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정은 모두 뇌에서 나오는 것
우리는 사회라는 틀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매 순간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때론 행복할 때도 있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도 많다. 특히 불안과 우울,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들은 수시로 우리에게 밀려왔다 다시 스러짐을 반복하곤 한다. 우리 인생은 때론 크고, 때론 작은 이런 감정의 파도로 점철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명멸하는 이런 감정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마음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람들은 오랫동안 ‘마음’이 가슴에서, 또는 심장에서 나오는 추상적인 존재인 양 생각해 왔다. 그래서 이성은 뇌에서 나오고 마음은 가슴에서 나온다는 식의 감성적인 생각이 사람들을 지배해 왔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마음이 가슴도 심장 도 아닌, 뇌에서 나온다는 개념이 자리 잡으면서 마음을 정의하는 문제는 좀 더 복잡해졌다. 이성이든 감정이든 모두가 뇌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도대체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 것일까?
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였던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인간의 마음을 해독하는 방법에 있어 정신 분석이라는 혁신적인 화두를 제시했다. 그는 인간의 마음이 겉으로 비춰지는 모습과는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다양한 임상 사례들을 통해, 마음에 대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였다. 프로이트는 현재의 생각이나 감정, 우연처럼 보이는 행동들이 사실은 과거에 겪은 여러 중요한 사건에 의 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인간의 정신활동에 있어 의식보다는 무의식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물론 프로이트 이전에도 여러 사람들이 인간 정신에 잠재의 식이나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단편적으로 펼친 바 있다. 하지만 무의식의 존재를 일관되게 체계적으로 주장하고 구체적 인 증거까지 제시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마음에 대한 무의식의 엄청난 영향력을 밝혀낸 사람도 프로이트 이전에는 없었다. 따라서 그가 제시한 정신분석을 통해 인간의 정신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그려지게 되었다. 그 결과 혹자는 인류 문명사를 획기적으로 바꾼 근대 유럽의 3대 지성으로, 마르크스(K. H. Marx),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과 더불어 프로이트를 꼽기도 한다.
이렇게 새롭게 문을 연 정신분석의 영역은 프로이트 사후에도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계속 그 반경을 넓혀 왔다. 이제 무의식이 인간의 마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 개념도 아니고 오히려 진부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미묘한 생성 과정을 파악해서 정신질환이나 이상행동의 원인을 설명하기란 여전히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마음의 병을 다루는 임상가들은 고통받는 환자들의 마음을 잘 읽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야 할 때가 많다. 한 뼘도 채 안 되는 작은 뇌 속에 담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저 광활한 우주를 이해하는 것만큼 어렵고 힘들 수 있다.
내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오늘날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의하기란 훨씬 더 복잡해졌다. 첨단 뇌과학과 심리학의 결합을 통해 마음의 근원을 찾는 지도화(mapping) 작업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런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작동 기제를 온전하게 설명하기에 현대의학 이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실 정신분석은 과학과 예술의 중간 지대에 존재한다. 정신분석에 근거한 마음의 이론 대부분이 과학적 실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예술의 중요 요소인 경험과 직관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 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19세기에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라는 저서를 통해 꿈이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꿈이 우리 무의식 속 정보를 들여다보는 중요한 도구라는 그의 주장은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 일종의 직관적 가설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그러다가 20세기 중반 뇌과학자들에 의해 렘(REM)수면이 발견되고, 렘수면 기간 중에 우리가 꿈을 꾼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꿈꾸는 동안 뇌에서 중요한 정서적 기억정보의 처리 작업이 자동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즉 꿈을 꾸는 목적이 우리에게 중요한 정서적 기억정보를 잘 정리해서 보존하려는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무의식적 소망 충족을 위해 꿈을 꾼다는 정신분석의 꿈 이론을 강력 히 뒷받침해 준다. 마음을 탐구하는 현대의학에서 19세기에 만들어진 정신분석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뇌과학 연구자들이 정신분석이 제시한 마음의 가설에 영감을 받아 첨단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이를 입증하고자 애쓰고 있다.
정신분석은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생소한 학문 분야이며, 사실 모든 사람에게 정신분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우리보다 반세기 이상 앞서 정신분석을 받아들였던 서구 사회에서도 정신분석은 소수의 환자를 위한 특별한 심리치료의 일종으로 여겨졌다. 오늘날에도 정신분석은 치료가 쉽지 않은 소수의 신경증 환자나 심각한 인격장애 환자들을 위해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신분석은 이런 용도 외에 심리학과 인문과학, 예술 분야를 포함해서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여러 학문 분야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타인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 책에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많은 마음들이 등장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30년 가까이 정신과 의사로서 활동해 온 필자가 상담하고 치료했던 실제 환자들의 사례이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는 한 이름을 포함해 개인의 인적사항과 관련된 내용은 최대한 드러나지 않도록 수정 하였다. 따라서 여기 등장하는 사례들은 실제 환자들로부터 얻어진 자료이긴 하지만, 많은 부분이 사실과는 다름을 미리 밝혀 둔다.
나는 이 책에서 정신분석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사랑과 분노, 불안과 우울과 같은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지, 그 작은 편린이나마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진정한 소통 은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하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정신분석학적 마음 읽기 작업을 잘 지켜본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을지 그 단 서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도 좀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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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유범희 저 | 더숲
정신분석학이 심각한 정신질환자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에게만 적용되는 특수한 학문이 아니라, 우울 불안 공포증과 같이 우리 주변에 흔히 발견되는 문제를 가진 일반 대중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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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iu22
201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