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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청춘 – 뮤지컬 <쉬즈블루>

이 시대 수많은 청춘들이 해피엔딩을 마주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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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 그 어떤 때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시절. 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청년 실업률이 대변해주듯 2018년 현실을 사는 청춘들의 삶은 팍팍 하기만 하다. (2018. 0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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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무것도 늦지 않았어!

 

청춘,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 그 어떤 때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시절. 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청년 실업률이 대변해주듯 2018년 현실을 사는 청춘들의 삶은 팍팍 하기만 하다. 

 

<쉬즈블루> 는 전형적인 20대 청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선주는 29살이지만 별다른 스펙도 없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4년째 하고 있는 취준생이다. 수많은 진상 고객들을 상대하며 틈틈이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학벌도 스펙도 부족하기에 매번 면접에서 탈락한다. 선주가 일하는 편의점 유통기사인 병수와는 미묘한 썸(?)을 타지만 이마저도 마음처럼 쉽지 않다. 아픈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하며 가장 노릇을 하는 병수에게 연애는 사치일 뿐. 병수는 잠시의 쉴 틈도 없이 오직 일만하며 선주에게 끌리는 자신의 마음을 애써 모른 척 한다. 그 와중에 선주의 친구인 지혜는 창민과 단 하룻밤의 만남으로 생각지 못한 임신을 하게 된다. 선주는 창민에게 지혜와 아이를 책임지라고 말하지만, 창민은 자신이 없다고 현실을 회피하기만 하고, 네 청춘 남녀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상황은 꼬일 대로 꼬여간다. 

 

<쉬즈블루> 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아니 사실 단순하다 못해 진부하다. 제작진이 어디서 봤던 것 같은, 어디서 들어봤던 것 같은 “고뇌에 빠진 20대 청춘”의 모습들을 다 짜집기 해 놓은 듯 하다. 주인공 선주는 해외영업부를 지원한다면서 외국어는 하나도 할 줄 모르고, 그런 자신을 떨어뜨린 회사에서 스펙만 따지고 든다며 되려 화를 낸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대책 없이 “그래도 난 이선주니까! 파이팅”이라고 끈임 없이 외치며 제자리 걸음을 하는 선주의 모습은 애잔하기보다 답답할 뿐이다.

 

플롯이 단순한 것도 문제지만 전반적으로 작품 속에서 관객의 공감을 유발한다거나 웃음 포인트를 잡아내는 부분이 없다는 것도 <쉬즈블루> 의 문제점이다. 곳곳에 배치해놓은 유머는 웃음을 유발한다기보다 유치하고 촌스럽다. 스토리라인을 풍성하게 채워주고 상호보완 되어 배의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극의 흐름을 끊어버린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대사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과 사랑에 힘겨워하는 청춘들에게 위로 한 마디, 용기 한 조각을 보태어 주고 싶었다는 기획의도는 거창하지만 <쉬즈블루> 가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너무나 어설프다.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대기업을 희망했던 선주가,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편의점 본사에 취직했다는 결말은 억지로 기획의도에 맞추기 위한 설정처럼 보인다. 그와 같은 흐름이 자연스러우려면 다양한 사람들의 군상을 마주할 수 있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에 집중하고, 그 속에서 선주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교류하며 편의점이라는 공간에 대해 더 큰 애정을 쌓아가는 스토리가 필요할 듯 하다. 그랬다면 본사에 직원으로 취직해 자신의 적성을 발견한 선주의 모습에서 보다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허나 일하는 내내 지긋지긋한 편의점을 떠나고 대기업에 취직하겠다고 소리치기만 했던 선주가 어느새 편의점 본사 직원이 되어 자신이 일하던 편의점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설정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청춘에게 필요한 건 일자리뿐 아니라 사랑이라는 외치는 제작진의 또 다른 기획의도 역시 깊게 공감하지만, 이 마저 도 작품 속에 설득력 있게 녹아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쉬즈블루> 는  ‘청춘’ 이라는 단어에 꽂힌 제작진이 단순히 우리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고 이리 엮고, 저리 꿰어 중심이 없는 캐릭터들을 창조했다는 느낌을 준다. 청춘이라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의 부재는 작품의 큰 틀을 흔들리게 만든다. 

 

대학로에만 셀 수 없이 많은 극장이 있다. 늦은 저녁 오후, 꿈을 가진 열정 많은 청춘들이 오직 공연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언젠가 성공하리라는 희망 하나로 작품을 만들고 관객을 기다린다.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또 공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그 누구보다 존경하고 애정 한다. 하지만 가끔 소극장 뮤지컬이나 연극을 볼 때면 여전히 그 한계를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뻔하고 단순한 플롯, 깊은 사유가 느껴지지 않는 전형적인 대사,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 어설픈 배우들의 연기력. 이 모든 총체적 난국을 마주해야 되는 건 자신의 귀한 시간과 돈을 들여 이 공연을 택한 관객들이다. 작품성 떨어지는 공연을 보는 건 관객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쉬즈블루> 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건넨다. 답답하고 막막한 순간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마주한 네 남녀의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린 작품처럼, 현실의 무게를 힘들게 이겨내고 있는 이 시대 수많은 청춘들이 해피엔딩을 마주하길 바라본다. 아직 아무 것도 늦지 않았다고, 뭐든 해낼 수 있는 청춘이라고, 힘들어도 조금만 더 다. 팍팍한 삶을 사는 관객들에게 희망을 주는 마지막 메시지처럼, 청춘들의 앞날에 따뜻한 봄이 곧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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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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