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카카오 브런치북 금상 수상작 『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 는 서울 서촌의 20평 남짓한 한옥에 살고 있는 30대 부부의 이야기다. 장보현 작가와 김진호 사진가는 서울 한가운데서 계절의 변덕을 온몸으로 받아준 공간을 찾고, 그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해왔다. 어떻게 하면 이 도시에서 버티거나 떠나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사진가 남편과 작가 아내, 두 마리 고양이의 기록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직접 고친 집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옥상에 채소를 심어 가꾸며 사는 젊은 부부의 소소한 일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한다. 장보현 저자에게 최선을 다해 버티거나 새로운 삶을 꿈꾸기보다, ‘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한옥, 특히나 서울 도심의 한옥에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한옥에 살게 됐나요?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이에요. 저와 남편 모두 유년 시절 이후 쭉 아파트에서 생활해 왔어요. 둘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을까 생각해 봤는데, 할아버지 댁 사랑방과 대청마루 사이를 누비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기억을 붙잡고 막연히 한옥을 알아보게 됐어요. 때마침 운 좋게 빈 한옥이 나왔는데, 내내 아파트에 살다가 막상 한옥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웃음) 주변의 권고 끝에 이사를 결심하고, 그렇게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죠.
처음엔 ‘한옥인 듯 한옥 아닌 한옥 같은 애매한 모양새’였다고요?
제가 세 들어 살고 있는 한옥집은 ‘도심 주거형 개량 한옥’이에요. 1930년대부터 일명 ‘집 장수’에 의해 대량으로 지어져 도시인들에게 분양된 것이죠. 마당에 살짝 튀어나온 처마 끝 서까래를 제외하면 모든 벽면과 천장이 합판과 도배지로 둘러싸여 한옥 구조물의 형체를 전혀 알아볼 수 없었어요. 그것을 차근차근 걷어내자 이 집이 갖고 있던 본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죠.
한옥에 살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식상한 대답일지도 모르겠지만,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낀다는 거예요. 도시에 살다 보면 우리는 자주 계절을 잊고 살잖아요. 하지만 계절을 느끼며 사는 것만큼 일상을 충분하게 만드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벌레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들 수 있겠네요. 옥상 정원을 가꾸며 때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날벌레들이 이젠 퍽 고맙게 느껴집니다. 덕분에 결실을 맺으니까요.
두 분 모두 글과 사진을 업으로 하는 프리랜서이기도 해요. 한옥살이가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합니다.
한옥은 시절에 따라 해야 할 마땅한 일거리를 던져줘요. 처음엔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던 점들이 서서히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더라고요. 불편한 점들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삶에 적응해 온 것은 분명 작업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충직하게 과업을 따르며 저는 글로, 개인 작업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던 남편은 자신만의 카메라 아이로 한옥의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이 책 역시 그 기록이 만든 결과물이고요. (웃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지금의 절기는 ‘한로’네요. 괜히 그 부분을 펼쳐 보게 됐어요. 목차를 절기로 나눈 이유가 있나요?
통상 사계절을 인식하고 살지만, 계절 속에는 또 다른 작은 계절들이 깃들어 있어요. 처음 절기를 인식하게 된 계기는 제철 음식 때문이었어요. 한 철이 지나면 꼬박 한 해를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신선한 제철 식재료 말이에요. 나아가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여름이 아니라 봄과 여름 사이의 ‘망종’, 환절기 감기를 조심해야 할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 가을과 겨울 사이의 ‘한로’ 이런 식으로 인식하게 된 거죠. 사실 24절기 구분법은 우리의 전통문화이기도 해요. 더 이상 농경사회가 아닌 까닭에 잊고 지내지만, 그 속에는 분명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치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한옥에 살 수는 없잖아요. 각자의 공간을 잘 꾸리며 사는 법에 관해 조언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옥살이에 대한 로망을 갖고 한옥에 살고 싶다고 하는 분들께 저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져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지, 겨울철 추위에 단련되어 있는지 같은 질문이요. 끊임없이 집을 관리하고 자연과 호흡해야 하는 한옥살이는 현대식 라이프스타일과는 괴리가 있거든요. 지금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음 집은 장마에 비도 새지 않고 단열도 아주 잘 되는 최신식 집에서 살 거라고 얘기해요. 물론 생활 방식도 그에 따라 변화하겠죠. 결국은 지금 나의 일상과 가장 어울리는 공간에 산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요?
『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 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입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니죠. 현재가 흘러가면 과거가 되고 미래가 다가오면 현재가 되는 것처럼 오늘, 지금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순간순간을 충직하게 지내다 보면 어느덧 한 발짝 나아간 스스로를 만나게 될 거예요. 저희의 기록을 넘겨 보면서 각자의 자리를 되돌아보기를, 잊고 살았던 계절을 다시 만나기를, 그래서 여러분 모두 지금 그 자리에서 ‘잘’ 살기를 바라요!
*장보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 예술학을 전공했다. 옥상 정원이 있는 서울 도심의 작은 한옥에서 남편과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운 좋게 세 들어 살게 된 한옥은 계절마다 새로운 할 일을 주고, 새로운 영감을 준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고민하던 중, 식탁 사이로 펼쳐지는 미장센에 매료되어 일상 요리를 즐기게 되었다. 다음 카카오 플랫폼 브런치(brunch.co.kr/@sustainlife)를 통해 일상의 음식과 자연스러운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이다. 놀이 삼아 일 삼아 썼던 S‘ustain Life’로 제 1회 카카오 브런치북 금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도시생활자의 식탁』이 있다.인스타그램 @bohyun__jang 브런치 brunch.co.kr/@sustainlife
김진호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우연히 손에 쥔 카메라가 삶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속가능한 작업과 조화로운 삶을 모토로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사진과 영상을 만들고 있다. 틈날 때마다 글 쓰는 아내와 아내가 가꾸는 집과 언제나 아름다운 고양이를 찍는다. 너머의 이야기는 인스타그램 @kim_zi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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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장보현 저/김진호 사진 | 생각정거장
서울 한 가운데서 계절의 변덕을 온몸으로 받아준 공간에 관한 기록이자, 그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했던 두 사람 그리고 두 마리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에게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고, 그 방법을 집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찾고자 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