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어린 조카들이 집을 방문했다. 아끼던 그림책을 책장에서 골라 꺼내줬다. 아이들은 잠시 책을 재미있게 읽다가 수줍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고모, (유투브로) 캐리 언니 틀어주세요!” 이럴 수가, 나는 어릴 때 새로운 책을 읽는 게 제일 재미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다.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애니메이션이나 TV프로그램에 익숙해져 책을 낯설어 하기도 하고, 부모가 아이 기호와 상관없이 책을 하나의 학습 도구로 생각해서 명작, 위인전만 권하기도 한다. 이럴수록 아이들의 책에 대한 관심은 더 멀어진다. 문제는 어릴 때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지 못하면 점점 더 독서에 대한 흥미는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
앤서니 브라운의 『난 책이 좋아요』는 책의 매력을 알려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이야기, 해적 이야기 등이 담긴 다양한 그림책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상상력을 키워가고 문장력을 기를 수 있다. 아마 유아 그림책 속에 유달리 ‘책’애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어린 시절 건강한 가치관을 기르는 데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라.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간결하고 유쾌한 글과 환히 웃는 침팬지의 모습이 참 잘 어우러지는 『난 책이 좋아요』. 1988년 처음 발표된 작품인데 이번에는 표지까지 바꾸고 새롭게 단장해서 다시 출간되었다. 이번에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수록되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겠다.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가 수줍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엄마, 나도 책이 좋아요’라고. 책의 장점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지만,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책과 친숙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김규영(유아/청소년/잡지 MD)
마음은 유아, 몸은 중년.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그림책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