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여름밤 “우리는 여전히 같이 헤매고 있습니다”
작은 계기로 인해 처음 퇴사를 결정했을 때 ‘오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느끼는 것에는 맞고 틀림이 없잖아요, 적어도 나 자신한테는. 그런데도 ‘타인에겐 틀릴 수 있지만, 나한테는 맞는 거야’라는 생각을 정립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글ㆍ사진 유승희(예스24 대학생 리포터)
20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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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때로 폭우가 내리던 지난 6일, 신촌 기차역이 내려다보이는 ‘카페 파스텔’에서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저자인 서늘한여름밤 작가와 함께 하는 ‘어차피 여름밤 북토크’가 열렸다. 28살 봄,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기 위해 들어간 대형 병원을 100일 만에 그만둔 서늘한여름밤 작가는 이후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그림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블로그에 올린 그림일기는 SNS를 중심으로 퍼졌고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지난 5월 말, 300여 편의 그림일기 중 50편을 선별해 출간한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에는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서늘한여름밤 작가와 함께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을 진행하는 블블이 사회자였기 때문일까. 북토크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연신 웃음이 끊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서늘한 여름밤에 데자와를 마시는 것을 좋아해 필명을 서늘한여름밤으로 정했다는 유쾌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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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가 책으로 나오기까지

 

책의 목차를 시간순이 아니라 ‘버리다’, ‘느끼다’, ‘자란다’로 따로 나눈 기준이 있나요?

 

시간순이 완전히 다른 건 아니고 비슷한 시기에 묶여 있어요. 아무래도 첫 책이고 에세이다 보니 성장의 서사를 느낄 수 있도록 편집자님께서 작업해주셨어요. 보고 감탄했어요.

 

목차 중 ‘자란다’만 현재진행형인데 이것도 편집자님께서 작업하신 건가요? 작가님께서 ‘자란다’는 것에 ‘잘한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건 아닌가요?


편집자님께서 작업하셨는데요. (웃음) 지금까지 계속 자란다는 느낌을 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저도 이 책을 냄으로써 고민이 끝났다는 게 아니라 이만큼 자랐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편집자님께서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제목을 지으셨던 같아요. 그리고 뭐, 나이 서른에 책까지 냈으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책에 꼭 싣고 싶었는데 지면상 못 실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철벽 치는 사람들에 대한 에피소드(http://blog.naver.com/leeojsh/220824185477)가 있어요. 항상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블블님을 만난 후 왜 그들이 철벽을 치는지 깨닫고 그린 건데 그걸 실었으면 저랑 다른 성격을 가진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었을 거예요. 그밖에도 페미니즘이나 LGBT 관련 이슈도 책의 전체적 느낌상 빠져서 아쉬웠는데 서로의 다름을 이야기하는 「네가 어떤 모습이라 해도」가 실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어쩌면 이 책을 대표하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은데, 「이제야 좋아하게 됐어」가 가장 애착이 가요. 그리면서 많이 울었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제가 어리고 미숙하다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러다가 그림일기를 그린 지 1년 정도 됐을 때, 나의 어린 시절이 여전히 내게 좋은 모습으로 남아있다는 걸 떠올리게 됐어요. 모험도 좋아하고 활달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웠던. 그때 문득 “아, 이제야 진짜 예전의 나를 미워하지 않고 좋아하게 되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림일기가 결국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그린 것이기 때문에 힘든 시기가 지나기 전까지는 계속 보게 되는데 역대 최고라고 생각해요. (웃음) 감동적이죠.

 

그럼 ‘이건 좀 별로였다’ 싶은 에피소드도 있나요?


지금까지 그런 건 없었어요. 다른 편들에 비해 반응이 안 좋았던 것은 있지만 후회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적은 없어요. 반응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작가님은 둥둥 떠다니거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잘 포착하시는데, 어떤 경위로 영감을 받았나요? 혹은 그릴 내용이 떠올랐을 때 하는 행동이 있으신가요?


그림일기를 그리기 시작한 시기에 상담도 받게 되었어요. 그때 상담 선생님께 제가 감정을 잘 못 느낀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림일기를 그리다 보면 글로 쓸 때는 몰랐던 순간의 표정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슬프지 않다가도 캐릭터가 우는 걸 그리면서 갑자기 눈물이 터지기도 해요. 그런 걸 2년 넘게 하다 보니 제가 지금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많이 연습하게 됐어요. 그릴 내용이 떠오르면 반짝이는 마음들을 바로 핸드폰에 메모해놔요. 그리고 그 감정이 어땠는지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제 생각과 마음에 대해 좀 더 곱씹어보고 질문을 하는 과정에 있어요.

 

사실, 모른 척하거나 외면한 채로 지나가면 흘러가잖아요. 그걸 포착해서 그림을 그리려면 그 사실과 대면해야 하는데, 힘들지 않나요?


쉽지는 않아요. 얘기해야 하는데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면 오히려 그걸 더 끄집어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요. ‘왜 이렇게 도망치고 싶지?’라는 생각 때문에요. 도망치면 벗어나는 게 아니라 계속 쌓이다가 방심하는 순간에 나를 덮쳐요. 그래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집안일처럼 마음을 챙기는 것도 틈틈이 하려고 노력하죠. 너무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생각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렇게 살다가 소진되었다는 걸 깨닫고 퇴사를 결정하기도 했고.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그림을 그리고 독자분들과 이야기하려고 해요. 저는 오늘 고민했던 걸 그때그때 다양한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주로 SNS를 통해 소통하시잖아요. 좋은 점도 있지만,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점에서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욕하면 안 되겠죠? (웃음) 사실 지금 맞고소가 진행되고 있을 만큼 힘든 점이 많아요. 작은 공격이라도 당하면 마음의 문을 닫고 싶어져요. 그런데도 저를 좋아하고 지지해주는 분들,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도 저를 위해 와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마음의 문을 닫으면 이런 마음마저 볼 수 없게 되는 거예요. 모르는 사람인데도 마음을 나누는 그 작은 노력까지도 볼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저는 상처를 입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달겠지만, 그것 때문에 마음을 닫고 싶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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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고 외로운 건 나 혼자가 아니야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기 ‘작게 반짝이며 살아가자’며 예쁜 마음, 못난 마음 전부 꺼내어 보여주는 씩씩하고 용감한 사람이 있다.”라는 오지은 님의 추천사가 생각나요. 이런저런 일로 걱정이 되어서 먼저 연락하면 늘 괜찮다고 이야기하시는 편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특별히 용기가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저도 많이 불안해해요. 그런데 저를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제게 엄청 용기가 돼요. 제가 가진 용기보다 더 크게 보일 수 있는 건 저를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용기를 품앗이해주셨기 때문인 거죠. 그런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은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싶어 그림일기를 그린다고 하셨는데, 주변 인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가감 없이 그리기로 유명하시잖아요.


책이 출간됐을 때, “너희 부모님 괜찮으셔?”라는 반응이 가장 먼저 나왔어요. 사실 저희 부모님이 제 블로그 애독자예요. 저는 부모님께 제가 느꼈던 걸 감정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그리기가 쉽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이런 감정을 느꼈다는 걸 부모님께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부모님께서 제 그림일기를 보고 우시기도 하고 반성하셨대요. 또 책이 나왔을 때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다만 딸 책이라고는 말씀 못 하시고 조카가 책 냈다고 둘러대세요. (웃음)

 

남편분의 반응은 어떤가요?


남편은 자기가 나온 에피소드가 제일 재밌다고 이야기해요. 귀엽죠. (웃음) 사실 의도적으로라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그리려고 노력해요. 저는 자랄 때 좋은 커플의 이야기를 많이 못 들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좋은 사람들은 굳이 자신이 좋은 걸 이야기하지 않은 거였어요. 그냥 자기가 좋고, 남이 보기엔 자랑하는 것 같으니까. 그러다 보니 저는 연애나 사랑에 대한 생각의 폭이 매우 좁았어요. 좋은 이야기를 통해서 좋은 연애와 결혼도 있고 그건 그 누구의 삶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요.

 

동생분의 반응은요?


동생은 제가 많이 사랑해요. (웃음) 동생이 정말 많은 용기를 줬어요. 동생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자기 인생 행복하게 당당하게 잘살고 있어요.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을 때 큰 용기가 됐어요. 고등학교 그만둔 애도 잘사는데 내가 석사까지 나와서 못 살겠냐,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웃음) 내 바로 옆에 남들과 다르게 잘사는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정말로 칭찬이에요. 그리고 백수 시절, 동생이 제 멘토였어요. 삶의 태도를 많이 배웠죠.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게 힘들지 몰라도 그것 때문에 주눅 들거나 잘못했다고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걸 동생을 통해서 알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마찬가지고 다양성에 대해 열려 있는 태도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림일기의 매력은 익살스러운 동시에 마음을 건드린다는 것 같아요.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 이야기 사이에서 균형 잡기가 어렵진 않나요?


사실 두 가지를 만족하는 에피소드가 많지는 않아요. (웃음) 이런 말 하면 좀 웃기지만 제가 유머러스한 편이에요. 친구들한테 말하듯이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제 말투가 나와서 재밌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감동은 받으시는 분도 있지만, 아닌 분도 있어요. 사실 좀 셀프랄까.

 

따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에필로그에도 있지만, 제가 이 책을 낼 때 가장 감사한 사람들이 누군가 생각해봤어요. 남편이나 친구한테도 고마웠지만, 저랑 이야기 나눠주신 분들이 제일 감사했어요. 그래서 저는 ‘얼굴 모를 당신’에게 가장 큰 감사를 드린다고 썼는데요. SNS는 혼자 이야기하는 게 아니거든요. 일기를 쓰고 싶었다면 일기장에만 썼을 텐데 저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제가 느끼고 생각했던 걸 같이 공감해주고 이야기해주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이 책이 나오기까지, 제 그림일기를 보고 좋아해 주셨거나 같이 이야기를 나눠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특별한 감정이죠.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어떻게 소통하실 예정이신가요?


얼마 전에 ‘에브리마인드’라는 상담센터를 개설했어요. 블로그를 통해 꾸준하게 받는 질문은 ‘심리상담을 어디에서 받아야 하나요?’라는 거였어요. 저도 심리 상담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공부도 했지만 섣불리 추천하기에는 불안함이 있었죠. 그래서 제 가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심리상담센터를 개설하는데 이르렀어요. 저는 심리 상담을 제외한 기획, 마케팅, 영업 등을 할 예정이에요. (웃음)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심리 상담을 친절하게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관련된 책도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에요.

 

블로그도 계속할 예정이고 그림일기도 최소한 1년은 더 그리겠죠. 처음 목표가 3년이었는데 지금 2년 조금 넘었거든요. 일단 3년을 채우고 생각하려고 해요. 지금처럼 주되게 그릴 순 없겠죠. 제가 블로거다 보니 몇 년씩 구독하는 블로그가 있어요. 그런 블로그가 갑자기 사라지면 어떨까, 생각했더니 조금 스산해졌어요. 그래서 저도 갑자기 사라지지 말고 길고 가늘게 오래도록 인터넷 지인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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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작은 기적을 일으키고 있어요”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 속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북토크 시작 전 미리 적어 낸 포스트잇에 적힌 궁금즘뿐만 아니라 직접 이야기를 들으며 생긴 질문, 나아가 팟캐스트를 통해 심리상담의 벽을 낮춰 자신과 지인에게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고백까지 자유롭게 오고 갔다.

 

직장을 그만두셨을 때 등을 떠밀어준 계기, 혹은 순간이 있으셨나요? 그리고 퇴사를 가장 주저하게 만든 말은 무엇이었나요?


퇴사를 결정한 계기는 정말 작았어요. 회사에서 연락처 주소록을 돌리는데 다시 해오라는 거예요. 왜 그러냐니까 선배가 명조체가 아닌 고딕체를 좋아한다는 거예요. 제가 속한 곳이 정말 그런 분위기였어요. 선배의 선호에 따라 일을 해야 하는. 하룻밤 내내 고민하다 이건 아니다 싶어 이야기했더니 그때부터 계속 면담을 하게 됐죠. ‘너 왜 그러냐’, ‘세상은 다 이런 거다’라는 식의. 그래서 그림에 그린 것처럼 토하듯이 그만뒀어요.
 
저를 제일 힘들게 한 건 ‘오해’라는 말이었어요. “네가 지금 뭔가 잘못 느끼고, 오해하고 있어.”라는 말이요. 오해라는 말은 ‘어, 내가 정말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내가 틀린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느끼는 것에는 맞고 틀리는 게 없잖아요, 적어도 저한테는. 그런데 그 말이 마음에 많이 남아 있어서 ‘저 사람에게는 틀릴 수 있지만, 나한테는 맞는 거야’라는 생각을 정립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상처를 받고 늘 제가 배려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어요. 마음을 다치면서 최선을 다해도 괜찮을까요?


최선을 다한다는 건 자기 마음을 많이 건다는 거죠. 그런데 항상 괜찮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원래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취약해지니까요. 그래서 그 선을 잘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운동할 때도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고통이 있고 근육이 잘못되는 고통이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내가 지금 피폐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섬세하게 잘 구분하면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비하하고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좋은 상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반면 나의 고집이 꺾인다거나 작은 오해로 인한 상처는 얼마든지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아닐까요? 그래서 관계에 있어 자신의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어느 정도 상처를 감당하되 상처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걸 내가 감당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거죠.

 

책을 출판한다는 건 연재하는 것과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어떤 느낌이세요?


아직도 떨려서 책을 완독하지 못했어요. 갑자기 수정하고 싶은 게 보이면 어떡해요. 그래서 안 읽고 있어요. (웃음) 책으로 엮여서 나오니까 엄청 떨리고 부담돼요. 이게 과연 잘 팔릴까? 출판사에 누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책이 나오고 나서 많은 분이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조금은 안정된 상태로 매일 순위를 확인해요. 평가받는 기분이 들기도 하죠.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가 아니라 폐렴이라고 이야기하셨어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문가들이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이야기하는 건, 그만큼 쉽게 올 수 있다는 의미이지 쉽게 나을 수 있다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반대로 생각해요. 사실 우울증은 내버려 두면 폐렴 이상으로 인생을 황폐하게 만들어요. 우리나라는 우울증은 많은데 치료는 거의 받지 않아요. 또한 전문가는 치료뿐만 아니라 진단을 위해서도 존재해요. 항상 충치가 있어야 치과를 가는 건 아니잖아요? 충치가 생기기 전에 예방 차원으로 가는 것처럼 심리상담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힘들 때 심리 상담을 찾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으셨으면 좋겠어요.

 

어떻게든 직장을 다녀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그 과정에서도 분명 배우는 게 많아요. 힘든 시간 속에서 자기를 지켜가는 연습을 매일 하는 거니까요. 그게 자기를 갉아먹는 수준이 아니라면 자신을 엄청나게 성장시키고 여러모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떠나는 것도 떠나는 대로, 남아 있는 것도 남아 있는 대로 배우는 게 있어요. 제 친구들은 퇴사를 안 했는데 저와 배우는 내용이 다를 뿐이지 배움 자체는 정말 많아요. 그래서 그 시간을 단순히 소진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의미를 찾아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북토크를 마치기 전, 한 독자가 손을 들었다. 부산에서 북토크를 위해 올라왔다던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팟캐스트를 친구와 같이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우울증을 가볍게 여겼던 친구였는데 우울증이 폐렴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걸 보고 작가님이 큰 변화를 일으켰구나, 생각했어요. 상담에 회의적이었던 다른 친구도 제가 상담을 통해 나아지는 걸 보면서 상담을 받겠다고 했어요. 저는 그 기적에 작가님과 팟캐스트의 힘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늘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서늘한여름밤 저 | 예담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는 서늘한여름밤의 그림일기 중에서도 현실적이지만 따뜻한 에피소드 50여 편을 선별하여, 바쁘게 살아가느라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언과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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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희(예스24 대학생 리포터)

글이 가진 힘을 믿는 사람. 꾸준히 읽고 쓰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