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 뭐해?” 이 말 좀 그만 듣고 싶어요. 뭔가를 하긴 하겠죠. 아니, 제가 특별한 계획이 있으면 입이 근지러워서 일찌감치 말했을 거예요. 왜 만나는 분들마다 휴가 계획을 물으시나요? 사실, 제가 이렇게 비딱하게 말하는 건, 떠나고 싶지만, 아주 멀리 낯선 곳을 여행하고 싶지만 여력이 안 되기 때문이에요. 여력의 뜻은 아니죠? 그래도 제겐 책이 있어 다행이에요. 책은 저에게 대놓고 말 걸지 않거든요. 읽어준다고 고맙다고 말하지도 않고, 안 읽는다고 삐치지도 않아요. 언제든 옆에 있어요. 사라지지 않아요. 이번 주말도 특별한 약속이 없네요. 어쩌다 제가 이렇게 인기가 없어진 걸까요? 책에서 답을 찾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책만큼 좋은 친구는 없네요. 그래서 저의 이번 주 추천 책은 뭐냐고요?
쿵쿵쿵! 소설가 정아은의 신작이 나왔다. 신사동과 청담동, 한남동과 도곡동에서 서로의 화장을 벗겨 외로움을 드러내는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이야기.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정아은의 소설. 읽다 보니, 휴양지의 모히또가 부럽지 않다.
(정아은 저, 민음사)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기간 읽고 추천한 책이다. 역대 대통령의 추천 도서 중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역시 지금 대세는 문템인가? KBS 시사교양 <명견만리> 제작진이 집필한 책으로 현 사회가 직면한 미래 이슈를 다룬다. 방송인들이 쓴 책인 만큼 술술 잘 읽힌다. 주말에 공부와 재미를 모두 느끼고 싶다면!
(KBS 명견만리 제작진 저, 인플루엔셜)
미미여사와 함께라면 지루한 주말은 없다니까요?! 네네? 미미여사를 아직도 모른다고요? 이럴 수가! 영화 <화차>의 원작, 동명소설의 저자! 미야베 미유키를 몰라요? 헐 대박 완전 리얼. 어쨌든 그녀의 신작 소설이 나왔어요. 춘하추동 사계절의 풍물을 배경으로 한 연작 소설. 특히 표제작 「신이 없는 달」이 무척 흥미진진!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한 달간 오토바이로 크고 작은 책방 유랑을 떠난 저자는 경남 진주에 있는 ‘소소책방’ 주인 조경국이다. 우연히 읽은 신문 기사 한 자락으로 책방 순례를 떠났지만, 여행은 꽤 고됐다. 하지만 독자는 덕분에 책과 책방의 미래를 엿볼 수 있게 됐다.
(조경국 저, 유유)
앗, 제목이 저를 두고 하는 말인가요? 뭔가 찔리는 기분이 들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위로가 되면서 살짝 감동스럽기도 한 책. 할머니 손에서 자란 일본 배우 ‘가자마 도루’의 맨주먹 정신이 녹아 있는 에세이. 일러스트가 매우 귀엽다.
(가자마 도루 저, 마음산책)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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