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예 웨스트, 샘플링의 귀재
경이로웠던 와 큰 충격을 가져다준 과 비교하자면 는 평범하다.
글ㆍ사진 이즘
201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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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 계속되면 웬만한 자극에는 무감해지기 마련. 카니예 웨스트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기대 심리 때문일까, 경이로웠던 와 큰 충격을 가져다준 과 비교하자면 는 평범하다. 심지어 트랙 간의 통일성이 떨어져 18개의 트랙이 따로 노는 듯하고, 앨범을 관통하는 두드러지는 특징 또한 발견되지 않는다. 노랫말은 노이즈 마케팅의 일부인가 싶을 정도로 저급하며 스스럼없다. 

 

이처럼 앨범이 평이하게 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808s & Heartbreak>부터 까지는 물론이거니와 초창기의 대학 3부작까지, 본인이 구축해놓은 디스코그래피를 압축해놓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노래와 랩 사이의 경계에 선 애매한 래핑, 두서없이 등장하는 샘플링의 운용과 귀를 찌르는 전자음을 사용한 편곡과 사운드를 웅장하게 펼치는 과감한 프로듀싱 등, 힙합의 스펙트럼을 넓혀놓았다고 평가받는 그의 전 앨범들의 재료들과 작업 방식 등을 효율적으로 집약한다. 

 

본인은 스스로 앨범을 가스펠 앨범이라 칭했지만, 다른 장르와 본인의 디스코그래피의 여러 요소를 재구성하고 그것을 배치하는 방식은 힙합의 성질에 가장 가깝다. 특히 레게 아티스트 시스터 낸시(Sister Nancy)의 「Bam Bam」을 차용한 「Famous」나, 아방가르드 뮤지션 아서 러셀(Arthur Russell)의 「Answers me」로 비트를 만든 「30 hours」 등 앨범에 빼곡히 배치되어 조화를 이룬 여러 샘플링들은 왜 그가 샘플링의 귀재라고 불리는지 입증한다. 

 

눈에 띄는 건 샘플링뿐만이 아니다. 효율적으로 샘플링을 끼워 넣은 것처럼 피처링 아티스트의 참여도 효율적으로 구성된다. 「FML」의 훅을 부른 위켄드는 대체자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곡과 부합하고, 「Father stretch my hands Pt. 1」에서의 키드 커디의 훅과 「No more parties in LA」의 켄드릭 라마의 래핑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영적 첫 곡 「Ultralight beam」의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의 활약은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파트이다.

 

많은 팬을 아우르고 있는 창작자로서, 두 자식의 아버지로서 카니예 웨스트의 소회가 담긴 매우 솔직한 앨범이다. 전지전능한 신에 비유했던 전작과는 달리 높은 위치에 오른 사람으로써의 인간적인 불안함과 걱정을 고백적인 가사로 드러낸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그의 이미지인 ‘관심 종자’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의 트윗들과 행동들은 충분히 조롱당할 만하지만, 뮤지션은 음악으로 말을 하는 법. 이렇게나 진지한 카니예 웨스트의 앨범들을 그의 트윗들처럼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또한 그렇다.

 

                                             2016/3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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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