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것이 악한 것을 이길 수 없을까요?
지난 5월, YES24와 한겨레가 함께 주관하는 ‘아름다운 만남’의 주인공은 백지연 아나운서였다. 현재 프리랜서로 케이블TV tvN <피플 인사이드>에서 인터뷰어로 활약하고 있는 백지연 아나운서는 해당 프로그램의 100회를 기념하기 의미에서 이 책 『크리티컬 매스』를 썼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인터뷰이는 눈에 띄는 개성을 가졌거나, 나름의 분야에서 자기만의 열매를 따낸 사람이다. 그런 인터뷰이 백 명을 만나고 난 후 그녀가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자 책을 썼을까?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독자들이 한겨레 신문사 3층 강연장으로 모였다.
매달 열리는 행사지만, 이날은 유독, 젊은 여성 독자가 많았다. 막 퇴근해서 참석한 듯 정장 차림이었다. 독자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자유로운 프리랜서, 그녀의 당당함을 닮고 싶어하는 사람들일까? 이 시대의 멘토로 자리잡은 백지연의 이야기를 어떤 사람들이 주목하고, 궁금해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저자 백지연이 등장했다. 당당하고 우아한 걸음걸이로 무대 앞에 나섰다.
독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그녀는 오늘
“내 안의 에너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잠시. 어두운 얼굴로 이런 말을 꺼냈다.
“왜 선이 악을 이기지 못할까요? 인터넷도 참 편리하고, SNS 서비스도 참 좋은데요. 간혹 이상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악플러 때문에 개인이 무너지는 일을 많이 보고 있어요. 오늘도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이날은 송지선 아나운서의 비극적인 소식이 알려지며 인터넷에 이와 관련된 글들이 쏟아졌던 날이었다. 이런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도 백지연 아나운서는 트위터를 통해,
“중요한 것을 잃지 말라”며 그녀를 위로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마음 쓰고 있던 일이었는데 결국 비극적인 사고가 벌어지고야 말았다. 백지연 아나운서는 이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마음을 전했지만, 누구보다 놀라고 가슴 아팠을 터였다.
“우리 내면에 선한 것이 있고 악한 것이 있어요. 그것들이 삶의 방향을 이끌어요. 나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선한 에너지가 있고, 나태함, 용기 없음, 불안감으로 내 뒤를 잡아당기거나 방해하는 나쁜 에너지가 있어요. 끊임없이 내 안에서 싸우는데요, 그럴 때 선한 것으로 악한 것을 무찌를 수는 없을까요?”
그녀는 책에서
“(부정적인 것은) 밟아버린다”는 표현을 썼다.
“두려움이나 나쁜 감정들은 실제보다 크게 느껴져요. 정작 밟아보면 미물이거든요. 쓸데없고 부정적인 것이 내 안에서 괴물같이 커져서 나를 방해하고 좌절시키는 거죠. 어떻게 밟아버리면 될까요?” 오늘 이 시간을 통해 함께 고민할 주제다.
당신에게 성공은 무엇인가요? 누구인가요?
“지금 불안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 앞날에 두려움이 있거나 겁이 나는 분도 손 들어보세요.” 대다수의 독자가 손을 든다.
“무엇이 날 두렵게 하는 거죠? 불확실한 미래인가요?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도 모르는데도요? 희망적인 방향으로 풀릴 수도 있는데, 왜 벌써 ‘안 될거야’ 생각하고 있나요?”
백지연 아나운서가 동시대 ‘훌륭하다’는 상찬을 받는 인터뷰이들을 만나고 난 결론은 이것이다.
“누구나 똑같이 불안하고, 불행을 겪고 고민해요.” 오히려 높은 데서 추락하면 추락의 강도가 더 세다. 다만,
“내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의 방향성이 다른 거죠. 많은 사람들이 불안하다. 두렵다고 말해요. 그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앞으로 전진하세요.” 백지연 아나운서가 태연하게 이런 얘길 하면 혹자는 ‘귀하가 스펙이 좋아서. 가진 게 많아서 그렇다’고 낙담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제가 만난 100명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저 하나의 얘기가 아니라 100명이 겪은 이야기예요.”
그래도 ‘전진하라’는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그녀는 고전도 뒤적였다.
“우리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 뿐 아니라 동서고금의 사람들이 무슨 고민을 하고 무슨 얘길 했나 찾아봤어요. 모두다 힘들어했어요. 이유가 비슷해요. 돈, 명예 때문에 고민되고요. 쓸데없이 남의 말에 신경쓰고요. 지금처럼 ‘정의’나 ‘국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얘기했어요.” 플라톤도, 아리스토텔레스도 고민했지만 아무도 완벽한 답을 제시한 사람은 없었다. “질문을 던지고 얘기하죠. 너의 답을 찾아봐.”
단순히 정의나 국가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당신 개인의 성공도 이와 마찬가지다.
“성공하고 싶으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은 누군가요?” 성공에 있어서도 나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백지연 아나운서는 흥미로운 예시를 들었다. 마더 테레사는 과연 성공한 사람인가? “죽기 직전에 ‘아, 내가 잘 살았다. 할 일을 다 했다’하면 성공한 것이고, ‘평생 남만 위해 살았는데 후회된다’하셨다면 실패한 거겠죠.”
그러니 여기 100명의 독자가 모였다면, 100가지 성공의 방법이 존재하는 셈이다. 당신은 자신의 성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남의 성공을 맹목적으로 쫓고 있는 건 아닌가?
“성공이란 단어가 너무 남용되고 획일적으로 쓰이고 있어서, 우리 모두 성공 피곤증에 걸렸어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성공은 1% 밖에 안 되요. 몇몇 사람만이 유명하기 때문에 그들이 유명한 거지, 모두 다 유명해지면 유명이라는 말은 없을 거예요. 성공의 개념부터 다시 생각해봅시다.”
그녀는
“스스로에 대해 재해석하라”고 말했다. 불행은 나를 모르는 데에서 시작된다.
“항상 쫓기며 살다 보니 ‘나를 좋아하지 못했구나’ 싶었어요. 여러분은 스스로를 얼마나 좋아해요? 한번 물어보세요. 저는 절 좋아해요. 다시 태어나도 백지연으로 태어날래요. 처음에 이렇게 말했을 땐, 많이 후회했어요. (웃음) ‘그래, 너 잘났다’ 비아냥대겠구나.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저는 제가 좋아요. 왜냐면, 저는 저에게 성실했어요. 나에게 한 약속을 꼭 지키려고 애써왔어요. 그러다 보니 습관이 됐고, 그게 오래되니 성격이 됐어요.”
내 안에 꽃을 피우자
책 제목인 ‘크리티컬 매스’는 ‘핵분열성 물질이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최소한의 양’을 의미하는 물리학용어다. 그녀는 100명의 인터뷰이와 나눈 이야기의 공통분모를 ‘크리티컬 매스’로 추출했다.
“무언가 다른 것을 이뤄낸 크리티컬 매스를 만들어 낸 사람이예요. 내 안에 나를 꽃피울 꽃씨나 에너지가 없는 게 아니라, 다만 크리티컬 매스를 채우지 못한 것뿐이에요.”
그녀는 ‘크리티컬 매스’를 마음 속의 한 그루 나무에 비유했다.
“꽃이 15도에 핀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15도가 크리티컬 매스예요. 15도에 이르기 전에는 아무런 조짐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도달하기 직전에 포기하면 그 나무는 꽃이 안 피는 나무가 되 버리는 거죠.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입니다. 해본 사람이 잘 한다고, 한번 꽃을 피운 사람은 계속 여러 번 잘 해낼 수 있어요.”
당신 인생에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거나 내 인생만 어려워 보인다면 한번 되돌아보고 곰곰이 짚어보라. 당신이 무언가를 위해 나름 노력했다가 절망했던 순간을, 포기했던 순간을. 그때 어쩌면 크리티컬 매스가 거의 다 만들어졌던 순간이었는데 당신이 미처 모르고 너무나 안타깝게도 그 끈을 놓아버렸던 것은 아닌지.(…) 크리티컬 매스의 개념을 안 당신은, ‘기회가 온다면’이 아니라 당신이 당신의 기회를 불러들일 것이다. (p.32)
그녀는 강연을 마치면서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우리가 선이 되어 악을 이기는 케이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각자가 크리티컬 매스를 이뤄내면서, 사회를 바꿔나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크리티컬 매스를 안 당신. 이제 꽃을 피우자.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