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생명인 사회에서 요즘 우리들은 자꾸 조급해진다. 인터넷을 하다 창이 5초만 늦게 열려도 조바심이 나고, 앱이 알려주는 도착 시간에 맞춰 시내버스가 도착하지 않으면 불평을 쏟아내기 일쑤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어떨까? 별반 다르지 않다. 보고 싶은 TV 애니메이션을 바로 볼 수 없을 땐 울거나 떼를 쓰곤 한다. 밥을 먹을 때 잠시라도 눈을 쉬어주라고 휴대폰을 못 보게 하면 입을 삐죽이기도 한다. 우리는 바쁘고 편리한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다림의 아름다움을 자꾸 잊어간다.
이 책의 주인공들인 다섯 장난감들은 사이 좋게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저마다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우산 쓴 꼬마 돼지는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기다리고 있고, 썰매를 탄 강아지는 펑펑 쏟아질 함박눈을 기다린다. 소원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거나 보채지 않고 조용히 그리고 간절히 기다린다.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때로는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 귀여운 장난감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다리면서 느끼는 설렘과 드디어 맞닥뜨리는 행복의 크나큰 기쁨을 다양한 표정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계절의 바뀜 그리고 죽음과 탄생, 만남과 이별, 우정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사계절에 따라 바뀌는 고즈넉한 풍경 속에 개성넘치는 장난감들은 벗이 되어 정답게 함께 공존한다. 어느날 갑자기 불쑥 나타난 다른 장난감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어준다. 또 코끼리 아저씨가 바닥에 떨어져 다시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는 모습이나, 고양이가 4마리의 새끼를 낳는 모습에서 죽음과 탄생의 놀라운 신비도 함께 깨닫게 된다. 그 모든 과정이 어색하거나 큰 드라마 없이 담백하게 표현되고 있다.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채와 스케치의 선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한 그림은 푸근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짧고 간결한 글은 큰 울림을 간직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봐』는 미국 대표 그림책 작가 중 한 사람인 케빈 행크스에게 3번째 칼데콧 상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닥터수스 상까지 수상했을 정도로 출간 당시 미국 내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보드라운 그림과 잔잔한 어조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의인화하여 기다림과 설렘의 의미를 나긋나긋 들려준다.
아직 기다림의 의미나 생명의 탄생과 상실에 대해 알기엔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의미있는 그림책이다. 또한 유아 창작동화이긴 하지만,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충분한 마음의 위로가 되어준다. 현란하거나 화려한 맛은 없지만, 평온하고 잔잔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이 물씬 풍기는 일러스트는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
조금만 기다려 봐케빈 헹크스 글그림/문혜진 역
케빈 헹크스는 서정적인 그림과 잔잔한 어조로 아기자기한 장난감들이 좋아하는 것을 기다리며 느끼는 설렘과 행복을 들려주어 아이들에게 ‘기다림의 의미’를 쉽게 이해시켜 줍니다. 기다림이 길수록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는 순간 아주 커다란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너무나 아름답게 보여 줍니다.
[추천 기사]
- 이상한 나라의 그대를 위하여
- 휴대전화가 없는 세상의 이야기
- 존 스타인벡,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소설가
- 펄 벅,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 꽃, 꽃, 또한 꽃의 노래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김규영(유아/청소년/잡지 MD)
마음은 유아, 몸은 중년.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그림책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눈부신햇살
201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