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영 “49살 비혼으로 살아도 별일 없이 괜찮아”
비혼을 특별하게 보는 게 아니라 여러 삶의 형태 중 하나로 보는 가장 기본적인 존중, 더 나아가 나와 다름을 존중하는 일이 당연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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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 중년, 비혼, 비정규직 프리랜서 작가. 키워드만 놓고 보면 누군가는 ‘자유’나 ‘행복’을, 누군가는 ‘불안’이나 ‘외로움’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의 모티프가 된 <비혼일기>(오마이뉴스, 브런치 연재)를 연재한 저자 신소영은 자신의 삶이 특정한 키워드에 갇히기를 원치 않았다. 그녀의 글을 읽은 수천 명의 독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독자들은 행복을 기대하거나, 그 반대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그녀의 글을 찾아 읽고 공감하고 퍼 나른 것이 아니었다. 단지 저자는 혼자 살아도 별일 없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했고, 독자도 그 말이 필요했다. 그래서 쉰을 앞둔 비혼 여성으로서 저자는, 비혼이라고 해서 늘 행복한 것도, 늘 불행한 것도 아니라는 확신을 담아 독자에게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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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는 작가님께 어떤 의미일까요? 처음에 어떤 계기로 글을 쓰게 되셨는지도 짧게 이야기해주세요.


사실 전 비혼주의자가 아니었고, 어쩌다 보니 비혼이 된 경우에요. 결혼을 안 하면 미혼이라고 불렸던 것처럼 어디서나 “결혼을 왜 안 하냐?”는 질문을 받았고, 미완의 존재 취급을 당했죠. 어느 사이엔가 저도 그런 말들에 갇혀서 결혼을 해야 안정되고 제 존재가 어른으로서 완성되고,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름 잘 지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도 어딘가 부족한 존재라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아주 나중에서야 그런 편견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를 깨달았어요. 비혼은 미완의 상태도, 특별한 삶인 것도 아닌데 말이죠. 부당함에 화가 나는데, 그 당시에는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고, 누가 대신 말 좀 해줬으면 하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어요. 제가 푸념을 하니까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그러면 당신이 하세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멍하더라고요. 그래서 쓰기 시작했죠.

 

‘닮고 싶은 싱글 선배, 엄마’라는 글이 참 좋았어요. 책을 출간하고 나서 싱글 선배님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여전히 어머님과 서로 안마를 해주시는지도 궁금해요.


엄마는 제가 엄마에 대해서 그렇게 글을 썼는지 모르시다가 이번에 책을 읽고 아셨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셨나 봐요. “자꾸 눈물이 나네.” 하시더라고요. 그동안 엄마한테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보고 마음이 아프셨던 모양이에요. 이 책, 잘됐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강아지에게 장난 섞인 혼잣말도 하셔요. “엄마 책 많이 팔리면 엄마한테서 돈 많이 물어와” 하고요. 그리고 몇몇 안 남은 본인 친구 분한테 자꾸 제 책을 파시려 하는 거예요. 자랑 반,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반이겠죠. 글자가 잘 보이지도 않는 분들에게 비혼이야기 책이라니요. 하하. 요즘에는 더워서 안마는 사흘에 한 번으로 줄었고요, 대신 초음파 기계로 서로 얼굴 마시지를 10분씩 해줍니다. 우리 늙어도 곱게 늙읍시다, 하면서요.

 

요즘도 패키지 여행을 가시나요? 책 속에서 '가족은 어디에 두고 오셨어요?'라는 제목의 패키지여행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어요. 중년 여성에게는 당연히 남편이나 아이가 있을 거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참 많을 것 같아요.


요즘도 당연히 가요. 불편하다고 제가 피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요즘은 예전보다 확실히 과도한 관심과 무례한 질문을 덜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여전합니다. 특히 저처럼 비혼인 오빠와 엄마, 셋이 갈 땐 더 궁금증이 폭발해요. 보아 하니 부부는 아닌 것 같은데 뭐 하는 집구석인가 싶은 거죠. 가끔 제 또래나 저보다 어린 사람들도 와서 조금 편해졌다 싶으면 슬쩍 물어요. “친정어머니와 오신 거예요?”하고요. 어머니도 아니고 친정어머니라고 굳이 묻는 건 신분을 확인하고 싶은 거죠. 그런 게 왜 궁금할까 싶은데, 요즘 비혼이 많아지고 있으니 더 이상 안 궁금한 시간이 곧 오겠죠?


책 속에 실제로 비혼으로 살면서 겪는 여러 어려움들이 많이 등장해요. 주거 문제, 직업 문제, 사람 사이의 관계 문제까지요. 비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비혼으로 살아가면서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을 알려준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초의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돈’입니다. 비혼에 대한 뜻이 있다면 정말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해요. 폼 나게 근사하게 살라는 게 아니라, 너무 외롭지 않은 곳에 살면서, 아주 가끔은 문화생활도 즐겨야 하는데 이런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년 전에 저축해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약통장도 꼭 마련해놓았으면 하고요. 그리고 돈만큼 중요한 게 친구입니다. 정서적인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반드시 필요해요. 당장 지금만 해도 그렇거든요. 우정은 금방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친구들을 옆에 두고 좋은 관계를 잘 챙겨야 합니다. 지금은 다양한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나고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좋은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전 좀 늦게 시작했는데, 진작에 할 걸 하는 후회가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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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함께 읽으면 좋을 영화, 책, 드라마 등이 많이 소개되어 있더라고요. 최근에 보신 작품 중에 마음에 안정이 필요한 사람들이 보면 좋을 작품을 추천해주세요.

 

은유 작가의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와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  은 늘 제 손 닿는 곳에 놓아두고 있어요. 두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어도 위안이 돼요.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는 일상 속에서 일상을 넘은 사회적 담론을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통찰 가득한 문장으로 풀어줍니다. 제가 연애문제나 갱년기, 나이 많은 여자로서 사회생활하며 겪는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몰라요. 김애란 작가의 글은 아름다운 문장 자체가 주는 위안이 가장 큽니다. 한 문장도, 한 페이지도 쉽게 넘어가 지지가 않고 자꾸 곱씹게 되죠. 두 책은 밑줄로 가득해요. 언제 읽어도, 몇 번을 읽어도 좋은 최애템이죠.

 

49살 비혼 여성이라는 타이틀이 생소하면서도 매력 있었는데요, 작가님의 내년 계획이 궁금해요. 작가로서, 혹은 사람 신소영으로서 계획하신 일들이 있나요?


제 계획은 단지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사는 거예요. 책에도 썼지만 열심히 사는 것과 정성스럽게 사는 건 다르거든요. 열심히 사느라 소홀했던 게 너무 많았어요.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결국 오십보백보인데 말이죠. 조금 덜 벌어도 ‘나’와 ‘나 외의 존재’에게 더 친절하고 싶고, 글도 더 정성스럽게 쓰고 싶어요. 작가로서는 비혼 너머의 세계에 한 걸음 다가가고 싶어요. 요즘은 여성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서, 책도 읽고 공부도 시작했어요. 조금 더 제가 갖추어지면, 그때는 여성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이번 책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비혼을 궁금해하거나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사회적 담론이 어떤 특정한 성이나 계층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나누는 수다를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하는 게 효도다, 결혼해야 어른이 된다 같은 말에서 느껴지는 불편함과 부당함을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참았는데, 그게 과연 누구에게 좋은 일이었을까 싶더라고요. 당연하다 여기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비혼을 특별하게 보는 게 아니라 여러 삶의 형태 중 하나로 보는 가장 기본적인 존중, 더 나아가 나와 다름을 존중하는 일이 당연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신소영 저 | 놀
꿈꾸던 40대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다 할 큰일은 일어나지 않은 보통의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고 있다.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소독해줄 이야기들을 담았으니 오늘따라 외롭고 삶이 불안할 때 꺼내어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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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