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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그란데, 하이틴 스타에서 팝 디바까지

아리아나 그란데 -〈Dangerous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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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보컬이 잘 들리는 선율, 트렌디한 사운드스케이핑의 모음을 다채로운 팝 음반으로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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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로디언 채널 출신 아리아나 그란데가 촉망받는 하이틴 스타에서 차세대의 팝 디바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년. 데뷔 앨범 <Yours Truly>의 진지한 R&B, 트렌드를 일부 수용한 소포모어 <My Everything>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특히 그가 또래 가수들과 비교해 비교적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오른 데는 보컬의 공이 컸다. 완성도 높은 가창력과 타고난 음색이 연타석 히트를 견인했고, 이는 제시 제이와 니키 미나즈, 네이선 사이크스(Nathan Sykes) 등 동료 뮤지션과의 협업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2년여 만에 발매된 새 앨범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당초 <Moonlight>로 알려졌던 신보 프로젝트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뜻에 따라 <Dangerous Woman>으로 변경됐다. 달라진 것은 제목만이 아니다. 「Problem」의 연장선이었던 「Focus」의 수록이 불발됐고, 대신 맥스 마틴을 위시한 프로듀서들과 최신 팝 사운드로 신보를 채웠다. 음반은 그의 디스코그라피 중에서도 눈에 띄게 화려하고 상업적이다. 캐치한 멜로디와 첨단 재료들로 시종일관 밀어붙인다.

 

변신은 성공적이다. 앨범에는 「Moonlight」와 「Sometimes」, 「Knew better/Forever boy」 등 전작의 기조를 잇는 R&B 트랙들과 「Dangerous woman」, 「Into you」, 「Greedy」 등 맥스 마틴 식 팝 트랙들이 근사한 조화를 이룬다. 개성 강한 뮤지션들과의 호흡도 인상적이다. 퓨처(Future)의 색에 휩쓸려 정작 앨범의 주인공이 보컬 피처링을 한 모양새가 된 「Everyday」를 제외하면, 협업의 결과물들이 대체로 준수하다. 릴 웨인(「Let me love you」) 과 메이시 그레이(「Leave me lonely」), 니키 미나즈(「Side to side」) 에 이르는 호화 피처링 군단에도 주도권을 잃지 않고 좋은 합을 만들었다.

 

트랙 단위의 흡인력 또한 만족스럽다. 낙차 큰 음계에 록의 테이스트를 가미한 리드 싱글 「Dangerous woman」은 성공적 이미지 변신의 기틀이 됐고, 두 번째 싱글로 낙점된 「Into you」는 중독성 강한 훅과 선율로 차트 선전을 노린다. 딥하우스를 활용한 「Be alright」, 여유롭게 레게 리듬을 타는 「Side to side」는 전에 비해 확실히 노련하다. 펑키한 브라스와 폭발적 보컬 퍼포먼스로 원초적 흥을 자극하는 「Greedy」와 두꺼운 신스 사운드, 날카로운 비트로 「Love me harder」만큼 아찔한 무드를 연출한 「Touch it」은 음반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곡이다.

 

매끄러운 수록곡 면면과 달리 앨범 단위의 집중력은 썩 좋지 않다. 일정한 테마 아래 유기적 흐름을 꾀했던 전작들과 비교하면 그 결함은 더욱 도드라진다. 그러나 특유의 능란한 가창이 통일성의 부재를 상당수 상쇄한다.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보컬이 잘 들리는 선율, 트렌디한 사운드스케이핑의 모음을 다채로운 팝 음반으로 엮어냈다. 덕분에 다소 들쑥날쑥한 완급과 소리의 텍스처에도 감상에 큰 무리가 없다.

 

기존의 R&B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최신의 팝 경향을 밀도 있게 풀어낸 과도기적 앨범이다. 질서가 부족한 트랙 배열 등 일부 서툰 부분에도, 또래 가수들 중 가장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앳된 이미지를 벗겠다는 소기의 목적도 충분히 달성했다. 이로써 그는 다음 세대의 팝 아이콘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선다.


2016/06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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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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