지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 소설의 배경이 온전히 한국인 소설을 쓸 수도 있다. 소설뿐 아니라 영화를 한국에서 찍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종종 한국영화를 보곤 하는데, 세계적으로도 독창성과 개성을 인정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인상 깊게 봤다. 물론, 프랑스에서도 인기가 굉장했다. 내 소설이 한국에서 영화로 제작된다면 더없이 흥분되는 일이다. 물론 한국 배우와 한국 스태프들이 제작한 영화를 말하는 것이다.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상형은 누구인가. 작품 속에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있나?이상형은 한국 여성이다(웃음). 내 작품이 한국 독자들에게 많이 사랑 받고 있는데, 아마도 한국인들이 더 지적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닌가 싶다. 소설 주인공들 중에는 여성 주인공을 더 좋아한다. 나는 매 인물을 쓸 때마다 그 인물에 빙의가 되곤 한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대로 성을 바꿀 수 있는 건, 작가의 특권이다.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영감이 주는 책이 궁금하다.필립 K. 딕의 『유빅』을 추천하고 싶다. 20세기 SF문학사를 대표하는 작가인 필립 K. 딕의 대표작이다. 인류의 진화가 우리의 미래상을 어떻게 변화하게 하는지 볼 수 있는 책이다.『제3인류』를 보면 성냥개비 세 개로 네모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답을 알려줄 수 있나.매우 쉬운 답변인데, 알려주면 독자들이 내 책을 읽는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웃음). 질문해주신 분이 친구들을 여러 명 모아 같이 퀴즈를 풀어본다면, 분명 한 명은 정답을 맞출 것이다.[관련 기사]
-베르나르 베르베르 “내 서재는 기쁨의 랑데부”-베르나르 베르베르 시크릿 가든 파티 현장-『파라다이스』 로 돌아온 상상력의 제왕, 베르나르 베르베르 내한 강연-‘우리는 신이다’ - 『신』 으로 한국 독자를 만나러 온 베르나르 베르베르-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랑제 전문 번역가, 이세욱이 밝히는 번역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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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인류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이세욱 역 | 열린책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2년 만의 신작인 이 작품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축조한 장대한 스케일의 과학 소설이다. 핵무기의 무분별한 사용, 자연재해와 환경 재앙, 자원 고갈, 대전염병, 야만적 자본주의, 종교적 광신…… 인류가 끝없이 어리석은 선택으로 자멸을 향해 치닫는 미래의 어느 시점, 기상천외한 시도로 그 위기를 넘어서려는 일군의 과학자들이 있다. 그들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물학적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들은 마침내 생명 공학의 힘으로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기에 이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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