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수록 찾아가고픈 우리술 양조장 이야기
탁재형 PD는 우리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우리술이 품고 있는 향기를 드러내고, 우리술에 담긴 역사를 되새기고, 우리술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술 익스프레스』를 출간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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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재형 PD 

우리술의 역사는 한민족의 역사만큼이나 다사다난했다. 맛있는 술을 만들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삼국시대, 증류한 술인 소주가 시작된 고려 시대와 우리술이 화려하게 꽃 피우고 체계적으로 기록된 조선시대를 지나 점차 발전하던 우리술은 일제의 압박으로 주세령이 시작된 일제강점기와 전쟁과 가난 속에서 고난을 이어가던 해방 이후를 거쳐 현대에 이른다. 

탁재형 PD는 우리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우리술이 품고 있는 향기를 드러내고, 우리술에 담긴 역사를 되새기고, 우리술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술 익스프레스』를 출간했다. 언제나 흥미로우면서, 누구나 빠질 수밖에 없는 우리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책 『스피릿 로드』를 출간 후, ‘알코올’에 관한 책은 약 10년 만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우리술’을 테마로 책을 쓰셨는데요. 글을 쓴 계기와 출간 이후 소회가 어떠신가요?

『스피릿 로드』 이후로도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글을 다음 스토리펀딩에 연재하기도 했고, 『스피릿 로드』의 개정 증보판인 『일은 핑계고 술 마시러 왔는데요?』를 출간하기도 하는 등, 술과 관련된 집필을 계속해왔던 터였습니다. 

직접적으로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우리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운영 중인 사이트 <더술닷컴>에 ‘우리술 로드’라는 제목으로 전국 양조장 탐방기를 연재했던 것이 이 책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제법 성공한 술꾼’이라는 저 자신의 표현처럼, 그동안 국내 술꾼들의 관심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음주의 길을 걸어오다가 마침내 만난 것이 우리술이었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저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게 된 것 같아 무척 행복합니다.

‘우리술’ 하면 직관적으로 ‘전통주’를 떠올리는데요. 사실 ‘우리술’에 대한 개념도 아직 정의가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이 우리술이고, 또 전통주나 민속주, 일반 주류(맥주, 소주 등)와는 어떻게 다를까요?

제가 책에서 쓴 ‘우리술’이라는 용어는 ‘한국술’, 또는 ‘전통주 등’이라는 용어와 같은 뜻입니다. 법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전통주 등'입니다. 이 안에는 ‘전통주’와 ‘전통주가 아닌 술’이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전통주’에 속하는 것은 주류 부문 무형 문화재 보유자가 빚은 술, 대한민국 식품 명인이 빚은 술, 그리고 농업인이나 단체가 해당 지역의 농산물을 가지고 만든 ‘지역 특산주’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우리술’에는 속하지만, ‘전통주가 아닌 술’로는 한국술 8개 주종(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증류식 소주, 일반 증류주, 리큐어, 기타 주류)에 들어가되, 전통주 면허가 아닌 일반 면허, 또는 소규모주류제조면허를 지닌 생산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술이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우리술’ 또는 ‘한국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계입니다. 

이 경계 밖에 있는 희석식 소주, 맥주, 브랜디와 위스키는 국내에서 생산된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한국술’의 지위를 얻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규정과 제도가 이런 모습을 띠게 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만,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것과 법적으로 규정된 것이 동떨어진 부분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술의 분위기가 범상치 않습니다. 박재범의 ‘원소주’나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된 ‘풍정사계’, 국내 최고의 위스키 블렌더가 만든 ‘오미로제’ 등 우리술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요. 그 이유를 간략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간략하게 설명하기 매우 힘든, 다양한 조건들이 딱 맞아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최대한 짧게 줄여 말해보자면 ‘연구자, 생산자, 소비자, 정책 당국의 꾸준한 노력에 의해 문화적, 산업적인 티핑 포인트가 넘어간 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0년대부터 우리술을 복원하고 농업 발전과 같은 궤도로 움직이도록 제도를 설계한 정부의 노력이 있었고, 사라져 버린 우리술을 고문헌을 바탕으로 되살려낸 연구자들, 인생을 걸고 좋은 술을 만든 생산자들, 그런 노력들을 알아주고 좋은 술을 찾아서 마셔준 소비자들의 역할이 맞아떨어지며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술 익스프레스』에는 우리술을 만드는 다양한 양조장 이야기가 나옵니다. 취재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양조장은 어디였나요?

모든 양조장들이 다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주로 취재를 다닌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간은 코로나 팬데믹과 딱 맞아떨어지는 시기였는데요, 우리술 업계에서는 다른 경쟁 주종에 비해 인터넷 판매라는 비교우위를 업고 큰 성장을 이뤄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역동적인 시기에 양조장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취재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느낍니다. 너무 힘들어만 하는 상황이었다면 저도 방문하는 것이 괴로울 수 있었는데, 제가 방문했던 양조장의 대표님들은 대체로 가능성을 확신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우리술은 크게 탁주, 청주, 소주로 나뉘어 있는데요. 세 가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곡물로 술을 빚는 것이 대부분인 우리 술빚기의 특성상, 술을 만들기 시작하는 단계에선 탁주의 모습을 띨 수밖에 없습니다. ‘탁주’는 말 그대로 탁한 기운, 즉 곡물 건더기가 남아 있는 술을 말합니다. 이것을 오래 숙성시켜 건더기가 중력에 의해 가라앉게 두거나, 용수 같은 필터를 이용해 거르면 맑은 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청주’입니다. 탁주와 청주의 구분은 만드는 단계와 익어가는 시간에 따른 분류로, 우리술의 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이 분류 체계를 되찾아야 합니다. 

현재는 일제 강점기 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주세법에 의해서, 우리 식으로 만든 청주는 법규상 청주라고 부르지 못하고 ‘약주’라고 부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주’는 ‘불사른 술’이라는 뜻의 한자어입니다. 탁주나 약주를 소줏고리라는 기구에 넣고 열을 가해, 먼저 날아 나오는 알코올을 모은 술을 가리킵니다. 탁한 술, 맑은 술, 그리고 불사른 술. 우리 술의 분류 체계는 이렇게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입니다.

『우리술 익스프레스』에서는 2022년 현재의 우리술만이 아니라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 시대 술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일제 강점기 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고유의 전통주가 말살되는 모습을 담고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작가님도 책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셨는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일제 강점기는 ‘집에서 누구나 만들어 먹는 음식’이었던 우리술의 근간이 흔들리고 일본식의 제조법이 들어와 섞이기 시작하는, 우리술의 가장 큰 위기이자 혼란기였습니다. 하지만 반면에, 서구의 과학 기술과 접목된 일본식의 양조업이 조선에 소개되면서, 해방 이후에도 우리 양조업자들이 산업으로서의 전통주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 시기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철저히 타인의 시각이긴 했지만, 상고시대 이래의 한반도의 술빚기 역사가 최초로 통시적으로 집대성된 때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지면을 할애하게 된 것은 그만큼 드라마틱한 시기였기 때문에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서이기도 했을 것이고 해방 이후,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술이 겪고 있는 혼돈과 방황을 이해하려면 이 시기에 뿌려진 씨앗에 대해 알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렇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술을 처음 시도하는 입문자에게 추천할 만한 술을 알려주세요.

제가 이번 책에서 14곳의 양조장을 탐방하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술들을 소개했습니다만, 책에 소개된 술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우리술 르네상스에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술들입니다. 책에서 미처 소개하지 않은 술 중에도 엄청난 보석들이 있습니다. 이름에 구애되지 마시고, 마음 가는 대로 눈 가는 대로 즐겨보시기를 당부드립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처음 접하는 분일수록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1만원~2만원 더 가격이 나가는 것을 드셔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술에서 가격이라는 부분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같은 상황 속에서 술의 가격은 그 술이 생산 과정에서 가질 수 있었던 ‘기회’와 같은 의미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 좀 더 오랜 시간 동안 숙성될 수 있는 기회를 술에게 허락해 주신다면, 그만큼 더 큰 만족감을 얻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탁재형

여행 저널리스트. 15년간 50개국을 취재하며, 세상의 넓음과 사람살이의 다양함을 카메라에 담았다. 2006년 촬영 때문에 처음 네팔과 인연을 맺은 이래, 지금껏 현지 취재와 트레킹 여행을 계속해 오고 있다.




우리술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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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