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시작 - ‘이동진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잡아낸 책의 진면목을 만나는 공간, 집안 곳곳에 쌓아둔 만권의 책에 관한 이야기’. <빨간책방>의 소개글이다. <빨간책방>은 2012년 5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한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는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 출판사의 일이라는 판단 아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 팟캐스트의 바다로 뛰어든다. 시작 당시에도 책 팟캐스트가 여럿 있었지만 자타공인 다독가이자 애독가 이동진 평론가와 의기투합해 만든 <빨간책방>은 어렵지 않게 분야 1위에 안착했다. 그리고 6년. 매회 평균 다운로드 15만을 넘는 이 팟캐스트는 쉽사리 그 자리를 넘겨주지 않을 모양새다.
<빨간책방>의 사람들 - 방송은 진행자 이동진을 중심으로 소설가 김중혁, 이다혜 기자가 번갈아 출연해 한 권의 책을 입체적으로 읽어낸다. 책은 오로지 이동진이 고른다. 각각 ‘적임자’, ‘흑임자’, ‘신임자’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의 호흡은 그야말로 찰떡. 대본도 없고, 사전에 방송 내용에 관해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지만 호흡 좋은 이들 덕분에 방송은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3시간이 넘는 동안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순항한다.
<빨간책방>과 책들 - 『속죄』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와 같이 방송 이후 큰 관심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부터 이승우의 소설 『사랑의 생애』 ,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처럼 ‘<빨간책방>이 아니었더라면 몰랐거나 읽지 않았을 책인데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청취자 반응을 얻은 책들까지 <빨간책방>이 낳은 화제작은 아주 많다. 최근 에피소드에서 다룬 『쇼코의 미소』 는 최은영 작가가 직접 출연해 청취자들에게 특히 더 큰 호응을 얻었다.
<빨간책방>의 꾸준함 - 6년을 이어온 꾸준함의 비결에 대해 <빨간책방>을 만드는 이들은 입을 모아 ‘팀워크’를 말한다. 놀라운 것은 출연진, 제작진의 구성원 교체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동진은 “팀워크가 맞지 않았다면 6년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빨간책방>이 궁금하다면? 방송은 공개방송으로 진행된다. 방청을 원한다면 공식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에 공지된 녹음 일정 확인 후 프렌테 홈페이지(frente.kr)에서 신청하면 된다. 다만 신청 페이지가 오픈하자마자 매진되기 일쑤이니 서두르기를. 방청 참가율도 놀랍다. 약 60명을 초대하는데 평균 참가율이 80%다. 녹음이 진행되는 곳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빨간책방카페로 2014년 6월 문을 연 이래 방송 제작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평소에는 책과 커피 수제 맥주 등을 판매하는 카페로 운영된다. 2017년 여름 리뉴얼 한 이후 스튜디오 대관도 하고 있다.
<빨간책방>의 적임자, 이동진 인터뷰
지난 6년, 돌아보니 어떤가요? 시작할 땐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는데요. 제작을 맡아주신 분들이나 함께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 모두의 팀워크가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일을 하는 동료라기보다 친구 같은 느낌이고요. 그런 좋은 팀워크로 인적 교체 없이 6년 간 계속해왔으니까요. 제 입장에서는 아주 마음 잘 맞는 독서 동아리 같은 느낌이에요.
<빨간책방>에서 다룬 소설 7편의 방송 내용을 담은 책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출간 당시 <채널예스> 인터뷰에서 “매너리즘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는데, 여전한가요? 저는 그렇습니다. 제 입장에서 책은 즐거워서 읽는 것이고, 노동으로 읽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마음, 많이 읽고 싶고 잘 읽고 싶은 마음의 연장선에서 만드는 아마추어리즘이 이 방송에 있는 것 같아요. 일로만 주어진다면 못하는 것 같고요. 물론 일이기도 하고, 당연히 출연료도 있지만 제가 책 읽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거나 팀워크가 맞지 않았다면 6년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진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한 책을 가지고 3시간 가까이 말을 하는데요. 그렇게 말할 머리가 있는 책이어야 하겠죠? 책 선정 자체가 일단 굉장히 중요하고요. 소설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 비소설의 경우는 가급적 다양한 장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소화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 원래 독서 스타일이 그렇기도 하고, 또 그것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해요.
녹음 준비에는 얼마나 걸리세요? 그냥 책을 보통 때보다 좀 더 꼼꼼하게 읽어요. 그것을 메모 형태로 정리는 합니다만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고요. 공개방송 때 보시면 아시겠지만 원고를 보거나 하진 않아요. 일단 제가 이야기 나누고 싶고, 좋아서 친구들한테 권하고 싶은 책을 선정하거든요. 제가 관심이 있는 책들이니까 이야기를 할 때도 그런 흥이나 즐거움 같은 게 드러나지 않나 싶어요. 그러니까 생각보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아니죠.
김중혁 작가님, 이다혜 기자님과 사전에 합을 맞추기도 하나요? 전혀 안 합니다. 6년 간 사전에 합을 맞춰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냥 방송이 시작되면 책에 대해 처음 얘기합니다.
현장감 때문인가요? 네, 저는 대화하는 형식의 방송이라면 형식만 빌어서는 안 되고 실제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요. 만약 사전에 합을 맞추거나 리허설을 한다면 대화가 아니라 일종의 연기가 될 거라 생각해요. 설사 우리의 부족한 능력이 드러난다 할지라도 실제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아주세요. 모든 에피소드가(웃음). 다만 다루기 어려운 분야나 다루기 어려운 책이라 ‘과연 다룰 수 있을까?’ 했는데 비교적 잘 해냈다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더 성취감이 크겠죠. 예를 들면 『과학인문학으로의 초대』 같은 책들이 개인적으로 보람이 컸어요. 내용이 어려워 팟캐스트에서 다루는 게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잘해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해도 되는구나, 라는 그런 발견이 있었어요. 다만 에피소드 간 편차가 적어요. 제 입장에서는요. ‘아, 망했다’라거나 ‘진짜 잘했다’라는 게 별로 없어요. 잘된 것과 잘되지 않은 것 사이에 편차가 굉장히 적은 방송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어느 한두 에피소드를 꼽기는 어렵죠. 예를 들어 『속죄』 가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보람이 훨씬 더 크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특별히 방송하면서 기뻤을 때는? 방송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했던 게 기쁘거나 하진 않아요. 신기하고, 우리 일에 효용이 없지는 않구나, 라고 확인하는 정도고요. 정말 기쁜 건 사람들의 댓글 같은 것이죠. 방송은 우리들이 만드는 거지만 듣는 분들도 오랜 세월 계속 같이 들으신 거잖아요. 그런 분들이 진심을 담은 말을 해주실 때가 제일 기분 좋아요.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