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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로랭 “문학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프랑스 작가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빨간 수첩의 여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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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다 해피 엔딩으로 만들려고 해요. 인생이 늘 해피한 건 아니지만, 실제 생보다 즐거움을 주는 게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늘 우화처럼, 동화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목록에 한 명이 더 추가될 것 같다. 앙투안 로랭의 이야기다. 이번에 처음 한국에 소개된 앙투안 로랭의 작품은 이미 미국, 중국 등 17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이력이 있다.

 

어느 날 프랑스 대통령 미테랑의 모자가 평범한 회계사인 주인공의 손에 들어간다. 주인공은 마치 대통령의 권력을 얻게 된 것처럼 회의 시간에 승승장구하고 승진하는 등 자신감이 넘치게 된다(『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길에서 우연히 가방을 발견한 남자가 가방 주인을 찾아 나서면서 온갖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빨간 수첩의 여자』). 이처럼 앙투안 로랭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사소한 우연이나 계기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경쾌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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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가장 먼 나라

 

한국 방문은 처음인가요?

 

네, 처음입니다. 어제 저녁에 도착해서 오늘은 강남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들를 계획입니다.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이 아름답고 인상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출판된 나라 중 한국이 프랑스로부터 가장 먼 나라인가요?

 

지금은 그래요. 지난 달에 중국어판이 나왔으니 조금 더 멀어졌죠. 그 전에는 미국에서 책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책입니다. 다른 언어로 쓰인 책을 볼 때 기분이 어떤가요?

 

굉장히 감동적이고 기쁩니다. 혼자 파리에서 쓴 이야기를 다른 먼 나라에 있는 독자들이 볼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빨간 수첩의 여자』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영화로 보면 기분이 이상했을 것 같은데요.

 

굉장히 재밌습니다. 촬영장에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주인공들은 누가 맡는지 알고 있었지만, 조연들은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죠. 하지만 배우들이 모여서 식사하고 있는 걸 보자마자 저 사람은 어느 인물이겠다, 라는 게 첫인상에 딱 나오더라고요. 글을 썼을 때 생각했던 장면과 거의 일치하는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원작에서 완전히 벗어난 다른 장면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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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동화

 

소설에 프랑스, 특히 파리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구체적인 프랑스 인물, 거리, 역사를 넣는 이유가 있나요?

 

파리에서 태어나 살고 있기 때문에 파리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게 다른 도시보다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처음에는 프랑스적인 특색을 책에 가미해서 책을 잘 팔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오히려 프랑스에 관한 내용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인기를 얻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출판된 나라마다 프랑스에 대한 생각이나 관념을 가지고 있어서 제 책이 더 주목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추리하거나 찾는 과정이 줄거리를 구성합니다.

 

수사나 추리, 찾는 과정을 넣는 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요. 경찰 수사나 추리물, 범죄물 말고, 보통 사람들이 목적이나 목표가 생겨서 무언가를 찾으러 다니는 색다른 추리 형식을 좋아해요.

 

우연도 많이 나오는데요.

 

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보통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의 생은 일직선처럼 별 탈 없이 흘러가지만, 그 길에 우연한 사건 하나가 생기면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돼요. 바로 그 순간에 관심이 많아요. 어떤 조그만 사건이나 기회가 생기면 보통의 삶도 특별하게 바뀌는 순간이 있어요.

 

『빨간 수첩의 여자』에서는 여자의 핸드백 묘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실제 여성의 가방을 들여다본 기분이었습니다.

 

실제 누군가의 가방을 그대로 옮긴 건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방의 모습이었어요. 가방 모습뿐만 아니라 가방 안의 내용물도요. 주변에 있는 여자 친구들에게 가방에 뭐가 있나 물어보고 답변을 합해서 하나의 완벽한 가방을 만들었어요.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에서는 대통령의 실명이 나옵니다.

 

식당에서 대통령이 모자를 두고 나가는 장면을 집필할 때 미테랑 대통령은 실제 뭘 먹을지 고민했어요. 엘리제 궁에 근무하는 사람한테 물어서 대통령이 먹을 만한 음식이 뭔지 알아내는 등 실제 인물의 모습을 최대한 반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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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언급된 사람이 자신과 다르게 나왔다고 항의 연락이 오진 않았나요?

 

미테랑 대통령 임기 당시에 정부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다 읽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따로 연락받은 건 없어요. 실명을 쓰는 등장인물은 모두 사실에 기반해서 씁니다.

 

작가 패트릭 모디아노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오마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네, 맞아요. 모디아노는 아주 좋아하는 작가여서 굉장히 조심스러웠어요. 그가 나오는 장면은 만족스러울 때까지 계속 쓰면서 고생했어요. 만약 모디아노가 안 된다거나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게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했으면 아마 뺐을 거예요. 나중에는 노벨상도 받으시고, 잘 됐어요. 예전부터 아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책이 나오기 전에 모디아노에게 여쭤보기도 했었나요?

 

사전에 물어보진 않고 책을 보냈어요. 나중에 읽고 마음에 들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는 80년대가 배경입니다.

 

책이 우화 같은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그래서 아주 멀지도 않고 아주 가깝지도 않은 시기로 쓰고 싶었어요. 이메일, 핸드폰, 인터넷과 SNS가 없는 세상이요.

 

대통령의 모자를 실제로 가지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사실 잠깐 실제 대통령의 모자를 맡은 적이 있어요. 아주 긴 이야기라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는데 책 나오고 나서의 일이에요. 확인해보니까 정말 모자 안에 제가 묘사했던 대로 ‘F.M.’ 이라는 머리글자가 박혀 있는 거예요. 생김새도 상상했던 것과 똑같았어요. 실제로 모자를 써 보기도 해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 같아요(웃음). 그렇게 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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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의 삶

 

주로 해피엔딩의, 읽으면 즐거운 소설을 쓰십니다.

 

모든 이야기를 해피 엔딩으로 만들려고 해요. 인생이 늘 기쁜 건 아니지만, 문학의 역할 중 하나는 실제 삶보다 더 즐거움을 주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늘 우화처럼, 동화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로도 일했습니다. 글을 쓸 때 영화화될 걸 염두에 두고 쓰거나, 혹은 영화 장면처럼 상상하고 쓰시나요?

 

꼭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가끔 영화처럼 소설의 일부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나타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저는 재생 버튼만 누르고 그 장면을 그대로 받아 쓰죠. 독자로서는 그렇게 쓴 글을 읽을 때 제가 봤던 장면과 같을 지는 모르겠지만, 시각화해서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작업과 소설 작업 중에 재밌는 건 뭔가요?

 

망설이지 않고 글 쓰는 게 더 재밌다고 말할 수 있어요. 글은 훨씬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영화 촬영은 늘 제한이 있어요.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도 영화 계약을 마쳤는데, 이건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이 각색을 고민하게 될 거예요. 영화로 만드는 고민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게 더 좋아요.

 

골동품 상점에서 일하시기도 하셨습니다. 빨간 수첩의 여자』에서는 이집트 상형문자가 새겨진 목걸이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골동품 수집이 취미기도 하고 직업이기도 했어요. 오래된 물건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있기 때문에 작품에도 넣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이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러시아 우화를 많이 읽었어요. 프랑스 우화도 마찬가지고요. 어렸을 때는 독서보다 그림을 많이 그렸죠. 지금은 거의 안 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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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언제 글을 쓰시나요?

 

아침에 그 전날 썼던 내용을 다시 읽고 교정을 보고 오후에 새로운 내용을 씁니다. 다른 일정이 없으면 거의 매일 쓰되 써야 할 내용이 있을 때는 많이 쓰고 아닐 때는 쉬는 편이에요.

 

상상을 잘 할 수 있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상상은 아주 피곤한 일이에요. 제가 쓰는 방법은 아니지만, 꼭 들어가야 하는 장면이나 순서를 미리 목차같이 잘 정리해서 쓰면 도움이 될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요(웃음). 어떻게 시작할지 알고,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대략 정해놓지만 분명한 방향이나 순서는 없어요.

 

독자와의 만남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독자와 만나는 걸 좋아해요. 프랑스뿐만 아니라 몇 개월 전에 미국에서 투어도 했어요. 지난주에는 독일에 갔다 왔고요. 이번에는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될 텐데, 독자와 이야기하면 어떤 면으로 감동받았는지 나라마다 달라서 재미있어요.

 

가장 처음의 독자가 생각나요. 8년 전 어떤 도서전에 나가서 처음 책을 전시했는데 거기서 직접 구매하신 여자분이 읽고 감상을 전해 주고 싶다고 이메일 주소를 받아가셨어요. 그 이후로 책을 낼 때마다 제가 직접 증정본을 보내기도 하고, 그분으로부터 꾸준히 피드백을 받고 있어요.

 

한국에 나온 두 권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첫 책 『갈 수만 있다면 다른 곳에서』 아니면 『프랑스 랩소디』가 한국에 소개되면 좋겠어요. 좋은 출판사를 만나서 다시 한국 독자들과 만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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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수첩의 여자앙투안 로랭 저/양영란 역 | 열린책들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핸드백을 주운 서점 주인 로랑은 핸드백의 주인을 찾아 주려 경찰서를 방문한다. 그러나 복잡한 신고 절차 탓에 스스로 수사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는 핸드백 속에 있던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사인본 한 권과 세탁소 전표를 단서로 파리 전역을 돌며 ‘로르’라는 이름을 지닌 여자를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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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의 모자앙투안 로랭 저/양영란 역 | 열린책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1981~1995 재임)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회계사가 대통령의 모자를 주워 가며 벌어지는 이야기. 대통령의 모자를 쓰고 다니던 남자는 자신감이 상승해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펼치고, 결국 승진까지 하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기차에다 모자를 두고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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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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