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코더』의 주인공 호퍼는 전학 온 학교가 몹시 못마땅하다. 건물은 으스스한 게 유령의 집 같고, 곳곳에 쓰여 있는 숫자 9도 어딘가 수상쩍다. 괴팍한 관리인 미스터 비는 더 최악이다. 호퍼는 ‘허파 푸딩(가래침)’ 사건으로 농구 천재 에니와 절친이 되고, 둘은 우연히 2진 코드 버드봇, 코드 명령을 수행하는 터틀봇을 발견한다.
한국 어린이 독자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흥미롭게 전할 그래픽 노블이 소개되었다. 수사 드라마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흡입력 강한 스토리로 어린이 독자뿐 아니라 성인 독자까지 충분히 매료시킬 만하다. 수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월스트리트에 있는 회사에서 금융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임백준 역자가 번역을 맡았다.
『시크릿 코더』시리즈는 요즘 한국에서 이슈인 소프트웨어 교육에 관한 그래픽 노블입니다. 번역 제안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드셨지는요? 번역 작업을 하면서 발견한 이 책의 매력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시크릿 코더』처럼 아이들에게 코딩의 매력을 설명하는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몇 번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서 포기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코딩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는 것이 엄청난 전문성을 요구하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번역 제안을 받았고, 내가 할 수 없다면 좋은 책을 번역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크릿 코더』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스토리 전개의 흡입력입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주인공들의 모험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계속 궁금해하게 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딩과 관련된 내용은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읽게 하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가장 끌리거나 동질감을 느낀 캐릭터가 있다면?
동질감이라기보다 어떤 끌림을 느낀 캐릭터는 주인공 호퍼와 에니의 곁을 맴도는 조시입니다. 조시는 내면이 외로워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합니다. 호퍼와 에니가 코딩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때, 조시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지만 뭔가 관심이 쌓여나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앞으로 스토리 전개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조시도 코딩을 할 수 있게 되어서 호퍼와 에니에게 도움을 주는 캐릭터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크릿 코더』에 등장하는 로고는 “아이들은 컴퓨터에 의해 끌려가는 게(programmed) 아니라 스스로 이끌어야 (programming)한다.”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시크릿 코더』에 나오는 “모두가 학생이고, 모두가 선생”이었던 ‘꿀벌 학교’에서 이런 페퍼트의 교육 철학이 그대로 반영돼 있고요. 이런 교육 철학에 의견이 있으시다면?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대학을 졸업해서 회사 생활을 몇 년 하다가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문화와 미국의 문화를 비교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분명 많은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시키는 일은 잘하지만,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탐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단점은 시험은 잘 보지만 실전에는 약하다는 단점으로 연결됩니다. 저도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제 내면에 있는 그런 단점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이들이 코딩을 배우면서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서 탐구하는 성품까지 얻게 된다면 엄청난 교육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래머이자 팟캐스트 <나는 프로그래머다> 방송 호스트, 칼럼니스트로 맹활약하며 개발자 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십니다. 현업 전문가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무엇이 제일 중요한 지점일까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배포하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얻고,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회사에 취직해서 동료와 일하고, 이런 모든 과정에서 핵심은 주체성입니다. 원하는 분야를 선택하고, 방법론을 설정하고, 코딩하고, 토론하고, 논쟁하고, 공유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이런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 판단의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것입니다. 획일적인 사고, 시험, 평가, 경쟁, 자격증, 이런 것에 길들여진 사람은 아무리 코딩 실력이 뛰어나도 진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창의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입시나 경쟁과 연결되는 순간,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모순에 빠지고 맙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최대한 자유분방한 놀이의 형태를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컴퓨팅 사고력 혹은 문제 해결력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 부분은 어떻게 길러진다고 보시나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력입니다. 머릿속에서 논리를 펼치고 전개하고 모으고 추적할 힘이 필요한데, 그것은 일정 부분 어릴 때부터 훈련하면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능력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진로 탐색을 시작합니다. 성장기 어느 시절에 프로그래머가 될 것을 결정하셨나요? 그 결정의 과정을 말씀해주신다면?
저는 얼마나 어릴 때 진로를 결정하는가와 성인이 되었을 때 실제로 그 진로 안에서 성공을 거두는 비율 사이에 직접적인 함수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진로'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야 정상입니다. 아이들은 그냥 놀고, 심심하고, 하고 싶은 걸 하고,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을 때 가장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진로를 결정하고 그 길로 매진하는 사람은 불쌍합니다. 어릴 때는 다른 모든 것들의 기반이 되는 수학이나 논리력을 키울 수 있는 활동(놀이)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을 다닐 때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는데, 첫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야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몹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깨달음의 시점이 초등학교 때이든, 대학생 때이든, 아니면 성인이 되어서든, 저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믿는 편입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2018년부터 전격 시행됩니다. 이를 대비하고자 하는 학생과 학부모님들께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국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팟캐스트 방송을 하고, 컨퍼런스 행사도 하고 하면서 종종 '코딩신'이라는 말을 농담처럼 나눕니다. 프로그래머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코딩신을 영접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TV 드라마, 게임, 영화보다 코딩을 하는 것이 더 즐겁고 행복한 그런 순간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내가 어떤 세상을 온전히 창조하고 있다는 느낌으로부터 받게 되는 희열입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앞으로 우리의 삶이 컴퓨터 없이 유지될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반갑고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대한 준비과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코딩이나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핵심은 창의성과 자유분방함입니다. 이것을 시험이나 취직과 연결하면 그 순간 핵심이 파괴되고 부정됩니다. 소프트웨어는 공부가 아닙니다. 놀이입니다. 우리 학부모님들이 이 점을 꼭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크릿 코더』를 통해서 국내 어린 독자들, 미래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가까워질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앞으로 몇 권이 더 나올지 모르지만 계속 번역을 진행할 예정이므로 계속 호퍼, 에니, 조시의 모험을 함께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어린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서 코딩의 세계에 한 발 가까워질 수 있다면 저의 작은 보람입니다. 해피 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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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CODERS 시크릿 코더진 루엔 양,마이크 홈스 글/임백준 역 | 길벗어린이
호퍼는 ‘허파 푸딩(가래침)’ 사건으로 농구 천재 에니와 절친이 되고, 둘은 우연히 2진 코드 버드봇, 코드 명령을 수행하는 터틀봇을 발견한다. 한편, 호퍼와 에니가 학교의 비밀을 파헤치려 하자, 미스터 비의 거센 방해 작전이 시작되는데…….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