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툰’의 대명사 『오무라이스 잼잼』이 컬러링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10년부터 다음 웹툰에 연재 중인 동명의 만화는 ‘먹방’이 대세로 떠오르기 전부터 맛깔 나는 음식 이야기와 그림으로 화제를 모았다. ‘진짜보다 더 먹음직스러운’ 그림들이 침샘을 자극하고, 음식과 함께하는 일상의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여기에 레시피와 맛집 정보까지 더해지니, 식도락들에게 『오무라이스 잼잼』은 잘 차려진 한 상 차림인 셈이다.
최근 출간된 『오무라이스 잼잼 함께 완성하는 컬러링북』은 제목 그대로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까지 안겨준다. 조경규 만화가가 직접 그린 밑그림 위에 색을 입히다 보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이 완성된다.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에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하이라이트 일러스트는 물론이고 최초로 공개되는 오리지널 일러스트, 두 편의 특선 만화까지 만나볼 수 있다. ‘어떤 색을 고르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망설일 필요도 없다. 책 사이사이 수록된 작가의 완성본이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양념처럼 더해진 채색 팁 또한 마찬가지.
『오무라이스 잼잼』을 통해 일상의 소박한 먹을거리 속에 소중한 가족의 이야기를 녹여냈던 조경규 작가는 특별한 주인공과 함께 인터뷰에 응했다. 한 눈에 봐도 그를 꼭 닮은 딸 은영 양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책 속에 종종 등장하며 가족의 식도락 여행기를 들려줬던 은영 양은 이미 독자들에게는 친숙한 주인공. ‘아빠랑 같이 있으면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해맑게 웃는 아이의 손에는 『오무라이스 잼잼 함께 완성하는 컬러링북』과 색연필이 들려있었다. 요즘 한창 ‘아빠표 컬러링북’을 색칠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고. 조경규 작가는 인터뷰 중간중간 아이의 작업을 지켜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책이 그러하듯, 그와의 인터뷰 또한 음식과 가족의 이야기가 공존했다.
컬러링 초보라면, 아이들 색연필을 사용하세요!
이번 컬러링북에 담긴 그림은 『오무라이스 잼잼』의 최초 스케치인가요?
스케치라고 할 수는 없고요. 오히려 펜으로 그린 선인 거죠. 저는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나서 펜으로 다시 그리고, 지우개로 연필 선을 지워요. 펜으로 그린 선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스캔을 하고 채색은 컴퓨터로 하죠. 말하자면 이번 책에 실린 그림들은 색칠된 완성작에서 색을 뺀 거예요.
“색연필, 마커, 사인펜, 물감… 도구는 어떤 것이든 좋아요”라고 적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색하기 쉬운 도구’를 추천해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볼 때는 은영이가 쓰는 색연필이 제일 좋아요. 보통 어른들이 쓰는 컬러링용 색연필은 색인 연하잖아요. 연필처럼 깎아서 써야 하는 색연필이요. 그런데 이렇게 돌려서 종이를 벗겨서 써야 하는, 옛날에 채점할 때 쓰던 빨간 색연필 같은, 이런 색연필은 색깔이 진하고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채색을) 정말 잘 하시는 분들에게는 사인펜이나 물감도 좋아요. 그런데 서투른 분들은 계속 덧칠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면 종이가 구멍 날 수 있거든요. 한 번에 채색할 수 있다면 마커나 사인펜도 좋겠죠. 색이 진하니까. 이렇게 종이를 돌려가면서 벗겨 쓰는 색연필은 초보자들이 쓰기에 딱 좋을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직접 채색하신 그림을 보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이 먹음직스러워 보여요. 노하우가 있으시겠죠?
팁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왜냐하면 컴퓨터로 채색을 하면 가장 마지막에 하얀색을 칠해서 광택을 표현하는 거거든요. 말하자면 하얀색이 가장 위에 놓이는 거죠. 그런데 색연필로 칠하려면 그 부분을 남겨놓고 칠해야 하잖아요. 영역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나서 나머지를 칠해야겠죠.
“일부러 야심한 시간, 배고플 때 작업한다”고 밝히신 적이 있어요. 맛깔나게 채색하는 비법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웃음).
제 경우에는 배부를 때 음식 그림을 그리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그리다 보면 저도 침이 고이기도 하거든요(웃음). 그러면 작업이 잘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어떤 작가 분들은 밤에 작업하고 낮에 주무시기도 하시지만,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자는 생활을 하고 있어요. 늦어도 새벽 1시쯤에는 자니까,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밤 9시 정도에 시작해서 서너 시간 정도 집중해서 일해요. 밤에 작업하면 아무래도 방해 받을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집중하고 있는데 전화가 오거나 하면 자꾸 끊어지는데, 밤에는 전화 걸 사람도 없으니까요.
말하자면 야근이 불가피한 상황인 건데요(웃음). 야식의 유혹을 피하실 수 없을 것 같아요.
혼자 있으니까 굳이 야식을 먹지는 않아요. 그림을 야식 삼아... 라고 말해도 될까요(웃음).
이번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맛을 기억하면서 요리하듯 색칠하는 것”이라고 조언하셨어요.
그렇죠. 어떻게 보면 그림을 그릴 때도 요리할 때의 느낌이 조금 있어요. 예를 들어서 튀김옷을 칠하다 보면 고소한 느낌이 나거든요. 완전히 똑같은 색을 칠하더라도 음식에 따라 느낌이 조금 다르더라고요. 같은 황토색이라고 해도 튀김의 황토색이랑 빵 껍질의 황토색이 다른 것처럼요.
컬러링 북을 펼쳤을 때 가장 처음 하는 고민은 ‘어떤 색으로 칠할까’일 것 같아요. 그런데 『오무라이스 잼잼 함께 완성하는 컬러링북』에는 작가님의 완성 작품이 실려 있으니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들을 위한 컬러링북은 보통 예시가 없는 것 같아요. 정말 독자 마음대로 채색할 수 있게 해 놓은 거죠. 그 부분에 있어서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쨌든 음식 그림에는 정답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정원 그림이라면 어떻게 칠해도 상관없는데, 햄버거는 색깔이 다 정해져 있죠. 물론 자기 마음대로 칠해도 되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김밥처럼 누구나 아는 음식이라면 쉽게 칠할 수 있겠지만, 잘 모르는 음식도 있잖아요.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정답을 주고 참고하거나 따라 할 수 있게 해도 좋을 것 같았어요. 정답과는 전혀 다르게 색칠해도 되는 거고요.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정답을 드리기도 했지만, (음식점) 간판 같은 경우는 독자 분들이 마음대로 칠하실 수 있게 정답 없이 실었어요.
책에 실린 그림들을 채색하는 순서도 있을까요?
이번 책의 편집을 제가 직접 했거든요.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까 처음부터 순서대로 색칠하시면 되게끔 구성이 됐어요. 앞부분에는 마음대로 칠하셔도 좋은 쉬운 그림들이 있고, 뒤쪽으로 갈수록 조금 어려운 그림들이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만화를 직접 색칠하는 게 재밌는 거죠
컬러링북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딱 일 년 전에 출판사에서 (컬러링북 출간) 제의를 받았었어요. 그런데 왠지 느낌이 확 오지는 않았어요.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은 제가 색칠을 별로 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일로써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까 컬러링을 재미로 하지는 않겠죠.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컬러링북을 찾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조금 지나면 인기가 수그러들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굳어져서 남아있는 걸 보고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컬러링북의 인기 이유를 알 것 같으세요?
다른 책은 잘 모르겠는데요. 제가 이번에 책을 내면서 생각하기로는, 기존에 있는 만화에서 색을 빼고 독자가 직접 색을 칠할 수 있다는 데에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제가 만약 정말 좋아하는 만화가 있다면 그 만화를 직접 색칠하는 게 재밌을 것 같은 거예요.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에 내가 색을 넣는 거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컬러링북을 펼쳐 든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그림을 그리는 일이 직업인 작가님의 경우에는 머릿속을 비우고 싶을 때 무엇을 하시나요?
어떻게 보면 저는 취미가 일인 거거든요. 결국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는 게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음식과 관련해서) 취재하는 것도 그렇고요. 저는... 글쎄요. 듣고 보니까 따로 취미는 없는 것 같네요. 그냥 누워서 책보고... 그런 것 같아요.
음식 관련 책도 많이 보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중고 서점에서 오래된 요리책들을 찾기도 하시고요.
책도 유행을 타잖아요. 요리책도 당연히 그렇고요. 제가 얼마 전에 빵을 그릴 일이 있었는데, 소보루 빵이나 팥빵, 크림빵 같은 옛날 빵들을 그리려고 했어요. 물론 빵을 사다가 놓고 그릴 수도 있지만 ‘뭔가 책으로 정리된 게 없을까’ 해서 서점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빵 관련 코너가 그렇게 많은데도 소보루빵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깜빠뉴, 크로와상, 이런 빵들만 있고요. 막상 옛날 빵에 대한 책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느낌이 조금 묘했어요. 빵집에 가면 그래도 팥빵 크림빵은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아무리 프랑스 빵을 만들어서 팔더라도요. 요즘 나오는 책들도 당연히 다 좋죠. 그런데 사진만 보더라도 옛날 책들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어머님이 보시던 책도 가지고 있고 장모님이 주신 요리책도 꽤 많이 있는데, 옛날 책들은 음식 사진을 있는 그대로 찍어놨어요. 마치 증명사진처럼요. 그런데 요즘 책들은 사진을 너무 멋있게 찍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죠. 그렇다 보니까 그림을 그리기에는 옛날 책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오래된 요리책이 좋아하시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음식의 재료도 옛날과 달라진 부분이 있고요. 옛날 책들을 보면 음식에 대해서도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요즘에는 책을 쓰는 계층이 굉장히 다양해졌지만, 예전에는 정말 오랫동안 음식을 연구하신 분들이 책을 쓰셨거든요. 하선정 할머니나 황혜성 할머니, 신영희 할머니, 이정섭 아저씨가 쓰신 책들을 보면 어렸을 때 경험하신 이야기들도 있고, 재밌는 말들도 많아요. 그런 책에서 정보를 많이 얻죠. 오히려 요즘 책들의 정보는 다 똑같아요. 출처가 같은 이야기라 보는 재미가 덜하죠. 외국 책들도 재밌는 게 많고요.
해외에서 현지의 음식 책을 사오신 적도 많죠?
많이 사서 오죠. 물론 저는 사진만 보는 건데, 사진을 보면 대충 뭔지 아니까요. 내용이 정말 필요하면 번역을 부탁해서 받아보기도 하고요. 그림 보는 재미도 있어요.
따님이 『오무라이스 잼잼 함께 완성하는 컬러링북』을 채색한 걸 보실 때 어떤 생각이 드세요?
대견스럽죠. 솔직히 말해서 아주 잘한다고 할 수는 없는데(웃음), 재밌어하니까요. 재밌는 게 제일 좋은 거죠. 사람들이 너무 잘해도, 제 위치가 흔들릴 수 있으니까(웃음).
컬러링을 하다 보면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압박감을 떨쳐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음을 비우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누군가와 같이 컬러링을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가족이든지 친구든지 연인이든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각자 칠하고 싶은 부분이 따로 있을 수도 있고요. 쉬운 그림도 있고 어려운 그림도 있으니까 엄마와 아이가 같이 색칠할 수도 있겠죠. 혼자서 다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오무라이스 잼잼』, 가장 그리기 어려웠던 음식은…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이 꾸준히 사랑 받고 있잖아요. 올해 초에 시즌 7까지 연재를 마치셨고, 단행본으로도 6권까지 출간이 됐어요.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사랑까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시작할 때부터 오랫동안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기획을 했던 거였어요. 1년에 한 권씩, 계속 힘 닿는 데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이고요. 7년이라고 하니까 되게 오래된 것 같은데, 저는 계속 처음 하는 것 같아요.
웹툰 시즌 8은 준비 중이신가요?
8월쯤 연재를 시작할 계획이에요. 지금 열심히 그리고 있어요.
새 시즌에서는 어떤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궁금한데요. 살짝 공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보통은 겨울에 연재를 많이 해왔어요. 11월~2월에 연재를 하다 보니까 겨울 음식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여름 음식을 포함시켜서 여름부터 가을까지 이어가 보자고 생각했고요. 시원한 음료수와 냉면도 있고, 버블티도 있어요. 시원한 음료수 같은 걸 겨울에 보여드리려고 하면 날씨가 추워서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림은 계절이 반대예요. 겨울에 연재할 작품이면 보통 여름에 그리고, 이번 여름에 연재하는 시즌은 겨울부터 그렸기 때문에 약간 계절감이 없어요. 그렇다 보니까 여름에 날씨가 더워서 시원한 음식을 그렸는데 겨울에 연재를 못한 것도 있었거든요. 그런 부분도 다시 다듬었죠.
『오무라이스 잼잼』을 그리면서 소재 고갈을 걱정해본 적은 없다고 하셨는데요. 지금도 마찬가지이신가요?
소재가 너무 많아요. 저는 아이들을 매일매일 보고 있기 때문에 같이 음식을 먹으면서 생겨나는 이야기들도 있고, 세상에는 음식도 무궁무진하잖아요. 일 년에 한 권의 책을 낸다고 하면, 스무 개 남짓한 음식을 스무 개 남짓한 이야기로 엮는 건데, 365일 중에 스무 개 추리는 거야 쉽죠.
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만 그리시는 건 아니잖아요. 『내 이름은 팬더댄스』나 웹툰 <불타는 감자> 같은 경우가 대표적일 텐데요. 음식 만화를 그리실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음식은 취재를 해야 되니까 사전 조사 과정이 필요하죠. 물론 제가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니까 사전 조사도 재밌고요. 어떻게 보면 너무 한 가지 이미지로 굳어져 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요. 제가 막 집중하는 타입이 아니라서,하나를 하다 보면 다른 게 하고 싶고, 다른 걸 하다 보면 이전 걸 다시 하고 싶고 그러거든요. 『오무라이스 잼잼』도 일 년의 반 정도 작업을 하고 나머지 반은 다른 작품을 하는 식이니까요. 왔다 갔다 하는 재미가 있어요.
『오무라이스 잼잼 함께 완성하는 컬러링북』에는 ‘유난히 색칠하기 어려웠던 그림들’도 실려 있는데요. 주로 어떤 음식들인가요?
아무래도 좀 복잡하죠. 조리법 자체가 복잡한 것도 있고요. 예를 들어서 탕수육 같은 경우는, 그냥 튀김은 튀기기만 하면 되지만, 탕수육은 튀기고 나서 소스에 버무렸는데 그 소스조차도 반투명하기 때문에 튀김이 보이거든요. 여러 층이 있는 거죠. 햄버거 같은 경우는 채색하기 쉬워요. 토마토는 빨갛게 하고 양상추는 초록색으로, 치즈는 노랗게 색칠하면 어느 정도 햄버거처럼 보여요. 그런데 찜닭 같은 음식은 미묘한 부분이 있죠.
가장 최고의 난이도를 가진 음식은 장어구이와 안동찜닭인 것 같더라고요.
장어구이도 쉽지 않았죠. 색이 진하면 진할수록 어렵더라고요. 예를 들어 바나나라고 하면 그냥 노랗게 칠하면 되는데, 키위라고 하면 색이 조금 복잡해지죠. 너무 진하게 칠하면 음식 자체가 탁해 보일 수도 있거든요. 식빵 같은 경우도 말랑말랑한 느낌이 나야 하는데 너무 밤색으로만 칠하면 나무 같아 보일 수도 있고요.
지금까지 그리신 음식 중에 가장 어려웠던 건 장어구이와 찜닭이었나요?
감자탕도 어려웠어요.
책에서 본 바로는, 국물에 둥둥 뜬 고추기름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찌개류, 김치찌개 같은 건 나름의 방법을 터득했어요(웃음). 복잡해 보이지만 떡볶이 도 쉽게 그릴 수 있게 됐고요.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그려 놓으니까 (같은 음식이) 나올 때마다 같은 방법으로 칠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탕수육 같은 건 지금 생각해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워낙 많은 그림을 그려놨기 때문에 똑같은 그림을 그릴 때는 예전 걸 보면서 색깔을 맞춰서 칠하면 되니까 편해진 것도 있어요.
장어구이를 채색하신 후에 “‘신이시여, 정녕 제가 그린 그림이 맞습니까’ 하고 되물었다”고 말씀하신 걸 들었어요(웃음). 가장 만족스러운 작업 중 하나였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만족하지 않는 그림은 없어요. 만족하지 않는다면 더 하면 되니까요. 될 때까지 계속 하는 거죠. 그런데 장어구이도 그렇고, 그려 놓고서 저도 깜짝 놀라 때가 있죠. 다음날 다시 보고 또 보면서 흡족해 하고요(웃음).
연재 일정이 있으니까 만족할 때까지 계속 그리시는 것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아니죠. 만화가라는 직업이 무대에서 뭔가를 보여주는 게 아니니까요. 내가 100% 만족할 때까지, 내가 피곤하고 밤을 샐지언정 완성하고 나서 보여주는 거니까요. 불완전한 상태에서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는 거예요. 물론 시간이 제일 큰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미리미리 하는 습관을 들여서 괜찮아요(웃음). 저는 손으로 그리는 건 다 그려놓고 연재를 시작하거든요. 연재할 때는 색칠만 하면 돼요. 딱 봐도 어려워 보인다 싶으면 미리 시작하고요.
만화가 분들에게는 늘 마감에 대한 이야기가 따라 붙잖아요. 휴재를 자주하는 만화가로 손꼽히는 분들도 계시고요(웃음). 작가님은 한 번도 휴재를 하신 적이 없으세요?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생각이 약간 다른 걸 수도 있는데, 저는 어차피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늦게 하나 일찍 하나 어차피 해야 되는 거잖아요. 저는 일을 하고 나서 놀자라는 생각이에요. 일을 끝내놓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놀겠어요. 끝내놓고 노는 게 낫죠. 누구나 인생에서 일할 시간과 놀 시간이 있는 거고, 순서만 바뀐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컬러링북, 작가와 독자가 함께 만드는 책
‘도시별 길거리 간식’ 그림은 『오무라이스 잼잼 함께 완성하는 컬러링북』에서 최초로 공개하시는 오리지널 일러스트인데요. 스케치만 실려 있는데도 휘황찬란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림으로 지면이 꽉 채워져 있어서 그런 걸까요?
그림에 보면 간판 같은 것들도 있는데, 간판이야말로 가장 화려한 거니까요. 독자 분들이 원하는 대로 색칠하시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음식 그림만 나오니까 음식을 담은 풍경도 있으면 재밌을 것 같았고요. 제 입장에서는 아무리 복잡하게 그려도 채색을 해서 완성해야 되는 그림은 아니잖아요. 이것만 그리면 완성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복잡하게, 더 열심히 그리는 게 신나더라고요.
‘1일 5식 메뉴 제안’ 같은 그림도 최초로 공개되는 일러스트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오무라이스 잼잼』에서 보여주지 않으신 이유가 있나요?
이번 책의 포맷에 맞는 그림이기도 하고요. 『오무라이스 잼잼』의 지면은 이렇게 크지 않으니까요. 본문에 나온 그림들은 대부분 단품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제로 만화를 그릴 때는 그렇게 크게 그리지는 않거든요. 이만한 지면을 다 채우는 일이 없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새로 그린 그림들은 조금 더 형태에 맞춰서 그렸어요.
작가님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설렁탕인 것 같아요. 맛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저희 가족은 밖에 나가서 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어요. 형이랑 저랑 어마어마하게 먹기 때문에 식당에서 1인분씩 시켜 먹다가는 끝없이 먹거든요(웃음). 외식을 하면 주로 국밥 같은 걸 많이 먹었어요. 설렁탕 하면 그때의 기억도 있고, 조금 서울스러운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외국에서 한국 생각을 하면 설렁탕이 제일 그리운 것 같고요. 왜냐하면 한국 음식점에 가서 한국 음식을 먹을 때도 있었지만 설렁탕 같은 경우는 제대로 된 데가 별로 없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설렁탕을 잘하는 음식점에서 먹어야 맛있지, 아무데서나 맛있는 설렁탕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가장 좋아하시는 설렁탕집은 어디인가요?
저희 가족이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는 을지로에 이남장이라는 식당이에요. 이남장에 가시면 ‘특’을 꼭 한 번 드셔보세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북엇국집을 추천하신 적도 있더라고요.
굉장히 오래된 집이에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곳이죠. 무교동에 있는 북엇국집인데, 간판에도 그냥 북엇국집이라고 써있어요. 아마 인터넷에 ‘무교동 북엇국’ 하면 다 나올 거예요. 저희 아버지가 다니시던 집인데, 아버지가 할머니를 모시고 가던 집에 저희도 따라갔던 거고요. 이제 저희 아이들까지 가니까 4대째 찾고 있는 거죠. 그 집은 사골 국물에 북엇국을 끓이기 때문에 집에서 끓여 먹는 맛하고는 조금 달라요. 북엇국하면 시원한 맑은 국물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거기는 뭔가 설렁탕스러운 느낌의 북엇국이 나와요. 두부랑 계란이랑 북어가 어우러져서 담백하니 시원한 맛이 나죠. 또 메뉴가 하나라서 누가 오든 당연히 북엇국이니까 자리에 앉아 있으면 금방 나와요.
올해 연재 예정인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 시즌 8에서 냉면도 소개한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맛집을 취재하셨나요?
이번에는 함흥냉면, 회냉면 이야기를 할 건데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가던 함흥냉면집이 오장동에 있어요. 그리고 속초에도 함흥에서 내려오신 실향민 분들이 문을 여신 냉면집이 있거든요. 속초에 갈 때마다 먹는 냉면집이 있는데, 이번에도 취재차 다녀왔죠.
‘아빠랑 같이 다니면 맛있는 걸 많이 먹어서 좋다’는 따님의 말이 이해가 되네요(웃음).
저희 아버지가 먹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아무래도 어렵던 시대를 살아오신 분이기도 하시고, 또 할아버지가 안 계셔서 유난히 어렵게 지내셨기 때문에, 음식 하나하나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음식 버리는 걸 굉장히 안 좋아하시고요. 아버지는 어딜 가든 오래된 맛집들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같이 다니면서 많이 알게 됐죠. 저희는 새로 생긴 집보다는 오래된 집을 좋아해요. 어렸을 때 먹던 음식을 할아버지가 돼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때까지 비슷한 모습으로 있을 것 같은 집들이 좋아요.
오래된 집들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맛이 보장되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 걸까요?
오래 사귀는 사람과 같은 것 같아요. 나중에 가도 그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계속 바뀌잖아요. 지금 맛있어도 그 집이 몇 년 후에 없어지면 속상하잖아요. 제가 맥도날드를 제가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어렸을 때 갔던 맥도날드에서 먹었던 맛이 그대로 남아있거든요. 제가 할아버지가 돼도 그 맛은 그대로일 거예요. 언제든지 가면 먹을 수 있을 거고요. 그래서 오래된 식당이 좋은 것 같아요. 오래됐다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오래할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사랑에 빠져도 마음이 편하죠. 불안하지 않죠.
『오무라이스 잼잼』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이번 책만의 재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같이 만드는 책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밑그림을 그리고 독자 분들이 색칠해서 완성하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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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라이스 잼잼 함께 완성하는 컬러링북조경규 글,그림 | 씨네21북스
7년째 우리 주변의 소박한 먹을거리와 소중한 가족 이야기를 한데 버무려온 만화 〈오무라이스잼잼〉의 컬러링 버전이다. ‘음식 일러스트의 끝판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침샘을 자극하는 400여 일러스트로 꽉꽉 들어차 있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