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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고로호 "남편과 고양이면 정말 충분하다니까요"

『아이는 됐고 남편과 고양이면 충분합니다』 진고로호 작가 말년의 외로움을 걱정해주는 오지랖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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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나 자신을 다독이고 격려하면서 일상의 소중한 것들에 시선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도가 반복되면서 조금씩 삶을 사랑하게 되는 거라고 믿어요. (2019. 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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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됐고 남편과 고양이면 충분합니다』 저자 진고로호는 결혼 후 아이 없이 남편과 고양이하고만 살면서 ‘결혼하고 왜 아이 없이 사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말끝을 흐리고 그 순간을 모면하기 바빴고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했다. 저자는 고민의 과정과 함께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담아 책으로 펴냈다.

 

진고로호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번역하고 싶어 중앙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들어갔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지방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게 됐다. 취미로 같이 사는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 『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이라는 그림 에세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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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작가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업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중 그림 에세이 한 권을 내긴 했지만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엮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에 만족했습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입버릇처럼 그만두고 그림만 그리고 싶다고 오랫동안 이야기했어요. 친한 직장동료가 어느 날 그러더군요.


“언니, 아직도 그만 안 둔 거야? 난 언니가 하도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이미 그만둔 사람 같이 느껴져.”


물론 농담이었지만 그 말 덕분에 진지하게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동주민센터에서 민원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비록 서류상이지만 제 나이 또래 사람들의 죽음을 연달아 접하면서 삶의 유한성을 깨달은 것도 계기가 됐습니다. 인생 길지 않으니 마음이 가는 대로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잘하든 못하든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 언젠가 그걸로 돈벌이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막연하고도 무모한 생각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됐고 운이 좋게 두 번째 책을 내게 됐습니다. 

 

남편과 고양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무지막지한 질문을 누군가 한다면, 어떻게 답하실 건가요?

 

무지막지하고 어렵지만 재밌는 질문이어서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어요. 망설임 없이 고양이를 선택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남편을 큰 고양이로 여기고 있어요. 사람만큼 크고 마음이 따뜻하고 재밌는 농담도 곧잘 하는 아주 보기 드문 고양이입니다. 게다가 일도 하고 돈도 벌어요. 다섯 마리 고양이와 비교하면 털이 많이 모자라지만 기분이 좋으면  골골거리기도 하고 상냥하게 부비부비도 해준답니다. 가끔 심기가 불편하면 보이지 않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제 마음에 생채기도 내지만 뭐 고양이니 그러려니 한답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집에는 고양이 다섯 마리가 아니라 고양이 여섯 마리가 살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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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보다 두 번째 작품이 갖고 있는 차별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두 번째 작품을 쓰면서 처음으로 독자의 존재를 의식했어요. 그 이야기인즉슨 첫 번째 책을 쓸 때는 작가로서의 기본 자세가 안 되어 있다는 고백을 하게 되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요. 작업을 하고 밤에 침대에 누우면 누가 이 책을 읽어줄까? 그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두 권 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그림 에세이라는 건 똑같지만 첫 책이 누가 들어주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멋대로 중얼거린 혼잣말이라면 두 번째 책은 글 중간중간 독자에게 건네는 문장이 들어가 있습니다. '내가 쓰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읽는다면' 이라는 전제를 깔고 작업을 하니 그만큼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써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 또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있으신가요?

 

노석미 작가를 좋아합니다. 그림을 먼저 알게 됐지만 글도 굉장히 재밌습니다. <서른 살의 집>이라는 책은 여러 번 읽어서 책장이 뜯어졌어요. 블로그에 올라오는 짧은 글 하나도 허투루 읽고 지나칠 것이 없습니다. 삶의 방식 또한 닮고 싶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림으로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도시를 떠나 변두리로 작업실을 옮긴 초기 에피소드도 인상 깊고 고양이를 키우고 텃밭을 가꾸며 자급자족하는 지금 모습도 멋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게 많은 작업량을 소화하는 부분이 특히 존경스럽습니다. 개인전을 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보고 있는데 노석미 작가가 그린 그림 속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남편과 사이 좋게 지내는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10년 정도 같이 살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로는 사이가 좋은 편입니다. 노하우로는 서로를 귀찮아하지 않는 것, 그리고 같이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천생연분이라 그냥 있어도 매일 사이가 좋은 건 아니구요 의견 차이도 있고 다투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가 없다 보니 세상에는 의지할 사람을 우리 둘뿐이다는 의식이 강해요. 그래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바쁘기도 하고 힘든 날도 많아서 아무리 가족이라도 건성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때가 종종 생기잖아요.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상대를 귀찮아하는 태도가 습관처럼 굳어질 수도 있구요. 그래서 지치고 피곤한 상황이라도 성의 있게 서로를 대하려고 합니다.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온전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족이 매일 저녁을 같이 먹는 건 당연한 일인데 요즘 시대에는 그게 힘든 일이 되어버렸어요. 저희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집에서 작업을 하고 남편은 하루의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있다 보니 평일에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요. 남편의 야근이 계속되는 주간에는 중간에 제가 남편의 사무실 근처로 가서 저녁을 같이 먹기도 합니다. 밥만 먹고 헤어져야 하지만 그렇게라도 같이 먹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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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독자들이 특히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저처럼 아이 없이 배우자와 함께 반려동물을 키우며 사시는 분이라면 책을 읽으시면서 많이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배우자, 아이, 반려동물의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일상에서 발견하는 작고 소중한 순간들과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발맞추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내 삶이 덩달아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요? 그런 순간에 우리는 손안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의 존재를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항상 나 자신을 다독이고 격려하면서 일상의 소중한 것들에 시선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도가 반복되면서 조금씩 삶을 사랑하게 되는 거라고 믿어요.

 

책 속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과 이유를 알려주세요!

 

하나만 선택하라면 저는 그대라서 좋다라는 에피소드에 나오는 천일야화를 소재로 한 그림을 꼽겠습니다. 일상에 상상력을 더하는 것을 좋아해요. 별거 아닌 이야기를 천일야화라도 되는 양 흥미진진하게 말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진짜 창밖으로 별이 수놓인 까만 밤하늘과 끝없는 사막이 펼쳐질 것 같아요. 고양이들이 이국적인 의상을 입고 저와 남편이 하는 수다에 맞장구를 칠 것 같기도 합니다. 수염을 기르고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는 남편의 모습도 재미납니다. 지금이라도 부드러운 카펫 위에 누워서 눈을 감고 싶어요. 상상에 상상을 더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저는 이 그림이 제일 마음이 듭니다.

 

 

 

* 진고로호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번역하고 싶어 중앙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지방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취미로 같이 사는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씁니다. 지은 책으로 『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이라는 그림 에세이가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 jingoroho

 

 


 

 

아이는 됐고 남편과 고양이면 충분합니다진고로호 저 | 꼼지락
아이가 없는 삶을 계획하거나 딩크족으로 사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긍정하고 외부의 시선에 연연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충분히 행복하다는 작가의 말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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