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아 루비노스의 음악은 여전히 묘하다. 데뷔작이자 전작이었던 2013년의
그리고 그 결과물은 멋지다. 제니아 루비노스, 또 드러머이자 프로듀서로서 아티스트와 오래 함께한 마르코 부첼리는 사운드를 훌륭하게 섞어내는 데에 상당한 재능을 갖고 있다. 펑키한 리듬 위에 로킹한 리프를 얹은 「Mexican chef」, 앨리샤 키스의 알앤비와 잭 화이트의 록을 혼합해놓은 듯한 「Just like I」, 즉흥적으로 흐르는 재즈 색소폰을 이따금씩 등장시켜 몽환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Don’t wanna be」을 우선 보자. 여러 장르와 스타일을 배합해가며 새로이 자신들의 사운드를 이끌어내는 이들의 장기가 위 트랙들에서 잘 드러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변칙적인 장치를 곳곳에 설치해 음반에 색다른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분절과 진행을 반복하는 「Don’t wanna be」의 후반부 전개나 호흡을 오묘하게 가져가는 「See them」의 4분의 7박자 구성, 매력적인 팝 멜로디 위에 씌운 「Right?」의 까칠한 사운드 톤, 「Just like I」의 복잡한 리듬 패턴 등을 그 예로 꼽을 수 있겠다. 앨범이 자랑할 수 있는 근사한 결과물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니아 루비노스가 한 데 쏟아 부은 재료들을 휘젓고 흔드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작품 곳곳에 높은 수준의 감각이 돋보인다. 실험적인 특성과 팝적인 특성이 한 데서 공존하고 있다. 여러 시도로 무장한 사운드가 앨범을 불편하고 산만하게 만들다가도, 유려한 멜로디가 금세 접근성을 끌어올린다. 이질적인 면모들을 제니아 루비노스는 솜씨 좋게 다룬다. 모자람 없는 재능과 자유롭게 움직이는 창작이 각양각색의 곡들로 무장한 수작을 낳았다. 갖은 재료들이 어지럽게 횡행하고 충돌해가며 만든 아름다움이
2016/06 이수호 (howard19@naver.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