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전부이자 이유, 그림
미술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 있다. 인상파라 불리는 새로운 미술사조를 창시하고, 평생에 걸쳐 빛을 연구하고 캔버스 위에 그 빛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위대한 화가. 클로드 모네.
모네는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6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직 그림에만 몰두하며 끈임 없이 창작활동을 펼쳤다 그의 이름을 딴 일련번호가 매겨진 작품 수만 해도 2050여 점에 이를 만큼, 그림을 향한 그의 열정은 가히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내를 잃고, 아들을 잃고, 눈이 어두워져 가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는 모든 아픔 과 고통을 예술혼으로 승화시켜 아름다운 작품을 창작해냈다.
<모네 빛을 그리다 전> 은 그러한 모네의 작품을 2D와 3D 기술을 융합시켜 새로운 방법으로 재창조한 전시회이다. 익숙한 그의 유명 작품을 디지털로 변화시켜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때론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움직이기도 하고, 때론 작품 속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며 보다 생동감 넘치는 느낌을 전달한다. 단순히 그림을 보고 감상하는 것에 조금 심심함을 느꼈던 이들에겐 그림과 함께 호흡한다는 동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전시회이다.
전시회는 모네의 생애를 스토리텔링 버전으로 이어나간다. 모네의 생애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각각의 테마로 설정하여 작가의 작품과 삶을 총체적으로 담아낸다. 그의 아내이자 뮤즈였던 까미유와 관련된 테마에서는 IT 기술 뿐 아니라 거대한 까미유 동상, 까미유에 대해 모네가 쓴 일기 등 다양한 컨텐츠가 관람객들을 마주한다. 모네가 말년을 보내며 수련과 같은 주옥 같은 작품을 선보인 지베르니 테마에서는 그의 그림 속 정원과 다리가 재현되어 있다.
<모네 빛을 그리다 전> 은 모네가 빛을 사랑하고 연구하며 새로운 미술사를 창조한 것처럼, 새롭고 특별한 전시회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허나 분명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전시회이다. 디지털 기술로 변환된 신선하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주긴 하나, 오히려 진짜가 아니라는 느낌을 더 강렬히 전달하며 모네의 원작 그림이 주던 감동만큼은 전달하지 못한다. ‘보여주기’식 의 전시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는 아쉬움도 전달한다. 실제 전시회 곳곳에서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제대로 된 작품을 감상하기 어려웠다.
새로운 방식으로 거장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모네 빛을 그리다 전> 은 오는 3월 6월 30일까지 본 다빈치 뮤지엄에서 전시된다.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