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사람은 어쩐지 멋있어 보입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쩐지 삶의 깊이를 아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집을 몇 권 사 보았습니다. 그런데 웬 걸,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이 시를 어떻게 음미해야 할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시인의 마음을 추측해봐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제 맘대로 해석해도 될까요? 시를 읽어야 인생이 풍성해질 것 같은데. 쌀쌀해진 가을 문턱에 서서, 펼쳐보면 좋을 시집 다섯 권을 소개합니다.
누가 내게 이렇게 말해준다면 얼마나 기쁠까. 시를 읽어 준다니! 그리고 괜찮단다. 시를 잘 몰라도!
피처 에디터 출신 문화부 기자 김지수가 고른 60편의 명시를 읽는 고요한 시간을 오늘 한 번 누려보자. (김지수 저, 이봄)
김이듬 시인의 신작 시집을 읽었다.
‘이 신음이 노래인 줄 모르고’ ‘만약 착한 새가 있다면 노래하지 않을 테지’
1, 3부의 제목을 읽으며 가슴이 콕콕 쑤셨다. 마음을 쑤시는 시집을 만날 때, 이 얼마나 기쁘지 아니한가. (김이듬 저, 민음사)
괴괴하다와 착하다, 이 동떨어진 단어를 시인은 왜 시어로 길어 올렸을까.
시인은 생각한다. 같은 말만 반복하는 ‘나의 선의’ 알고 보면 이 선의가 나를 감금하는 건 아닐까?
장편소설 『최선의 삶』을 쓴 임솔아의 신작. (임솔아 저, 문학과지성사)
간질이다, 간질이다, 간질이다. 시집을 읽기 전, 이 단어를 오래 곱씹었다.
기어코 나는 간지러운 기분을 상상했다.「짜증론」을 읽었다. 짜증낼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자신에게 짜증을 낸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란다. 아차, 나는 외로워서 시집을 읽고 있었다. (이희중 저, 문학동네)
잠들기 전 시 한 편을 읽으면 내일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시인 신현림이 고른 91편의 베갯머리 시.
괴테, 틱낫한부터 윤동주, 정호승까지. 어쩐지 시가 나를 안아주는 느낌이다. (신현림 저, 민음사)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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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연
2017.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