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희롱 신고하고, 직장에서 잘렸어요
상급자는 사원을 성희롱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언행을 일삼았다.
글ㆍ사진 문강분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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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상황

 

23세 홍미진 씨는 전문대학 졸업 후 T공기업의 파견 사원으로 근무 중이다. 단순한 사무를 지시에 따라 처리하는 업무이다. 미진 씨는 실력 있는 폴댄스 댄서로, 향후 전업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현재는 댄스 동작을 완성할 때마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등 SNS 관리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 직장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첫 출근 날, Y과장은 휘파람을 불며 “와우, 미진 씨, 섹시 슈퍼 모델 나가도 되겠네”라며 아래위를 쭉 훑어보았다. “어제 꿈에 내가 미진 씨하고 딱 붙어서 데이트를 하고 있더라고. 얼마나 기분이 끝내주던지”라고 말하며 얼굴이 닿을 정도로 의자를 자신에게 끌어와 서류를 전달해 주는 일도 있었다. 총무팀장에게 면담을 신청해 사정을 토로했으나, “알다시피 악의가 없는 사람인 거 알지? 본인이 행동거지를 조신하게 해야지”라며 미진 씨를 꾸짖었다. 면담 이후 총무팀장은 미진 씨를 사사건건 훈계했다. “여자가 치마를 입어야 조신하게 보이지”라며 핀잔을 주거나, “내방객들이 안내 데스크 아가씨가 무뚝뚝하다고 하잖아. 좀 싹싹하게 못 하나”라며 말투까지 타박하였다.

 

폴 댄스 동작이 완성될 때마다 업로드하는 영상을 Y과장이 다른 직원들과 돌려 보며 미진 씨를 “미스 봉”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근거도 없이 ‘사생활이 문란한’ 여직원으로 뒷말이 돌게 되었다. 미진 씨는 결국 파견 회사에 연락해 고충을 호소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이 일주일이 지났다.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하던 미진 씨는 파견 회사로부터 복귀 통보를 받았다. 파견 사원 ‘퇴출’ 대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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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분석



이슈1. 상사의 언어적.시각적.육체적 성희롱

 

 

언어적 성희롱


- “와우, 미진 씨, 섹시 슈퍼 모델 나가도 되겠네.”


“어제 꿈에 내가 미진 씨하고 딱 붙어서 데이트를 하고 있더라고.”

 

 

시각적 성희롱

 


- Y과장은 미진 씨를 보자 휘파람을 불며 아래위를 쭉 훑어보았다.
- 업무가 끝나고도 미진 씨를 만나면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육체적 성희롱


- 거의 얼굴이 거의 닿을 정도로 의자를 끌어왔다.

 

 

이슈2. 고정적인 ‘여자’ 역할에 대한 요구와 지적

 

바지를 입고 출근한 미진 씨에게 “여자가 치마를 입어야 조신하게 보이지”라며 핀잔을 주었다. “여자가 팔자걸음이 뭐야?”라며 지적을 하거나 “내방객들이 안내 데스크 아가씨가 무뚝뚝하다고 하잖아. 좀 싹싹하게 못 하나”라며 말투까지 타박했다. 이러한 행위는 이른바 ‘젠더 괴롭힘’이라 할 수 있다. 현행법상 성적 언동으로는 보지 않아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당연히 직장 내 괴롭힘의 범주에는 포함된다.

 

 

이슈3. 사생활에 대한 뒷담화

 

폴 댄서를 지망하며 사업을 준비하는 미진 씨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직장 관리자들이 그녀의 영상을 돌려 보고, 그녀를 ‘미쓰 봉’이라 부르면서 엉뚱하게 사생활이 문란한 여성이라는 틀에 가두어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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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및 개인 멘토링

 


사례에서 미진 씨는 Y 과장으로부터의 성적 언동으로 고통받았다. Y 과장은 담당 부서의 상급자로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미진 씨를 성희롱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미진 씨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언행을 일삼았다. 파견 사원도 구제 대상이며, 사용 사업주도 행위자 징계 책임이 있다. 직장 내 성희롱 법제는 괴롭힘 법제의 사후 조치 절차와 유사하나 조사 과정 중 신고인 또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하도록 명시하고,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불이익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등 피해자 입장에서 더욱 상세히 규율하고 있다.

 

사례와 같이 성희롱과 괴롭힘이 동시에 성립하는 사건의 경우 성희롱 처리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사내 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수 없다면 미진 씨는 파견 사업주와 사용 사업주가 각각 성희롱과 괴롭힘으로부터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고충을 제기하였음에도 조사 절차를 개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미진 씨에게 부당한 인사를 행하였다는 취지로 노동부에 사업주의 법 위반 사실을 진정이나 고소 등의 방법으로 신고할 수 있다. 해당 인사 처분에 대해서도 부당하다는 취지로 노동위원회를 통해 정당성을 다툴 수 있다.


 

 

* 문강분

 

현 행복한 일 연구소ㆍ노무법인 대표. 1993년 공인노무사가 되면서 노동 전문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야말로 직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예방하고 갈등을 해소해 줄 핵심적인 분야라는 것을 깨닫고,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될 때까지 관련 연구와 강의를 꾸준히 진행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제화는 불신과 분열로 점철된 일터를 행복한 일터로 이끌 전환적인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설명하고 온갖 고충으로 힘든 현장에 가이드를 제시하는 이 책이 존중 일터, 행복한 일터로 가는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문강분 저 | 가디언
직장 내 괴롭힘의 연구와 실무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에 기여한 행복한 일 연구소 문강분 대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개인이 괴롭힘 피해에 대처하고 기업에서 괴롭힘 문제를 예방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그간의 연구와 경험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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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강분

현 행복한 일 연구소ㆍ노무법인 대표. 1993년 공인노무사가 되면서 노동 전문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야말로 직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예방하고 갈등을 해소해 줄 핵심적인 분야라는 것을 깨닫고,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될 때까지 관련 연구와 강의를 꾸준히 진행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제화는 불신과 분열로 점철된 일터를 행복한 일터로 이끌 전환적인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설명하고 온갖 고충으로 힘든 현장에 가이드를 제시하는 이 책이 존중 일터, 행복한 일터로 가는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