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법] 쉬운 문제를 틀리는 이유
문제를 정확하게 읽지 않았기 때문에 틀린 것이지, 문제가 어려워서 틀린 것이 아닙니다. 사실 ‘문제를 정확하게 읽어라!’는 초등학생 때부터 부모님/선생님에게 수도 없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글ㆍ사진 이해황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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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가 높으면 오답률도 높을까요? 예전에는 여기에 대해 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정답률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4년 메가스터디가 채점 서비스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하면서 정답률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은 EBS도 시행할 만큼 보편화한 서비스지만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크기변환_04. 쉬운 문제를 틀리는 이유 - 난이도와 오답률의 불일치1.png

메가스터디 채점결과 및 정답률 보기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님께서 당시 입시설명회에서 채점서비스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즉흥적으로?) 공언하신 후, 개발팀에서 엄청나게 고생하여 지금의 채점서비스가 최초로 만들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역시 입시업계의 전설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것 같습니다.

 

국어의 기술1, 2도 이 시스템에 빚진 것이 큽니다. 선지별 선택비율을 알게 됐기 때문에 학생들의 공통적인 약점이 무엇인지, 어떤 함정이 있을 때 많이들 실수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출제자의 의도를 역추적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고요.

 

정답률이 공개되자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오답률이 높은 문제라고 해서 꼭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굉장히 쉬운 문제였는데 학생들이 어이없는 함정에 걸려서 정답률이 낮은 문제가 꽤 있었습니다. 정답률이 낮다고 무작정 '고난도' 문제라고 소개하기 민망한 문제들, 이렇게 [난이도≠오답률]를 분석해 보니, 학생들이 쉬운 문제를 틀리는 이유를 다양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를 여기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일단 문제를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국어의 기술 1』 첫 단원 첫 번째 쪽에 소개된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한 시간은 10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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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 삼각형의 개수는 모두 몇 개인가?

 

크기변환_05. 쉬운 문제를 틀리는 이유 - 난이도와 오답률의 불일치2.jpg
 제한 시간 1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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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인가요? 16개라고 한다면 수학적 감각이 좀 있는 학생입니다. 그런데 정답은 아닙니다. 정답은 1개입니다. 눈치챘나요? 잘 모르겠다면 문제를 다시 읽어봅시다. 오른쪽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 삼각형을 찾으라고 합니다. 오른쪽 그림을 보니 삼각형이 달랑 1개밖에 없네요. 무작정 왼쪽 그림에서 삼각형을 찾은 사람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문제도 틀리게 됩니다.

 

이 문제는 난이도와 오답률이 불일치하는 이유를 매우 잘 설명해줍니다. 강연에서 풀게 하면 100명 중 1명꼴로 바로 답을 맞힙니다. 정답률 1%, 즉 오답률 99%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나요?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유치원생도 풀 수 있을 만큼 쉬운 문제입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읽지 않았기 때문에 틀린 것이지, 문제가 어려워서 틀린 것이 아닙니다.

 

사실 ‘문제를 정확하게 읽어라!’는 초등학생 때부터 부모님/선생님에게 수도 없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삼각형 개수 세는 문제를 틀린 걸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읽어라!"는 문제를 풀기 위한 지식이 아니라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세는 누구에게 여러 번 듣거나, 참고서에 쓰여 있는 것을 여러 번 읽는다고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뼈저리게 경험해봐야 그 자세가 내 것이 됩니다. 그리고 벌써 여러분은 삼각형 문제를 통해 인상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문제를 좀 더 주의 깊게 읽게 될 것입니다.

 

수능에 이따위(?)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네. 나왔고, 앞으로도 나올 겁니다. 『국어의 기술 1』 첫 단원 '발문'이 다 이런 문제를 모아놓은 것입니다. 심지어 과학탐구 문제도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소위 신유형 문제일수록 발문이 중요합니다. 신유형은 말 그대로 기존에 없었던 유형이라는 뜻인데 이는 발문이 좀 색다르다는 표현일 뿐입니다. 출제자도 신유형을 낼 때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오답시비가 나지 않도록 발문에 정답의 기준을 명확하게 심어두게 됩니다. 그래서 신유형은 대체로 쉽습니다. 비록 오답률이 높을 수는 있더라도!

 

수능 국어영역을 공부한다는 것은 주로 글을 읽는 자세, 문제를 푸는 자세를 익히는 것입니다. 물론 문학 개념어, 문법 용어 등을 지식으로서 알아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것도 큰 차원에서 보면 글과 문제를 대하는 자세에 기여하기 위함입니다. 쉬운 문제를 틀리는 이유는 이러한 자세가 아직 덜 자리잡혔기 때문이고요. 자세를 확고하게 체화하기 위해서는 패턴별로, 출제자의 의도별로 문제를 왕창 틀리는 뼈저린 경험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점수가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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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기술 1 (2016년)이해황 저 | 좋은책신사고
철저한 기출문제 분석을 바탕으로 정리한 18개의 패턴(1권과 2권에서 각각 9개의 패턴을 다룸.)을 통해 사고력과 독해력을 키워 주어 국어영역 만점에 도달할 수 있게 해 주는 수능 필독서이다. 문제를 만든 출제자의 의도, 문제 해결 발상법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룸으로써 시험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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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기술 #이해황 #난이도 #오답률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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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햇살

2016.03.17

다행히 정답률 1%에 해당이 되네요..문제를 잘 읽었네요..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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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황

대학교 3학년 때, 기출문제를 분석해서 얻은 깨달음을 『국어의 기술』시리즈로 출간했다. 전공도 국어교육이 아닌, 일개 대학생이 낸 책은 이후 7년 간 15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공군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마쳤으며, 매년 1,000만원 이상을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