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장대한 세계관에서 출발한 이달의 소녀는 발랄한 소녀들의 모습을 담은 데뷔곡 'Hi high', 몽환적인 분위기의 'Butterfly', 반항적인 걸크러시 콘셉트의 'So what' 등 장르적 변화를 통해 스펙트럼을 확장해 왔다. 아직 음악 정체성 면에서는 뚜렷한 색깔로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이들이 줄곧 노래해 온 소녀들의 주체성만큼은 세계관의 흐름과 함께 올곧게 이어진다. <[&]>이라는 앨범 제목은 소녀들이 서로 하나가 되어 그룹만의 색깔로 세계를 물들이겠다는 당찬 포부를 반영하며 영역을 한 발짝 넓혀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당당한 메시지는 강렬하고 에너지 넘치는 음악으로 나타난다. 신비로운 이미지에 파격적인 변화를 주었던 'So what'의 기조를 계승한 타이틀곡 'PTT'는 지금껏 들려준 적 없는 공격적인 멜로디가 요동친다. 드럼과 타블라를 비롯한 타악기 연주의 폭발력과 에스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플루트 소리까지. 발리우드의 음악적 요소에 덥스텝, 힙합 리듬까지 혼재한 음악은 풍성한 들을 거리로 몰입을 더한다. 다만 세계관과 일치하는 곡의 분위기와는 별개로 장르적 특색은 (여자)아이들, 에버글로우, 블랙핑크 등의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개성을 흐릿하게 한다.
사운드의 임팩트에 비해 그룹의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내지 못한 타이틀곡과 달리 수록곡에서는 이달의 소녀만의 매력이 톡톡 튄다. 그루비한 재즈 풍의 곡 'Wow'는 리드미컬한 멜로디에 멤버들의 화려한 가창이 돋보이며 신선한 코드 변주와 효과음으로 재미를 더한 'Be honest'는 예사롭지 않은 형태의 여름 노래다. 로파이 한 사운드의 'U r'는 청아한 음색으로 이달의 소녀 특유의 몽환적이고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그룹의 정체성을 일깨운다.
호평을 받았던 <[X X]> 앨범의 'Butterfly' 이후 성장을 보였던 이달의 소녀는 상반된 분위기의 'So what'과 'Why not?'을 거치며 점차 본연의 스타일이 옅어졌다. 'PTT' 역시 그룹 고유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룹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가깝다. 오히려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콘셉트와 장르의 변화 속에서도 팀만의 세계관을 온전히 지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만들며 광활한 세계관에 대한 설득력을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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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