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서현 작가 “잠자리 그림책, 이렇게 보세요”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은 아이들을 잠으로 안내해 주는 그림책이면서 오늘 하루의 이야기를 잠자리에서 즐기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시리즈인 것 같아요. 옥수수를 들고 가는 아이들처럼 꿈속에서 그리고 다음 날에도 그 즐거움이 늘 계속되길 바랍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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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가 잠자기 전에 함께 읽는 그림책 시리즈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전3권)이 출간되었다. 체크무늬 잠옷을 입은 토닥이는 밤마다 잠자기 싫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소중한 친구다. 토닥이는 아이가 하루 동안 겪은 이야기를 정답게 들어 주고, 아이와 신나게 이불 놀이를 하고, 꿈속에서 밤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잠들기 전, 아이의 마음을 토닥토닥 어루만지는 이야기는 아이가 잠자리에서 하루를 정리하고 편안하게 잠들도록 이끈다. 간결하고 리듬감 있는 글과 아이의 속마음을 유쾌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그림이 부모와 아이가 행복하게 잠들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재기 발랄한 발상으로 참신한 그림책을 선보여 온 작가 서현과 어린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리는 동시인 김유진이 만나 아이들에게 사랑스러운 잠자리 친구를 선물한다.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 그림책 시리즈를 어떻게 작업하게 되었나요?

 

김유진 : 출판사에서 기획안을 보여 주시며 글 작업을 의뢰하셨어요. 제 동시집 『뽀뽀의 힘』 의 한 챕터가 아기 이야기여서 그랬나 봐요. 세 권의 각 콘셉트는 밤, 잠자리, 하루를 정리하는 대화였고요. 거기에 따라 책을 구상하고 글을 썼습니다.

 

캐릭터 ‘토닥이’가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잠자리 친구 토닥이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나요?

 

서현 : 출판사에서 잠자리 그림책을 기획할 때 ’토닥이’라는 캐릭터의 이름과 기본적인 역할은 나온 상태였어요. 토닥이라는 이름을 듣고 처음에는 조금 색다른 재미 요소를 가진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잠자리에서 함께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밤이나 잠자리에 관련된 것들로 궁리를 했는데요. 베개, 이불, 푹신하고 포근한 느낌을 가진 무언가, 별, 달, 아이의 그림자 등등 다양하게 스케치를 해 보다가 토닥거리는 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캐릭터를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직접적이고 1차원적인 발상이 아닐까 고민했는데 그림으로 그리니 재미있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책 안에서 아빠의 등장이 거의 없었는데 토닥이에게 더 의미 부여를 해서 숨겨진 이야기도 만들어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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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마다 내용과 구성이 다른 ‘잠자리 그림책’ 시리즈 콘셉트가 흥미롭습니다. 하나의 시리즈이지만 독립된 그림책 세 권을 만드는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각 권마다 글을 쓸 때 특별히 염두에 둔 것이 있을까요?

 

김유진 : 그림책 장르의 넓은 스펙트럼을 각 권에서 최대한 활용해 보고 싶었어요. 『밤 기차를 타고』 는 어른까지 볼 수 있는, 한 편의 시 같은 예술성을 지닌 그림책이면 했고요. 『이불을 덮기 전에』 는 자기 싫어하고 더 놀고 싶어 하는 어린이 독자의 마음과 눈높이를 중심으로 여겼어요. 고전적인 구성과 분위기죠. 『오늘아, 안녕』 은 꾸밈없이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최근 사랑받는 그림책들과 비슷한 톤이고요.

 

세 권에 담긴 내용을 하나의 이야기로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을 가장 공들여 표현하셨나요?

 

서현 : 같은 주인공이 나오긴 하지만 세 권의 성격이 조금 달랐어요. 분위기나 말하는 형식도 각각 달라서 시리즈이지만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세 이야기의 성격을 살리면서 연결해 줄 수 있는 게 뭘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그리는 기법을 통일하고 컬러를 제한해서 쓰면서, 각 권의 메인 컬러를 한 가지씩 정해서 다르면서도 연결된 느낌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세 권을 따로 읽고, 또 같이 읽어도 즐거운 잠자리 그림책으로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이불을 덮기 전에』 는 잠자기 전, 아이의 생활과 습관이 현실감 있게 표현되어 있고요. 『오늘아, 안녕』 은 부모와 아이가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느꼈습니다. 이야기 속 아이의 대화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김유진 : 제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에 텃밭이 있었고 아이들이 텃밭 가꾸는 일을 무척 뿌듯해하고 좋아했어요. 그렇게 제 아이들 이야기도 있고요. 어린이였던 저, 그리고 어른인 저의 이야기도 있어요. 하루를 돌아보는 콘셉트이니 그림책 속 어린이의 하루와 독자인 어린이의 하루가 일치하면 완벽하겠지만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어린이의 하루도 날마다 다르니까요. 그러니 가능한 방법은, 지극히 평범하고 무난한 에피소드를 가져오면서 그 에피소드가 일상의 감정을 되살리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책을 읽으며 감정을 상기한 어린이 독자가 자기만의 하루를 다시 돌아보는 거죠.

 

책 속에서 토닥이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거의 없는 편인데요. 토닥이가 등장한 표지를 보면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토닥이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서현 : 토닥이는 주인공 아이와 잠자리에서 늘 함께하는 캐릭터에요. 외모에서 느껴지는 대로 손 모양을 닮았고, 과묵한 친구죠.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모험과 장난을 함께하며 하루 동안 겪은 일을 털어놓고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예요. 장면에는 나오지 않지만 온몸으로 토닥토닥해 줄 수 있기도 하고요. 내지의 그림들을 그릴 때는 잘 몰랐는데, 표지를 그리면서 편안한 밤을 데려올 수 있는, 그리고 그곳으로 떠나려는 아이를 데려가 주는 밤의 기관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심히 살펴보신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토닥이는 아빠의 손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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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진 작가

 

 

『밤 기차를 타고』 는 밤과 꿈에 관한 이야기가 한 편의 시처럼 펼쳐지는데요. 밤에 관한 내용을 한 문장씩 묘사하는 도입부가 인상적입니다. 책 속 주인공들이 모두 기차를 타고 ‘밤의 문’을 향해 나아가는 설정도 눈에 띄고요. 밤과 꿈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소재를 이야기로 풀어낼 때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김유진 : 『밤 기차를 타고』 만큼은 그림책이란 장르를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썼어요. 시를 쓴다고 생각했으니 어렵지는 않았고요. 다만 초고의 후반부를 거의 싣지 못해 아쉬워요. 저 혼자서 그림책을 볼 때는 저한테만 보이는 글을 읽어요. (웃음)

 

『이불을 덮기 전에』 는 잠자리 소동을 경쾌하게 그리고, 『오늘아, 안녕』 은 아이의 생활을 따스하고 포근하게 전하고, 『밤 기차를 타고』 는 밤하늘과 꿈속 세상이 아름답게 펼쳐지는데요. 선이나 채색이 다양하게 변주되어 표현된 것 같아요. 콩테와 목탄을 주재료로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재료 선정과 채색 기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서현 : 손 그림 느낌이 나는 재료로 선을 그리고 싶었어요. 특히 『밤 기차를 타고』 에선 깜깜한 밤 배경이 많이 나오다 보니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선과 명암의 차이를 효과적으로 줄 수 있는 재료가 필요해서 콩테와 목탄을 함께 사용해 봤습니다. 선이나 명암, 톤을 채운 거친 느낌을 잘 살리고 싶었는데 색깔마저 질감이 살아 있으면 효과가 많이 떨어질 것 같아 포토샵으로 균일하게 색을 넣었어요. 그리고 색을 제한해서 사용했고요. 공통의 두 가지 색과 각 권의 느낌을 살리는 주조색을 하나씩 다르게 정했는데 잠자리 그림책이라고 해서 밤을 연상하는 어두운 색만 쓰고 싶지 않아 산뜻한 색으로 써 봤어요. 잘 때 사람들이 꾸는 꿈은 흑백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잠들기 전에 예쁜 색을 보고 자면 그 인상이 꿈에서도 나타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좀 복고적인 느낌을 주려고 색을 조금씩 엇나가게 칠했는데 나름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요즘 출간된 그림책을 보면 글과 그림을 작가가 혼자 맡아서 작업한 책들이 많은 반면에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협업하여 만든 책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습니다. 그림책 협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김유진 : 편집부가 중간에서 소통 역할을 맡아 진행해 주셨기 때문에 서현 작가님과 직접 얼굴을 맞대며 협업할 일은 없었어요. 제가 편집부를 통해 작업 과정에서 의견을 드리면 서현 작가님께서 그림으로 잘 구현해 주셨어요. 외국 그림책의 경우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동반자 관계로 여러 책을 꾸준히 작업하기도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협업하는 작업이 늘어나면 다양한 그림책 창작에 기반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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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 작가

 

 

『오늘아, 안녕』 에서 아이와 토닥이의 대화 장면은 서현 선생님 특유의 유머러스한 표현이 빛나는 장면입니다.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표현하여 두 인물 사이의 오고가는 감정을 풍부하게 드러냅니다. 달님 모양 우유, 부엉이 표정 등 작은 요소들도 눈에 띕니다. 이 장면은 어떻게 구성하게 되셨나요?

 

서현 : 처음 원고를 받았을 때 아이와 토닥이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이가 하루 종일 겪은 일과 감정을 토닥이에게 털어놓는데, 언덕에 철퍼덕 앉아 먼 곳을 바라보며 맥주 한 잔 나누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이미지로 떠오르더라고요. (웃음) 아이니깐 맥주는 그에 어울리는 음료수로 바꾸고, 나머지 두 권에서도 중요하게 이용되는 무늬 이불로 언덕을 만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무늬 이불은 잠이 드는 꿈의 공간을 표현한 것이거든요. 이불이었다가, 배경이었다가, 어떨 땐 언덕이 되기도 하고요. 푹신푹신하니 대화하기 딱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와 토닥이는 이 이불 언덕에서 달님 우유를 나눠 마시며 이야기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죠. 이불 언덕의 무늬 중에 부엉이 표정은 아이와 토닥이의 대화를 누군가가 엿듣는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 뒤늦게 바꾼 설정이에요. 그러고 보니 이 책의 독자들도 부엉이처럼 둘의 대화를 엿듣는 상황이네요. 어쩌면 부엉이는 독자들의 모습일 수도 있겠어요. 너무 끼워 맞췄나요? (웃음)

 

어린이책 평론 활동도 활발히 하시고 동시집 『뽀뽀의 힘』 을 내셨는데요. 이번 그림책 글 작업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동시 쓰기와 그림책 글쓰기 작업은 어떻게 다른가요?

 

김유진 : 동시는 언어만으로 전부를 구현해야 하지만 그림책은 그림이란 시각 이미지가 있으니 많이 달라요. 그림의 자리를 미리 고려하며 글을 써야 했어요. 그림으로 드러내려고 글은 일부러 숨기고 거둬들이며 욕심을 버려야 할 때도 있고. 글과 그림이 같은 길로 갈지, 다른 길로 갈 지도 예상하며 써야 하고요.

 

2년 넘는 시간 동안 그림책 작업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3권의 그림책을 한꺼번에 작업하느라 힘드셨을 것 같아요. 작업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서현 : 시리즈 그림책을 작업해 보는 것은 처음이라 어려웠어요. 단계적으로 한 권씩 출간되는 게 아니고 세 권이 한꺼번에 나오는 일정이다 보니 작업량에 짓눌려 그림을 그리기 싫은 순간들이 종종 오더라고요. 글이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을 그림으로 건드리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함께 작업했던 분들과 글 작가님께 늘 죄송했어요. 저 때문에 출간 일정이 많이 미뤄졌거든요. 그래도 저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시고 편집자님과 디자이너님이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했던 과정들이 참 재미있었어요. 그림책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회의를 많이 한 적이 없었는데 저에게 특별한 순간이었고 기억에 남는 작업인 것 같아요.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하나를 골라 이 시리즈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김유진 : 『이불을 덮기 전에』 도입부에서 어린이가 “누가 부르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엄마 발에 매달리는 장면이요. 만약 엄마 허리를 감거나 안기거나 했으면 엄마가 아이에게 붙잡히는 듯해서 갑갑했을 거예요. 저라면요. 그런데 아이가 엄마에게 요구하고, 엄마가 이를 허용하는 일정한 거리가 느껴져서 좋아요. 바로 그 거리에서 어린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잠자리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이 시리즈의 의도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서현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오늘아, 안녕』 에서 마지막에 아이들이 커다란 옥수수를 들고 가는 모습인데요. 주인공과 친구들이 꿈속에서 만나 자신들이 열심히 키우고 있는 옥수수 새싹이 꿈속에서는 튼실한 거대 옥수수가 된 것을 신나게 들고 가지요. ‘이걸로 무얼 해 먹을까? 구름처럼 폭신한 팝콘? 아님 구워 먹거나 쪄 먹는 게 더 맛있을까?’ 옛이야기 「커다란 순무」가 연상되기도 하고 다 함께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이어서 참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마지막에 아이들이 모두 잠이 들고 같은 꿈을 꾸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울 것 같아서 그리고 싶었어요.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은 아이들을 잠으로 안내해 주는 그림책이면서 오늘 하루의 이야기를 잠자리에서 즐기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시리즈인 것 같아요. 옥수수를 들고 가는 아이들처럼 꿈속에서 그리고 다음 날에도 그 즐거움이 늘 계속되길 바랍니다.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김유진 글/서현 그림 | 창비
간결하고 리듬감 있는 글과 아이의 속마음을 유쾌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그림이 부모와 아이가 행복하게 잠들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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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